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전북대는 4·19혁명 진원지… 전북은 5·18민주화운동 성지”

김용권 2024. 5. 9.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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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종 열사 ‘5·18 첫 희생자’ 인정 계기 재조명 움직임 활발
2020년 5월 17일 전북대에서 열린 40주년 5·18민주화운동 전북 기념식과 이세종 열사 추모식 모습(왼쪽), 전북대 옛 정문 옆에 있는 ‘전북대 4·4시위’ 표지석. 신흥고 제공


전북대생 이세종 열사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국 최초 희생자로 공식 인정받은 뒤 전북지역 민주화운동 인사들이 바빠졌다. 이번 일을 계기로 지역 민주화운동에 대한 재조명 작업을 활발히 펴고 있다. 전북에선 1980년 5월 전북대와 원광대 등의 치열한 시위 말고도 전주 신흥고 학생들이 집회를 가졌다. 광주 이외 고교에서 발생한 유일한 집회였다. 앞서 4·19혁명 때는 전북대 학생들이 전국 대학생 최초 시위를 가졌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며 역사를 정확히 알려 나가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이세종과 전북대, 그리고 신흥고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지난 3월 ‘5·18민주화운동 사망사건 조사결과 보고서’에 “이세종은 5·18민주화운동 기간 첫 사망자”라고 적었다. 그가 숨진 지 44년만의 일이다.

이는 5·18민주화운동이 광주·전남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인 항쟁이었다는 사실을 정부가 공식 인정한 것이다. 1980년 농학과 2학년이던 이 열사는 5월 18일 새벽 전북대 제1학생회관에서 밤샘 농성중 진압 군인들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1980년 5월 27일 당시 전주 신흥고 학생 1500여명이 운동장에서 S자를 그리며 “독재 정권 물러가라”를 외치고 있는 모습. 신흥고 제공


살벌했던 그 해, 신흥고 학생들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썼다. 이 학교 전교생 1500여명은 5월 27일 오전 운동장에 모였다. “아아, 광주 학우의 피의 외침이 들린다. 학우여 나가자. 나가서 우리의 피, 피를 쏟자.” 한 학생이 호소문을 절절하게 낭독한 뒤 학생들은 교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미 계엄군과 경찰이 학교를 포위하고 하늘에는 헬기 2대가 날고 있었다.

학생들은 운동장을 돌며 “전두환은 물러가라” “비상계엄 해제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시위는 당시 광주·전남 외 고교에서 일어난 최초이자 유일한 시위였다.

파문은 컸다. 학교는 5일간 휴교해야 했다. 25명의 학생이 무기정학 등의 중징계를 받았다.

대학생 최초 전북대 4·4시위

1960년 4월에는 전북대에서 전국 대학 가운데 가장 먼저 4·19혁명의 들불이 타올랐다.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에 맞선 항거가 전국으로 번질 때, 4월 4일 개강일에 맞춰 전북대 학생 700여명이 집회를 열었다. 학생들은 민주선언문을 살포하고 교문 밖 진출을 시도하다 경찰과 투석전으로 맞섰다. “부정선거 다시 하라” “이승만은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다 30여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날 시위는 고려대의 4월 18일 의거보다 14일이나 빠른 것이었다. 전북일보(1960년 4월5일자)와 전북대신문(5월13일자)은 ‘전북대 4·4시위’를 증언하고 있다.

“전북은 한국 민주주의의 뿌리”

전북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다. 전북연구원은 2020년 이슈브리핑을 통해 “전북은 동학농민혁명부터 촛불혁명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라고 주장했다.

지역 민주화인사들은 이번 이세종 열사의 첫 사망자 공인에 대해 “전북대와 전북지역이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의 진원지와 성지라는 사실이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더불어 전북 민주화운동에 대한 재조명과 의미 계승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들은 먼저 이세종기념사업회 준비위원회를 꾸렸다. 또 6월 중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 보고서가 공식 발표되면 ‘헌정식’을 열 계획이다. 향후 이세종기념관과 전북 민주화운동기념관 등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이석환 전북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역사는 단절 되어서는 안 된다”며 “이세종 열사 기념사업은 물론 아직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전북 민주화운동의 역사와 희생정신을 계승하고 미래 세대에게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추모식부터 사진전까지… 전북, 올 역대급 ‘5·18 행사’ 추진
‘모두의 오월, 하나되는 5월’ 주제
160여 단체 참가… 31일까지 개최

올해 전북지역 5·18민주화운동 기념행사는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다. 160여개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다.

제44주년 5·18민중항쟁기념 전북행사위원회는 17~31일 전북대를 중심으로 5·18 기념행사를 연다고 8일 밝혔다. 주제는 ‘모두의 오월, 하나 되는 오월’이다.

먼저 17일 오후 5시 전북대에서 제44주년 5·18민중항쟁 전북기념식과 이세종 열사 추모식이 열린다. 미완인 5·18 진상규명의 과제 완수에 대한 공감대를 확보하고, 향후 실천을 결의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이세종 장학금’이 전북대 학생에게도 전달된다.

이날 오전 이 열사의 모교 전라고에선 이 열사 추모식과 장학금 전달식, 원광대에선 민족민주영령과 임균수 열사 합동 추모제가 개최된다. 22일엔 신흥고에서 ‘5·27의거’ 기념식이 열린다.

학술세미나도 두 차례 마련된다. 17일 전북대 박물관에서는 ‘5·18민중항쟁과 최초 희생자 이세종 열사’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개최된다. 주최 측은 이 열사가 지역사 교재는 물론 검인정교과서에 수록되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31일 우석대에선 신흥고의 5·27 의거를 중심으로 한 ‘5·18민중항쟁기념 전북학술제’가 열린다.

2018년 시작되었다가 중단되었던 5·18전북영화제도 재개된다. 18~19일 전북대에서 5·18 소재의 ‘김군’과 ‘1980’ 등 장편영화 3편과 신흥고 시위 기록물 ‘5·27 꺼지지 않은 불꽃:나와 5·18’ 등 단편영화 3편이 상영된다.

17~31일 전북대 박물관에선 ‘이세종열사 유품 및 전북 5·18민중항쟁 사진전시회’가 이어진다.

전주=글·사진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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