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리버풀’ 꿈꾼다…인천 등 지자체, 쇠락한 원도심 개발
구도심 정비사업 꿈틀
인구가 밀집한 서울과 일부 수도권을 제외하면 지방의 원도심은 인구 유출과 그에 따른 고령화, 빈부 격차 등의 문제로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다.
인천시의 경우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한 송도신도시가 지난 20여년 간 국제도시로 발돋움하는 동안 인천의 원도심인 동인천(중구·동구), 제물포(미추홀구) 일대는 경쟁력을 잃어 갔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천시 인구는 40년간(1980~2023년) 108만 명에서 299만 명으로 약 3배 증가했다. 그러나 중·동구 원도심 인구는 거꾸로 24만8000명에서 10만3000명으로 60%가량 감소했다. 인천시 고령화율은 16.4%로 전국 평균(18.8%)보다 낮은데, 중·동구 원도심은 26.5%로 초고령사회(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 이상)에 해당한다. 중·동구에선 2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이 78%에 달하고 빈집도 1만 호(인천시 전체의 약 11%)에 육박한다.
지난 8일 찾은 인천 중구 동인천역 인근 송현자유시장은 한낮인데도 인적이 드물었다. 한 상인은 “20년 전엔 서울 명동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북적였는데 지금은 차가 지나다녀도 될 정도로 골목이 휑하다”고 말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심각한 지역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 원도심을 활성화하는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역점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다. 인천 중구·동구 원도심과 인천 내항 일대를 전면 재개발해 문화·관광·상업 중심지로 탈바꿈하는 게 골자다.
역시 도심 공동화 현상을 겪다가 중앙·지방정부가 합심해 원도심 개발에 나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자리 잡은 영국의 항구도시 ‘리버풀’, 독일의 함부르크 ‘하펜시티’를 모델로 삼고 있다.
경기도는 오는 6월부터 총 200억원을 투입해 지역 특성에 맞는 낙후 원도심 재생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별법을 적용받는 1기 신도시와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 나머지 원도심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산·울산·전남·충북 등 주요 지자체들도 각기 ‘원도심 활성화 전담팀’ 등을 꾸려 원도심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정부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초 인천 등 전국을 돌며 개최한 민생토론회에서 노후화된 도심 재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원도심 개발 사업은 대체로 주민 보상 등 난제가 많고 수익성이 낮아 사업 속도가 나지 않는 고충이 있다. 민간에서 선뜻 나서지 않다 보니 인천시와 경기도 등 지자체는 인천도시공사(iH), 경기주택도시공사(GH) 같은 지역 공기업을 사업 시행자로 끌어들여 공공 개발에 나선다. 하지만 지방 공기업도 정부의 부채 관리 압박 탓에 손실을 감수하고 지역 개발 사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차제에 원도심 개발 사업성을 높이거나 정부가 지방 공기업에 적정한 부채비율을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수익성이 나야 사업 속도가 나기 때문에 민·관, 지역사회가 수익 창출 모델을 함께 구상하거나, 공공 주도로 사업을 할 때도 공사채 발행 등에 좀 더 유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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