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입이 가벼운 비선

고세욱 2024. 5. 9.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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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秘線)은 정치, 외교계에선 필요악이다.

특별한 회담을 조율하거나 꽉 막힌 관계의 개선을 위해 공식 라인 접촉에 앞서 비선이 작동할 때가 있다.

당시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박 대통령과 단독 영수회담을 하려다 무산된 것도 비선 논란 때문이다.

영수회담은 당내 조율을 먼저 거쳐야 하는데 비선 중심으로 일을 추진하다 그르쳤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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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세욱 논설위원


비선(秘線)은 정치, 외교계에선 필요악이다. 특별한 회담을 조율하거나 꽉 막힌 관계의 개선을 위해 공식 라인 접촉에 앞서 비선이 작동할 때가 있다.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 미국과 중국의 대화가 그랬다. 1970~90년대 남북 대화는 비선 활약에 힘입은 바 크다. 외교·통일부보다 정보기관 인사들이 다리를 놓는 경우가 많았다.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특별보좌관 출신 박철언 전 의원은 전두환·노태우정부 남북 대화나 북방 정책을 연결한 대표적 비선 인물이었다.

비선은 어려운 일의 성사를 위해 은밀히 움직이는 만큼 지도자의 심복이고 상대에게 신뢰를 줄 공인이 담당하곤 한다. 사심이 없고 입이 무거워야 하는 건 기본이다. 비선의 존재는 통상 훗날 회고 형태로 밝혀진다. 비선의 ABC가 무너지면 사달이 난다. 대표적인 게 최서원(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다. 공인도 아닌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국정에 손을 댔다. 당시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박 대통령과 단독 영수회담을 하려다 무산된 것도 비선 논란 때문이다. 영수회담은 당내 조율을 먼저 거쳐야 하는데 비선 중심으로 일을 추진하다 그르쳤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때까지의 비선은 본인이 먼저 입을 열지는 않았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정부의 비선은 독특하다. ‘박영선 국무총리-양정철 비서실장’ 검토설 때는 대통령실 인사들이 외부에 “맞다” “틀리다” 달리 말하며 비선 논란을 자초했다. 지난달 영수회담 전후로는 아예 비선 인사들이 앞다퉈 존재감을 과시 중이다. 최근 대통령 이웃이었던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과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가 버젓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영수회담에서 막후 조율에 나섰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 멘토라 알려진 신평 변호사도 라디오에서 “영수회담의 메신저 역할을 맡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부인하지만 윤 대통령의 소통 행보에 맞춰 비선을 자처한 이들이 여기저기 등장하는 것부터 정상이 아니다. 대통령이 불통일 때도, 소통할 때도 국민의 걱정은 가실 줄 모른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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