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투헬의 숨은 실수 3개… 레알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김정용 기자 2024. 5. 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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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투헬 바이에른뮌헨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뮌헨 감독의 설계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행운 섞인 골 이후 대응은 조금씩 아쉬웠고, 다른 팀이면 몰라도 레알마드리드 상대로는 통하지 않았다.


9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23-2024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4강 2차전에서 레알마드리드가 바이에른에 2-1 승리를 거뒀다. 앞선 1차전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한 레알이 1승 1무로 결승에 올랐다. 레알은 6월 2일 영국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보루시아도르트문트를 만나게 된다.


▲ 투헬과 안첼로티 모두 승부수 버리고 '정공법'으로 시작


레알은 앞선 8강전에서 맨체스터시티를 꺾은 원동력이었고, 4강 1차전에서도 그대로 유지했던 호드리구 왼쪽 배치를 버렸다. 기존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호드리구 투톱으로 돌아갔다. 그 뒤를 주드 벨링엄이 받치는 4-3-1-2 포메이션이 레알의 평소 대형이었다. 투톱 중 비니시우스가 왼쪽에 치우쳐 활동하길 좋아하기 때문에 호드리구는 오른쪽에 치우친 동선을 보였다.


4-3-1-2 대형은 수비 상황에서 포메이션 변화를 통해 측면 수비를 강화해야만 하는데, 이를 위해 희생하는 역할은 이번에 벨링엄이 맡았다. 수비 상황에서는 벨링엄이 왼쪽 미드필더로 이동해 4-4-2 형태를 만들었다. 다만 벨링엄은 윙어가 아니라 중앙 미드필더에 가깝기 때문에 공격할 때 투톱 바로 아래에서 활동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가장 선호하는 위치까지 가려면 시간이 걸리다보니 위력을 잘 발휘하진 못했다.


이에 맞서는 바이에른은 1차전보다 센터백의 기동력은 낮추고, 중원의 기동력은 높여 균형을 잡았다. 센터백은 김민재보다 차분하게 물러나 지키는 성향의 마테이스 더리흐트가 투입됐다. 대신 중원에는 1차전에서 기여도가 낮았던 레온 고레츠카 대신 알렉산다르 파블로비치로 바뀌었고, 2선에는 지능적인 노장 토마스 뮐러가 아니라 기동력이 좋은 세르주 그나브리를 배치했다. 역습 상황에서 전방으로 달릴 수 있는 선수의 숫자를 늘렸는데 이 변화가 몇 차례 효과를 봤다.


요약하면 두 팀 모두 1차전은 특별한 노림수가 있는 라인업이었지만, 2차전은 좀 더 평소 배치에 가깝게 돌아와 경기를 시작했다.


레알이 기본적으로 우세한 경기를 했지만, 바이에른이 초반부터 잘 버틴 건 수비대형이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비니시우스의 일대일 돌파에서 시작되는 공격은 바이에른 측이 대헝을 유지하면서도 돌파 경로를 두 명 이상이 막고 있었기 때문에 좀처럼 속도를 붙이지 못했다. 1차전에 이어 미드필더 콘라트 라이머의 수비 기여도가 높았다. 여기에 파블로비치까지 수비진의 빈 공간을 잘 메우면서 막아줬다.


레알 입장에서는 오히려 왼쪽 공격으로 바이에른 수비를 몰아놓고 오른쪽의 다니 카르바할과 호드리구를 활용하는 공격이 더 시원하게 전개되곤 했지만 골은 되지 않았다. 방향 전환의 중심인 토니 크로스가 여러 차례 정확하고 타이밍 좋은 패스를 뿌렸다.


▲ 레알 전술변화 통했지만, 바이에른 선제득점이라는 변수


후반전 초반 레알의 전술변화가 경기 흐름을 바꿨다. 비니시우스가 더 노골적으로 왼쪽 측면에 딱 붙어 패스 투입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라이머가 협력수비를 하러 오기 전에 상대 수비와 일대일로 맞선 아이솔레이션 상황에서 드리블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키미히를 일대일로 여러 번 벗겨냈다. 만약 공격 템포가 조금 느려지면 벨링엄, 호드리구 등이 왼쪽 공격에 가세해 수비 한 명을 유인하며 여전히 비니시우스가 아이솔레이션 상황을 누릴 있도록 해줬다.


비니시우스는 후반전 시작 후 단 7분 만에 돌파 성공을 2회 기록했다. 이때 투헬 감독은 비니시우스를 제어해야 한다는 과제를 더 절감했어야 했다. 이를 소홀히 한 대가를 잠시 후 치르게 된다.


바이에른은 마누엘 노이어의 선방쇼와 해리 케인의 역습 전개 능력이라는 계산된 요소, 그리고 알폰소 데이비스의 마무리라는 뜻밖의 요소가 조합되며 선제골을 만들었다. 노이어는 선제골 전까지 선방 4개를 기록했는데 쉽게 막은 것도 아니고 대부분 들어갈 뻔한 공을 막아낸 큰 활약이었다. 노이어가 겨우 버티는 가운데 후반 23분 케인의 특기인 롱패스를 받아 데이비스가 왼발도 아닌 오른발로 골을 꽂아 넣었다.


