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해리 케인, '무관'의 저주는 피하지 못했다

이준목 2024. 5. 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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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뮌헨, 레알 마드리드에 1-2 역전패, UCL 결승진출 좌절

[이준목 기자]

'월드클래스 공격수'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끝내 우승컵을 들어올리는데 실패했다. 케인의 소속팀 뮌헨은 5월 9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의 2023~2024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준결승 2차전 홈 경기에서 1-2로 역전패를 당했다. 1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2-2로 비긴 뮌헨은 2경기 합계 3-4로 밀려 UCL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뮌헨에게는 통한의 패배였다. 두 경기 연속으로 먼저 승기를 잡아놓고도 1승도 거두지 못했다. 1차전에서는 김민재의 뼈아픈 2번의 수비실수로 2골을 내주며 비겼다. 2차전에서는 후반 23분 알폰소 데이비스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고 정규시간 막바지까지 리드를 유지하며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 했으나 후반 43분과 46분 교체투입된 호셀루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믿기 어려운 대역전패를 당했다.

UCL 최다 우승팀인 레알 마드리드는 또다시 결승에 올라 통산 15번째 우승의 기회를 잡았다. 또한 레알 마드리드는 뮌헨 상대로만 2011-12시즌 준결승 1차전 패배 이후 12년간 UCL 9경기 연속 무패(7승 2무)를 기록하며 '천적 관계'를 이어나갔다.

반면 뮌헨과 케인에게는 가뜩이나 악몽같은 시즌의 화룡점정을 찍는 하루였다. 독일 최고의 클럽을 자부하던 뮌헨은 UCL 패배로 시즌 '무관'이 최종 확정됐다. 뮌헨은 이미 분데스리가에서 레버쿠젠의 무패 우승 질주에 11연패 행진을 마감하고 왕좌를 내줬다. 독일축구협회(DFB)-포칼컵에서는 2회전에서 3부리그팀인 자르브뤼켄에 덜미를 잡혔다. 심지어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단판승부인 DFB 슈퍼컵에서도 라이프치히에게 0-3으로 패했다.

독일을 넘어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클럽인 뮌헨이 한 시즌 동안 단 하나의 우승트로피도 들어올리지 못한 것은 2011-12시즌 이후 무려 12년 만에 처음이다.

덩달아 핵심 공격수인 케인의 무관 징크스 역시 주목받고 있다. 케인은 2022-23시즌 종료 후 정든 친정팀 토트넘 홋스퍼와 잉글랜드를 떠나 뮌헨으로 전격 이적했다. 바로 우승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케인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공식전 435경기에 출장하여 총 280골을 터뜨렸고 EPL 득점왕만 3번이나 차지한 토트넘 구단 사상 최고의 골잡이였다. 국가대표팀에서 월드컵 득점왕과 도움왕도 한번씩 수상했다.

하지만 클럽과 대표팀 커리어를 통틀어 우승 경력이 단 한 차례도 없다는 게 유일한 흠이었다. 토트넘은 2007-08시즌 리그컵 우승을 끝으로 각종 대회에서 16년째 무관에 그치고 있다. 케인은 토트넘에서 리그, UCL, 리그컵에도 모두 준우승만 다수 경험했다. 공교롭게도 토트넘을 거쳐갔던 가레스 베일, 루카 모드리치, 카일 워커, 키어런 트리피어, 크리스티안 에릭센, 에릭 라멜라, 탕귀 은돔벨레, 위고 요리스 등 옛 팀동료들이 모두 클럽 혹은 대표팀에서 우승 경력이 있는 것과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케인이 뮌헨으로 이적을 결정하면서 무관의 저주는 끝난 것처럼 보였다. 뮌헨은 케인이 이적하기 전까지 분데스리가에서 11연패를 달성했고, 유럽클럽대항전 최상위 대회인 UCL에서도 매년 우승후보로 꼽힐만큼 '우승 DNA'를 갖춘 팀이었다.

