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밝은 네온사인 빛”
마곡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6월 28일까지
“12살에 아버지가 먼저 탈북을 했고 아버지 연락을 받아 15살 때 어머니, 남동생과 함께 두만강을 건넜습니다. 3월 1일 아직 얼어있는 두만강을 걸어서 건너는데, 가끔 얼음이 깨지면서 ‘철렁철렁’ 소리가 나면 혹여 들킬까 얼마나 떨었던지...”
학교를 다니는둥 마는둥 하던 15살 소년이 원래 살던 곳과는 천양지판 다른 서울에 와서 중학교 2학년생이 됐다. 시공을 가르지르는 상상초월 경험은 가름조차 되지 않는다. 학업은 따라가기 어렵고, 친구들은 따돌리고, 먼저 탈북한 아버지는 한국에서 새 가정을 이루고 있고,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와중에 이번에도 그림이 안 작가에게 한줄기 빛이 됐다.
마곡에 위치한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안 작가의 개인전 ‘저 너머의 형태’가 6월 28일까지 이어진다. 이 전시에서 안 작가가 천착해온 원 시리즈, 벽 시리즈, 빛 시리즈 등 세가지 시리즈의 작품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안 작가의 원은 ‘원’이지만 완벽한 원은 아니다. 어딘가 이지러지고, 어딘가 슬픔이 어려있고, 그러면서도 초연한 정서는 그저 관객의 느낌일까.
“처음 중국에 도착했을 때 환하고 밝은 네온사인 빛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어요. 그런 세상이 있을거라고 상상도 못해봤으니까요. 그때의 놀라움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느낌을 아직 제대로 구현해 내지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빛’ 시리즈를 평생 가져가겠다 다짐하는 이유입니다.”
“거칠고, 녹슬고, 흘러내리고, 낙서가 되어있고... 그런 캔버스 천이 꼭 탈북자로서의 제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북한에서 15년 살았고, 한국에서 꼭 그만큼인 15년을 살았지만 여전히 저는 어린 시절의 감성과 질감에 매여 있는 것 같아요. 세상이 탈북자 화가가 그려줬으면 하는 북한 실상을 고발하는 사실주의 작품 대신 뭔가 모던해 보이는 추상화 작업을 하고 있지만, 그 추상화가 결국은 ‘탈북자’라는 정체성 안에서 비로소, 오롯이, 온전해 지고 있으니, 참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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