개신교 신학자가 본 프랑스 중세 수도원 영성의 가치

양민경 2024. 5. 1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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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제자로 살기 위해 금욕적 삶을 택한 수도승은 무엇을 놓고 기도할까.

기독교 영성학자로 14년간 후학을 양성해온 저자는 자발적으로 단절과 은둔을 택한 수도승의 삶에서 '기독교적 삶의 원형'을 발굴키 위해 프랑스 중세 수도원 15곳을 찾았다.

매일 이 두 가지를 반복하면서도 여전히 기도에 목말라하는 수도승을 보면서는 수도원 영성을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비결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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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수도원 순례/유재경 지음/대한기독교서회
‘프랑스 수도원 순례’ 저자는 관광명소이자 유명 수도원인 몽생미셸에서 한국의 평화를 위해 기도한다는 베트남 출신 수녀에게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사진은 몽생미셸 전경. 대한기독교서회 제공


예수의 제자로 살기 위해 금욕적 삶을 택한 수도승은 무엇을 놓고 기도할까. 고적한 수도원에서 세속과 담을 쌓고 기도와 노동에 전무하는 이들의 기도는 뜻밖에도 세상을 향해 있다. ‘하나님의 일’(Opus Dei)이라 일컬어지는 성무일도(聖務日禱)에 진력하는 이들은 모두가 잠든 시간에 깨 하나님을 경배하며 당신의 평안이 세상에 깃들길 간구한다. 개신교 영성 전문가인 유재경 영남신학대 총장이 수도승의 ‘보이지 않는 기도’를 “이 세상을 지탱하는 힘”이라 보는 이유다.

기독교 영성학자로 14년간 후학을 양성해온 저자는 자발적으로 단절과 은둔을 택한 수도승의 삶에서 ’기독교적 삶의 원형’을 발굴키 위해 프랑스 중세 수도원 15곳을 찾았다. 책은 지난 2019년 탐방 후 그가 남긴 기록을 한데 묶은 것이다. 중세 수도원 영성의 역사와 가치를 개신교 신학자의 눈으로 해설하는 게 특징이다.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부터 서남부 프로방스, 남동부 지역에 산재한 수도원을 찾아 순례길에 오른 그가 반복해 경험한 게 있다. 수도원을 오가며 마주한 이들에게 받은 깊은 감명이다. 유명 수도원이자 관광명소인 ‘몽생미셸 수도원’에선 “한국의 평화를 위해 기도한다”는 베트남 출신 수녀의 말이 그랬다. 자국을 공격한 나라를 위해서도 기도하는 수녀를 보며 ‘나는 누구를, 무엇을 위해 기도하는가’란 질문을 되뇐다. 맑은 눈동자와 미소로 이방인을 환대하는 ‘시토 수도원’의 노 수도승과 수녀에게선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위대한 침묵’으로 유명한 봉쇄수도원 ‘그랑드 샤르트뢰즈 수도원’과 ‘현대 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가 지은 ‘라 투레트 수도원’도 저자의 순례 여정에 포함됐다. 전자는 봉쇄수도원 특성상 외부 공개가 불가해 해당 수도원 박물관에서 수도승의 삶을 전한다. 특히 ‘거룩한 독서’로 불리며 한국교회에도 널리 알려진 ‘렉시오 디비나’의 탄생 배경을 살핀다.

기존 수도원 건물과 달리 노출 콘크리트로 시공된 라 투레트 수도원에서는 원색의 예배당 창틀로 들어오는 색색의 자연광에 감탄한다. “예배당은 교회가 아니라 생동하는 조각품이다.… 예배의 자리가 달라지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감각은 새로워진다. 새로워진 감각은 지금 여기에 계신 하나님을 바라보게 한다.”

수도원은 아니지만 초교파 영성 공동체인 ‘떼제 공동체’도 방문한다. 스위스 개혁교회 출신 로제 수사가 1940년 피란 온 유대인 등과 공동체 생활을 꾸리며 시작된 이곳엔 전 세계 청년이 몰려드는데 이중 독일인 수가 가장 많다. 종전 직후 독일인 포로를 돌보며 적에게도 화해의 손을 내민 떼제의 영성을 배우기 위함이다. 설교 없이 찬양과 침묵으로 예배하는 공동체를 보며 저자는 “단순함으로 표현하는 마음의 가난함, 이것이 곧 하나님 나라가 임하는 장(場)”임을 깨닫는다.

수도원 탐방을 마친 저자는 “기도와 노동이 인간을 ‘신적 온전함’에 이르게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매일 이 두 가지를 반복하면서도 여전히 기도에 목말라하는 수도승을 보면서는 수도원 영성을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비결도 발견한다. “몸과 정신이 오롯이 한 곳을 향할 때 노동은 쉼이 되고 기도가 된다.” 기독교 영성뿐 아니라 신앙과 삶의 괴리, 일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조언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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