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정부의 과감한 도매시장 구조 개선책, 일선서도 힘 보태야
최근 농산물 가격은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량 감소로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여왔으며, 정부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강도 높은 농산물 수급정책과 가격안정 정책을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하여 유통비용 절감 방안까지 내놓았다. 이번 대책을 보며 필자가 느낀 것은 예년과 달리 정부가 유통의 문제를 단순히 비용절감 차원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특히, 대책 내용 중 농산물 도매시장 관련 정책들은 오랜 시간 농산물 도매시장을 연구해 온 필자가 보기에 쉽지 않은 내용이지만 꼭 해야 할 일들로 정부가 맥을 잘 짚었다고 본다.
과거 도매상들의 폐해로부터 농업인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농산물 도매시장은 그간 효율적인 농산물 수집·분산과 효과적인 가격발견 기능을 수행하며 국민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기여해 왔다. 그러나 한번 지정되면 퇴출당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도매법인의 실질적인 독과점 문제와 수수료 기반의 과도한 수익구조는 국민이 농산물 가격 인상의 요인으로 꼽는 주요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는 농산물 도매시장의 경쟁 강화와 공공성 제고, 도매가격 진폭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도매법인의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과부진 도매법인의 지정취소를 의무화하고, 시장별로 도매법인 적정 수 기준을 마련하여 지자체의 신규법인 공모를 의무화한다. 또한 도매법인의 과도한 수익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적정 수수료율에 대해서도 제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울러 도매가격의 진폭을 낮추기 위해 전자송품장과 정가수의매매제도를 활성화하고, 가격공시제도도 상위 40% 가격을 평균하여 공시하는 것에서 품목별 품질에 따라 공시하는 것으로 바꾸는 등 굵직한 내용이 눈에 띈다.
그간 정부의 정책 수립과정에 많이 참여해 보고, 현장을 잘 아는 필자의 생각으로는 금번 대책에 포함된 위 내용은 과감한 정책으로 정부의 정책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한다. 정부가 발표한 정책들이 제대로 추진된다면 도매법인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도매법인들의 대농민 서비스와 공적 역할이 경쟁적으로 강화되어 결과적으로는 유통비용도 자연스럽게 낮아질 것이다.
유통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40년의 낡은 틀을 과감하게 뜯어고치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다시 한번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도매시장 유통 주체들도 국민 눈높이에서 농업인과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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