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부모 통화 뒤에야 "약 두고 왔다"…80분 만에 피해자 발견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의대생 최모(25)씨가 파출소에서 부모와 통화 뒤 “복용하던 약을 두고 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 투신 신고로 구조된 후 침묵하던 최씨가 입을 열면서 약을 가지러 현장을 다시 찾은 경찰은 신고 80분 만에 피해자 시신과 흉기가 든 가방을 발견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최씨는 당초 지난 6일 오후 5시 20분쯤 강남역 인근 건물 15층 옥상에서 “한 남성이 투신하려고 한다”는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구조돼 인근 파출소로 이동했다. 최씨는 처음에는 “왜 투신하려 했냐” “소지품은 없나. 어디 있느냐” 등 경찰의 질문에 침묵하다가 경찰의 설득 끝에 부모와 통화한 뒤 “평소에 복용하던 약 등 소지품을 옥상에 두고 왔다. 가져와야 한다”고 입을 열었다고 한다.
경찰은 이같은 최씨의 진술에 따라 약 1시간 20분 뒤 최씨의 소지품을 찾으러 해당 건물을 다시 찾았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건물 옥상 사각지대에서 피해자의 시신을 발견했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피해자의 시신 옆엔 최씨의 소지품이 담긴 가방이 함께 있었다. 최씨의 가방 안에선 혈흔이 묻은 최씨의 옷과 흉기 등 증거품이 발견됐다. 경찰은 즉시 최씨를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이로 인해 최씨가 범행 뒤 옷을 갈아입는 등 계획범죄를 저지른 정황도 드러났다. 최씨가 피해자의 혈흔이 자신의 옷에 묻을 것을 예상하고 미리 다른 옷을 준비해 가져간 뒤 범행 이후 옷을 갈아입었던 것이다. 경찰은 최씨가 범행 약 2시간 전 경기도 화성의 한 대형마트에서 흉기를 미리 구입했고 피해자의 목 부위 경동맥을 찔렀던 사실도 파악했다.
최씨는 지난 8일 법원의 영장발부로 구속됐다. 최씨 측 변호인은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이후 기자들에게 “최씨가 오랫동안 계획한 범죄는 아니지만 계획했다. 우발범죄는 아니다”라고 인정한 바 있다.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는 10일 최씨에 대한 프로파일러 면담 및 진술 분석을 한 이후 사이코패스 진단 및 폭력성향 검사 등을 실시한다. 경찰은 또 최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디지털 포렌식도 진행할 예정이다.
박종서 기자 park.jongsu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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