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묵의 과학 산책] 고난-성취의 정리
역경 극복의 이야기들은 영감을 준다. 거장 베토벤은 음악가에게 가장 중요한 청각을 잃고도 불후의 명작들을 남겼다. 2018년에 작고한 이론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사진)은 전신 마비의 희귀병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우주의 기원과 블랙홀, 그리고 대중 과학교육에 눈부신 업적을 남겼다. 이론 물리는 머리 쓰는 학문이라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 것 같지만 지극히 어려운 수식 계산을 종이에 쓰지 않고 머릿속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은 가히 초능력이라 할만하다.
건강 문제 외에 가난, 사회적 수난 등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높은 경지에 달한 위인들은 여러 분야에 있다. 많은 경우 이들에게 고난은 극복의 대상에 그치지 않고 성취의 원동력이었다.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은 스며있는 고뇌가 환희로 승화된다. 호킹도 신체적 제약이 마음을 해방시켜 획기적인 이론들을 개척할 수 있었다 했다.
역경을 통해 추진력을 얻는 것은 특출한 능력의 소유자에만 한정되지 않고 누구나 일상에서 부딪히는 크고 작은 일들에 적용할 수 있다. 자연에도 비슷한 섭리가 있다. 고요한 물에 떨어진 잉크 방울은 브라운 운동을 통해 확산하며 퍼진다. 잉크 분자가 움직이는 힘은 주변 물 분자들의 열운동에서 얻고, 나아가는 잉크를 막는 것도 물 분자들이다. 각각 다른 인생처럼 잉크 분자들이 여러 방향으로 확산하는 것은 물이 그 운동을 저지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관계를 정량적으로 기술할 수 있고 변동-소멸의 정리라 부른다.
브라운 운동 없이는 생명현상도 없으니 우리의 삶은 분자 단위의 저항이 있어서 가능하다. 우연과 필연이 섞여 있는 인생의 브라운 운동에서 어느 쪽으로 얼마나 가는가에 영향을 준다. 거시적으로는 앞을 가로막는 일들에서 어떻게 긍정적인 힘을 얻을 수 있나 생각해볼 수 있다. 극적인 영화가 인생의 일면을 반영하듯 위인들 이야기는 평범한 삶의 거울이다.
황원묵 미국 텍사스A&M대 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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