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윰노트] 세월이 나를 성장하게 만든다

2024. 5. 10.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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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정 메타 인스타그램 홍보총괄

때로는 오해나 미움받을 일 생기지만
훗날 내 마음그릇 넓어지고 깊어지는 계기돼

과장 시절 선망하던 럭셔리 패션 회사로 이직했다. 회사의 매출이 커지면서 제품 홍보를 넘어선 기업 홍보의 필요성이 생겼고, 패션 경험은 없지만, 기업 홍보의 경험이 있던 내가 뽑힌 것이다. 나는 그때 차장으로 입사했는데 같이 일하는 동료인 과장이 나를 은근슬쩍 지속해서 따돌렸다. 그녀는 아마도 패션업계 경험도 없는 내가 자기보다 높은 직급으로 입사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그때 나는 괴롭힘을 당한 것이 서럽고 억울했다. 억울함이 쌓여 눈물이 나올 때면 회사에서 울기는 싫어 회사 밖으로 무작정 뛰어나왔다. 누가 볼까봐 뒷골목으로 도망쳐 길거리에 세워져 있는 차 뒤로 숨어 들어가 엉엉 울곤 했다. 그 시절 나를 만났던 사람들은 내 슬프고 비참한 회사생활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아무리 들어줘도 끝나지 않는 성토대회를 듣고 있었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매우 미안하다. 그때 나는 그만큼 절박하고 견디기 힘들었다.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 2년여를 버티다가 회사를 그만두었다. 회사를 떠난 뒤에서도 상처받은 마음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길을 가다가 비슷한 나이대의 비슷한 머리 스타일을 한 사람을 멀리서만 봐도 가슴이 철렁할 정도였다. 직장 내에서 당한 괴롭힘은 마음에 오래 남아서 그 일을 잊는 데까지는 그 회사에 다닌 시간의 갑절 이상이 걸렸다.

시간이 흘러 나도 다른 회사에 다니며 그녀와의 기억을 잊었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처럼 보지 않으니, 만나지 않으니 나의 마음도 조금씩 치유가 되는 것 같았다. 업계가 좁아서 사람들을 통해 그녀 역시 다른 곳으로 이직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작년에 한국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들을 맛보는 행사가 개최됐다. 친구와 함께 구경을 갔다.

그런데 거기서 우연히 반대쪽에서 걸어오던 그녀와 만난 것이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가슴이 철렁했다. 예전 같으면 못 본 척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갔을 것이다. 놀랐지만 그날따라 용기가 샘솟았다. “안녕하세요?”, “아, 네….” 나는 먼저 인사를 건넸고, 그녀는 어색하게 내 인사를 받았다. “○○ 다니신다는 말씀 들었어요. 잘 계시죠?”, “아, 예…. 어디 계시죠?”라고 물었다. “네, 저는 메타에서 인스타그램 홍보를 하고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아, 그러시구나.” 업계가 좁아서 그녀도 분명 나의 소식을 알고 있을 텐데도 그녀는 모르는 척 태연하게 대답했다. “행사 즐겁게 보시고 다음에 또 뵙죠.” 어색한 침묵이 흘렀지만, 내가 먼저 웃으며 마무리를 했다.

이렇게 10년 만에 이뤄진 그녀와의 만남이 웃음으로 마무리되었다. 헤어지고 나서도 가슴은 두 방망이 세 방망이 쳤지만 나는 기분이 좋았다. 그녀를 욕하던 과장 시절의 내가 그녀를 보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웃으며 안녕을 했다. 드디어 마음속 짐을 덜었다. 딱 10년이 걸렸다. 내 마음이 조금 큰 것 같아서, 내가 좀 어른이 된 것 같아서 스스로 조금 자랑스러웠다. 내가 드디어 그 아픈 시절을 극복했구나 싶어서 안도감이 들었다. 10년 전의 나를 만나서 꼭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너의 고통이 마치 네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져서 힘들겠지만 10년 후의 너는 그녀를 만나서 먼저 인사를 건넬 정도로 여유 있는 어른이 된다’고. ‘힘내라!’라고 해주고 싶다.

살다 보면 내가 원하지 않아도 다른 이들에게 오해를 사거나 미움을 받을 일이 생긴다. 그 당시에는 너무 괴롭고 힘들지만 세월이 지나고 보면 당신의 마음 그릇은 생각보다 넓어지고 깊어진다. 그리고 그 시간은 10년이 될 수도, 1년이 될 수도, 한 달도 안 걸릴 수도 있다. 화살표가 상대방을 향할 때는 괴롭지만, 때로는 세월이 나를 성장하게 해서 화살표를 녹여버리기도 한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지금 고통의 상황에 있다면 많이 힘들겠지만 10년 뒤의 자신을 상상하며 넓고 깊게 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당신에게는 분명 그런 힘이 있다.

정다정 메타 인스타그램 홍보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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