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형의 책·읽·기] 청소·독서·운동… 비우고 반복하는 매일의 승부처

김진형 2024. 5. 1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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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웅정의 말에는 타격감이 있다.

원래 필요한 말은 아파야 하는 법, 기본을 지킨다는 것은 끊임없는 노력을 동반하기에 불편함이 따라온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된다'는 비슷한 말이 반복돼도 반가운 구석이 있다.

삶 자체가 노력의 반복이었고 스스로와의 싸움이었기에 손웅정은 말할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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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감독 손웅정 인터뷰집
김민정 시인과 독서노트 대담
부모 역할·삶의 태도 둥 조언
아들 손흥민 성장담도 다뤄
“버림은 더 나은 사람 되는 과정”
▲ 손웅정 감독이 유소년 선수들을 코치하고 있는 모습. 본사DB

손웅정의 말에는 타격감이 있다. 다소 강압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귀에 쿡쿡 박힌다. 애초부터 달콤한 말로 상대방을 속이는 스타일이 아니다. 원래 필요한 말은 아파야 하는 법, 기본을 지킨다는 것은 끊임없는 노력을 동반하기에 불편함이 따라온다.

손웅정 인터뷰집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가 최근 나왔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된다’는 비슷한 말이 반복돼도 반가운 구석이 있다. 춘천 손축구아카데미 감독이자 세계적인 축구 선수 손흥민을 키운 아버지. 삶 자체가 노력의 반복이었고 스스로와의 싸움이었기에 손웅정은 말할 자격이 있다. 비겁함, 유약함, 밋밋함과는 거리가 멀다.

1년에 책 200권 이상을 읽는 독서광인 손웅정에게 책은 희망이다. 아들의 독일 진출 시기부터 독서노트를 썼고, 6권의 노트에는 온몸으로 부딪치며 통과해 온 질문과 통찰이 담겨 있다.

김민정 시인이 대담을 진행하고 정리한 이번 인터뷰집도 독서노트의 메모에서 시작됐다. 인생의 답 대부분을 책에서 배웠다는 그는 책이 모두 소화될 때까지 읽고 중요한 부분이 입력되면 가차 없이 버렸다. 배움이라는 마찰 없이는 품격도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단순히 성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와 결이 다르다. 건강한 욕망이 읽힌다. 부모의 역할과 청소의 중요성, 리더로서의 역할까지 그의 말은 모두 진심이다.

▲ 나는 읽고 쓰고버린다손웅정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운동하고 하루에 2시간 이상 청소에 시간을 쓰는 손웅정처럼 모두가 바쁘게 살아갈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가 부모로서 사회에 던지는 조언들은 절절하다.

부모는 자식과 친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위엄과 솔선수범이 있어야 한다. 같은 잘못을 반복하면 고칠 때까지 훈육한다. 하지만 아이가 숨 쉴 구멍은 만들어야 한다. 자유를 주되 질서를 지키는 가르침은 유연함과 겸손의 미덕으로 연결된다. 손흥민의 훈련 과정도 혹독했지만 운동이 끝나면 늘 아버지 무릎에서 놀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부모가 앉아서 책을 보면 아이들은 책을 보지 말라고 해도 본다”고 조언한다. 아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결국 지성과 감성의 균형이다. 손축구아카데미에서 아이들에게 먼저 가르치는 것 또한 인성이다.

여전히 손웅정의 말은 거침없다. 단숨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문장이 간결하다. 드리블에 대한 그의 지론도 그렇다.

“드리블을 묘기로 아는 거, 그게 욕심이라는 거예요. 저는 급할 때 볼 소유할 수 있을 정도로만 드리블을 짧게 가르쳐요. 나한테 볼이 오면요, 그 즉시 바로 떠나 보내야 해요. 볼은 구십 분 동안 수백 킬로 뛰어도 하나도 힘 안 들지만, 사람은 힘들어 죽어요. 방법은 나 대신 볼을 뛰게 하면 되는 거예요.”

축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선수마다 각자 스타일에 맞는 포지션이 있고 상황에 따라 즉각적인 대처를 해야 한다. 감독은 전술에 따라 선수를 배치하고 경기를 지휘한다. 게임은 승패가 정해져 있지만, 단 한 경기로 모든 승부가 갈리는 것도 아니다. 다음 경기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그라운드를 떠날 때야말로 진정한 평가가 시작된다. 손웅정이 삶을 대하는 태도도 그렇다. 세상을 바꾸려면 나부터 변해야 한다는 단순한 이치다.

리더의 자질과 더불어 계속 언급되는 부분은 ‘청소’다. 그릇을 비워야만 담을 것이 늘어나는데, 그의 경우는 아예 그릇의 수를 줄여버린다. 버려야 할 것을 안다는 것은 집중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안다는 뜻이기도 하다. 손웅정에게 삶이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투쟁의 과정이다. 노력이 반복되는 한 실패해도 괜찮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의 승부처는 한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완전한 사람이 어디 있고, 완성된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래서 계속 청소하자는 거고, 고민하자는 거고, 운동하자는 거고, 책 읽자는 거예요. 성공 말고 가치를 좇자는 거예요.”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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