뮌헨에서 케인의 활약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바르셀로나)의 이적 이후 마땅한 주인을 찾지못했던 뮌헨의 최전방 스트라이커 자리를 단숨에 꿰찼다. 처음으로 잉글랜드를 떠나 새로운 리그에 적응해야했던 케인이었지만 독일에서도 변함없이 출중한 활약을 펼쳤다. 모든 대회를 합쳐 무려 44골을 기록했고 유럽 리그에서 페널티킥 외 필드골로만 36골을 터뜨리며 1위에 올랐다. 분데스리가 36골과 챔피언스리그 8골로 두 대회에서도 모두 득점왕이 유력하다.

하지만 케인은 놀랍게도 뮌헨에서도 우승에 모조리 실패했다. 무관이 케인의 책임이라고는 하기 어렵지만, 케인 역시 중요한 순간에서의 활약이 아쉬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리그에서는 레버쿠젠 등 우승 경쟁팀과의 맞대결에서 침묵했고, 컵대회에서도 토너먼트에서 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레알과의 UCL 4강전 2경기에서는 필드골을 하나도 넣지 못했다. 2차전 후반 84분에는 에릭 막심 추포모팅과 교체된 이후 팀의 충격적인 대역전패를 벤치에서 그저 지켜만 봐야했다. 이 결정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토마스 투헬 감독은 "케인이 등 부상 때문에 더 이상 뛸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케인의 아픔이 가장 남일같지 않은 것은 아마도 손흥민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손흥민과 토트넘 역시 올시즌 무관이 확정됐다. 토트넘은 올시즌 공식 대회에서 모두 탈락했고 리그에도 현재 5위에 그치며 다음 시즌 UCL 티켓도 불투명하다.

케인과 손흥민은 2015~2016시즌부터 8시즌 동안 토트넘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며 '손케 듀오'로 불릴만큼 환상의 콤비플레이를 자랑했다. 두 선수가 함께 뛰는 동안 손흥민이 24골, 케인이 23골을 넣으며 EPL 역사상 최다 합작골 신기록인 총 47골을 터뜨렸다.

케인이 떠나면서 토트넘에 홀로 남은 손흥민은 올시즌 팀의 새로운 주장으로까지 선임됐다. 에이스이자 리더의 역할을 물려받아야 한다는 부담 속에서도 손흥민은 보란 듯이 케인없이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손흥민은 올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만 17골(7위) 9도움(6위)을 터뜨리며 정상급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손흥민 역시 케인과 마찬가지로 무관을 피하지 못했다. 몇년간 지속적으로 지적받아온 수비조직력 불안과 세트피스 수비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토트넘 수비불안의 최대원흉으로 지적받았던 에릭 다이어가 뮌헨으로 떠난 이후 김민재를 제치고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아이러니하다. 케인이 떠난 이후 정통 스트라이커의 부재로 손흥민이 분전하고 히샬리송이 어느 정도 부활했음에도, 중요한 고비마다 케인의 빈 자리가 느껴졌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케인의 뮌헨이 슈투트가르트(분데스리가)-레알 마드리드전(UCL) 연패로 최악의 한 주를 보내는 동안, 토트넘 역시 리그 4연패(뉴캐슬-아스널-첼시-리버풀)에 빠지며 시즌 막바지로 갈수록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토트넘은 다음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대신 유로파리그에 나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케인의 뮌헨과는 만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계적인 지도자와 전문가들이 모두 당대의 '월드클래스 공격수'라고 인정한 케인과 손흥민이 위대한 개인 커리어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승과는 둘 다 인연이 없다는 것은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꿈을 이루기 위하여 '이적과 잔류'라는 서로 다른 길을 선택했던 두 스타의 결정은 누구도 웃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과연 케인과 손흥민 중 은퇴하기 전에 누가 먼저 우승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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