김민재(바이에른뮌헨). 서형권 기자
호셀루(레알마드리드). 게티이미지코리아

▲ 선제골 이후 역전패까지 이어진 투헬의 실수 3개


선제골을 넣고 잠시 후 윙어 리로이 자네를 빼며 김민재를 투입한 것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바이에른은 김민재를 레프트백으로 넣어 4-4-2를 형성하면서, 때에 따라 5-3-2 파이브백으로 보이는 수비 태세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 수비 변화의 의미는 크지 않았다. 스리백으로 섰을 경우, 세 센터백 중 가장 전진수비 위주 성향을 보이는 김민재가 상대 공을 빼앗을 기회 없이 공 없는 곳에 머무르는 경우가 잦았다. 수비 숫자가 늘어난 만큼 중원은 얇아졌고, 오히려 레알이 주도권을 잡고 휘두를 수 있게 됐다. 포백으로 섰을 경우, 김민재는 레알 공격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 레프트백 위치였기 때문에 수비 행위를 할 기회 자체가 없었다.


현대적인 스리백을 쓰는 팀이 상대 공격을 제어하려면 무조건 물러나 지키는 게 아니라 스리백 중 한 명이 틈틈이 튀어나가 상대 윙어의 하프 스페이스 진입을 차단하는 플레이가 필수다. 이를 감안한다면, 김민재를 왼쪽 스토퍼가 아닌 오른쪽 스토퍼로 배치하는 게 나았다. 그러면 비니시우스가 드리블로 진입할 때 김민재가 1차 저지선 역할을 하고, 그 뒤에서 더리흐트가 2차로 막는 구조를 만들 수 있었다.


두 번째 실책은 김민재 이후 교체카드였다. 자말 무시알라와 케인을 빼고 토마스 뮐러, 에릭 막심 추포모팅을 투입했다. 이로써 선발 공격진 4명이 모두 빠졌다. 그런데 역습 드리블 능력이 있는 선수를 전원 빼버렸기 때문에 레알은 아무런 위협을 받지 않고 더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었다. 컨디션이 나빴을 수는 있지만 벤치에 있던 빠르고 드리블 되는 공격수 마티스 텔을 쓰지 않은 점은 의문이었다.


종종 무조건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신체조건 좋은 공격수들을 교체투입한 뒤 이들을 수비에 전념시키는 경우도 있다. 2011-2012시즌 우승한 첼시가 그랬다. 그러나 투헬 감독은 과거 디디에 드로그바가 공격 아닌 수비만 하며 버텼듯이 추포모팅이나 뮐러를 사실상 수비수로 넣은 것도 아니었다.


세 번째 사소한 실책은 알렉산다르 파블로비치의 짧은 공백에 대처하지 못한 것이다. 파블로비치가 부상을 호소하며 쓰러졌다가 다시 그라운드에 돌아오는 짧은 시간 동안 수비 대형이 어수선해졌는데, 그 틈을 타 레알이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선수가 부상으로 일시 이탈하면서 수비대형이 무너지는 건 실점으로 직결되곤 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바이에른은 직전 슈투트가르트전에서 에릭 다이어의 출혈로 수비가 어수선해진 사이 실점하며 교훈도 얻었다. 그런데 파블로비치가 빠졌다가 다시 들어오면서 중원에 생긴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동점골 실점 상황을 보면 위 세 가지 요인이 모두 맞물린 걸 볼 수 있다. 파블로비치가 빠졌다가 그라운드로 돌아오는 중이라 바이에른 중원이 헐거워지자, 레알이 재빨리 그쪽으로 공을 돌렸다. 그래서 바이에른의 수비 강화가 무색하게 비니시우스가 풀백 요주아 키미히와 일대일 돌파를 벌일 수 있었다. 만약 교체투입한 김민재를 오른쪽 스토퍼로 넣었다면 이때 김민재가 튀어나가 비니시우스를 협력수비할 수도 있었지만, 실점 상황에서 기존 센터백 더리흐트와 다이어가 마치 포백의 두 수비수처럼 자리 잡고 김민재는 왼쪽에 잉여 수비수로 남겨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투입한 의미가 없었다.


그동안 잘 막던 노이어가 비니시우스의 슛을 제대로 잡지 못해 호셀루에게 2차 기회를 내준 건 아쉽지만, 노이어가 선방으로 막아준 실점이 더 많은 날이었다. 수비 숫자를 늘렸다면 비니시우스가 드리블 후 슛을 할 수 없게 제어했어야 했다.


그리고 동점골을 내준 순간, 공격수를 모두 빼버린 바이에른은 반격할 힘이 없었다. 남은 일은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다가 역전당하는 것뿐이었다. 이런 교체를 했다면 과거 첼시처럼 10명이 모두 페널티 박스 안에 웅크리고 연장전 돌입을 노릴 수도 있었겠지만 투헬 감독은 자신의 노림수가 실패한 뒤 2차 조치는 하지 못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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