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농사 망해" 여의도 6배 면적 쓸고 간 '5월 폭우'에 농민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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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상황이야 말도 못 해. 완전히 망했지."
전남도 관계자는 "피해 규모는 각 읍·면·동 동사무소를 통해 계속해서 조사하고 있다"며 "지원 방안은 조사가 완료되면 피해 상황을 토대로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번 폭우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보리나 귀리 등은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애호박 등 채소류는 적은 양의 변화에도 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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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귀리 등 맥류와 애호박 등 채소류 피해
"물가 영향 미쳐…세심한 관리 필요"
"피해 상황이야 말도 못 해. 완전히 망했지…."
전남 광양시 진상면에서 10년째 애호박을 재배하고 있는 장영기씨(62)가 한숨을 내쉬었다. 장씨가 운영하는 1400평(약 4628㎡) 규모의 애호박 시설하우스는 지난 5일부터 이틀간 쏟아진 폭우에 물에 잠겼다. 당초 이달 중순부터 수확을 시작할 예정이던 열매들도 모두 물에 가라앉았다.
장씨가 운영하는 애호박 하우스가 폭우로 물에 잠긴 것은 올해만 두 번째다. 지난 2월 말 쏟아진 비로 한 차례 피해를 본 뒤 빗물을 빼내고 작물을 새로 심었지만, 불과 3개월 만에 애지중지 복구한 농경지가 또 한 번 물에 휩쓸렸다.
장씨는 "수확을 불과 한 달 앞두고 1년 농사가 완전히 망해버렸다"며 "피해 금액으로 따지면 1억원이 넘어간다. 인근 농가 네 곳 합쳐서 약 3500평(약 1만1570㎡)이 물에 잠겼는데, 다들 어찌할지 몰라 자포자기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어린이날 연휴였던 지난 5~6일 이틀간 집중호우가 내린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농경지 피해가 막심하다. 지자체별로 농경지에 대한 피해 상황을 조사 중인 가운데 피해 규모와 액수는 점점 늘고 있다. 일각에선 채소와 과일의 경우 작은 변화에도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내린 비로 도내 농경지 1719㏊에서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도복(비나 바람으로 인한 쓰러짐) 면적이 1370㏊, 침수 면적이 349㏊이다. 피해 금액은 17억5000만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전남도 관계자는 "피해 규모는 각 읍·면·동 동사무소를 통해 계속해서 조사하고 있다"며 "지원 방안은 조사가 완료되면 피해 상황을 토대로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날인 5일 전남에는 이틀간 평균 100.7㎜의 비가 쏟아져 역대 5월 하루 최고 강수량을 기록했다. 특히 보성에는 이틀간 누적 강수량 267.5㎜가 쏟아졌고, 광양에도 265㎜의 많은 비가 내렸다. 이 비로 해남, 강진, 순천, 보성, 광양 등 곳곳에서 농경지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 작물로는 보리·귀리 등의 맥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토마토, 애호박 등도 포함됐다.
수확을 한 달여 앞두고 농경지 피해가 불어나면서 채소류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폭우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보리나 귀리 등은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애호박 등 채소류는 적은 양의 변화에도 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애호박(20개) 도매가격은 1만6130원으로 전년보다는 10.8% 저렴해졌지만, 평년과 비교하면 36.7% 올랐다.
고물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 폭우 피해가 서민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게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어업분과위원장)는 "보리·귀리 등 맥류는 수입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고 실생활과 직결되지 않아 당장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걱정할 필요는 없겠으나, 채소류·양념류는 적은 양의 변화에도 물가가 움직일 수 있다"며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피해를 복구하고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등 세심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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