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가뜩이나 뛰는데…‘2+2년치’ 폭등 예고
다가오는 임대차법 4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40대 김모씨는 오는 7월 말 전세 계약 만기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2020년 7월 보증금 5억8000만원에 계약한 김씨는 2년 뒤인 2022년 7월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해 2000만원을 올린 6억원에 갱신계약을 맺었다. 전월세상한제에 따라 5%(2900만원) 이내로 전세보증금을 증액한 것이다.
이 아파트에 좀 더 거주하고 싶은 김씨는 집주인에게 재계약 가능 여부를 물었는데, “기존에서 1억3000만원 증액한 7억3000만원에 재계약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김씨가 거주하는 면적의 최근 전세 시세는 6억9000만~7억5000만원 정도다. 김씨는 “한꺼번에 보증금 1억원 이상을 올려주고 계속 살지, 다른 전셋집을 알아봐야 할지 고민된다”며 “이렇게 전셋값이 계속 오르면 차라리 집을 사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년째 오르고 있다. 9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일주일 전보다 0.09% 상승하며 51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2022년 급락(-9.36%)했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5월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빌라·오피스텔 전세 사기 등으로 인해 아파트로 전세 수요가 몰리고, 신축 아파트 입주물량의 감소, 고금리 장기화로 매매 수요가 전세에 머무는 등의 ‘수급 불균형’이 작용한 결과다.
실제 서울의 경우 전세 수요보다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전(3만9377건)보다 24.5% 줄어든 2만9732건에 그치고 있다. 서울 구로구 삼성래미안(1124가구)처럼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임에도 전세 매물 한 건 없는 곳도 많다. 은평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를 찾는 손님이 많아 적정 가격대 매물이 나오면 곧바로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전셋값 상승을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의 영향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2020년 8월부터 시행된 ‘임대차 2법’에 따라 임차인은 2년 계약 만료 후 계약갱신권을 보장받고(계약갱신청구권), 갱신 계약 시 5% 이내 인상한 가격을 적용(전월세상한제)받을 수 있다.
현재 4년(2+2년) 만료 계약이 꾸준히 도래하고 있는데, 그동안 전셋값을 5% 이상 올리지 못한 일부 집주인들 사이에서 신규 계약을 통해 이를 한꺼번에 올리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4년(2+2년) 계약 만기가 도래한 전세 매물의 가격이 한꺼번에 뛰는 것도 전셋값을 자극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전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에 임대차법의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향후 전세 시장이 더욱 불안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실제 임대차 2법이 처음 시행된 이후 4년(2+2년)치 전셋값을 한꺼번에 올려 받으려는 집주인이 늘면서 전셋값이 폭등한 전례가 있다. 내년까지 계약갱신청구권을 한 차례 사용한 4년 계약 만기 전세 매물은 서울에서만 5만4000건가량이 나온다.(국토부 실거래공개시스템)
윤지해 부동산R114 선임연구원은 “향후 입주 물량 자체가 줄어드는 데다 서울의 경우 재건축·재개발 물량이 많아 전세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공급 충격이 발생하기 어려워 1~2년 안에 전셋값이 하락할 뚜렷한 요인이 없다”고 설명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도 “1~2인 가구 분화로 전세 시장에 진입하는 신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서울, 수도권은 물론 일부 지방 도시에서도 전셋값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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