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오기 전 보조금 현금화”… 돌파구 찾는 K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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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정부에서 제공하기로 약속한 보조금 혜택을 현금화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불황이 길어지면서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주문이 줄고 북미 등 해외 공장을 짓는 데 천문학적 비용이 들자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이다.
유력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첫날 IRA 법안 및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폐지할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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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공장 짓는 데 천문학 비용
IRA 법안 폐지 ‘트럼프 리스크’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정부에서 제공하기로 약속한 보조금 혜택을 현금화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불황이 길어지면서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주문이 줄고 북미 등 해외 공장을 짓는 데 천문학적 비용이 들자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분기당 1000억원 안팎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받고 있다. 오는 10월 전후로 실제 현금으로 지급되는데, 이런 권리를 미리 매각하면 더 빨리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AMPC 보조금으로 총 6770억원을 확보했다. 이 가운데 상당분을 시장에 매각해 현금으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AMPC는 법인세 감면(세액공제)이나 현금 형태로 제공된다. 미국에는 이 권리를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돼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태양광 기업 퍼스트 솔라는 태양광 모듈 판매로 확보한 7억 달러(약 9300억원)의 AMPC 권리를 지불결제 업체 파이서브에 팔았다. 국내 기업도 이와 유사한 거래를 하는 것이다.
SK온은 지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AMPC 유동화(현금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SK온은 지난해 5670억원, 올 1분기는 385억원의 AMPC 보조금을 확보했다. 이를 조기에 현금화할지 따져보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적절한 매수자와 매도가만 협의된다면 재무구조 개선에 긍정적 효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가 ‘보조금 현금화’에 착수한 건 막대한 설비 투자액을 충당해야 해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배터리 생산기지 구축에 지난해 총 10조9000억원을 쏟아부었다. SK온도 올해 7조5000억원의 설비 투자를 계획 중이다. 그러나 실제 1분기 AMPC 보조금 1889억원을 제외하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1573억원)은 316억원의 영업손실로 바뀐다. SK온도 3315억원의 영업손실이 3700억원까지 불어난다. 삼성SDI는 올 1분기 AMPC 보조금 467억원을 최초로 반영해 267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전년 동기(3118억원) 대비 29% 감소한 수치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거세진 ‘트럼프 리스크’도 보조금 현금화를 부추긴다. 유력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첫날 IRA 법안 및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폐지할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이에 보조금 축소가 현실화하기 전 사전 정지작업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적 반등을 이끌 전기차 수요 회복 시점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기차 판매량이 다시 늘면 배터리 업계도 수익 증가와 AMPC 보조금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당분간 줄어든 이익을 AMPC 및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발주 부족분에 대해 지불하는 보상금으로 메워야 하는 처지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 반등 시점까진 고난의 행군이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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