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야후 脫네이버 선언 “위탁 단계적 종료… 기술 독립할 것”
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을 운영하는 라인야후가 국내 기업 네이버와의 위탁 관계를 끝내는 수순을 밟겠다면서 기술 독립을 선언했다. 라인야후 이사회를 일본인으로만 재구성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라인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린 일본 정부를 등에 업고 내놓은 조치다. 네이버는 지분을 팔고 떠날지, 버티기에 들어갈지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실적 발표 자리에서 “네이버와 위탁 관계를 단계적으로 종료하고, 기술적 협력 관계에서 독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라인에서 개인정보 약 51만건이 유출된 후 일본 총무성이 ‘한국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라’고 행정지도를 내린 데 따른 조치다. 이데자와 CEO가 직접 이번 사태에 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라인야후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호(사진) 라인야후 최고제품책임자(CPO)의 사내이사 퇴임 건을 의결했다. 신 CPO는 라인야후 이사회의 유일한 한국인 사내이사였다. 기존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3명 체제에서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명 체제로 바뀌면서 라인야후 이사회는 전원 일본인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다만 신 CPO는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은 후에도 CPO직은 유지한다. 그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데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데자와 CEO는 “보안체제 개선과 강화를 위해 이사회에서 사내이사를 1명 줄이는 대신 사외이사를 과반으로 늘린다. 경질로 여기지는 말아 달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사내이사 교체를 라인야후의 ‘탈네이버 선언’으로 받아들인다. 신 CPO는 검색 벤처기업 ‘첫눈’을 만들었던 인물로 라인 출시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라인을 성공 궤도에 올렸다. 신 CPO는 스톡옵션 행사 기간이 남아 있는데도 지난 3월 자신이 보유한 라인야후 스톡옵션 중 37%가량을 포기한 바 있다.
라인야후가 네이버로부터 기술 독립을 선언한 점도 압박 메시지로 풀이된다. 네이버와의 위탁 관계를 순차적으로 종료한다는 것인데, 라인야후는 네이버에 맡긴 IT 인프라 업무를 분리하라는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에 따른다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와 관련해 최수연 네이버 대표도 지난 3일 실적 발표 후 “라인야후에 기술 파트너로서 제공한 IT 인프라를 분리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라인야후는 지난해 11월 27일과 올해 2월 14일 두 차례 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일본 총무성은 올 들어 두 차례 라인야후에 행정지도를 내렸다. 총무성은 행정지도에서 라인야후에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체제 개선도 요구했다. 라인야후가 시스템 업무를 한국 기업인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어 정보 유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지분 정리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여기에 정보 유출이 또 발생하면 일본 자국민을 보호할 수 없다는 주장도 더해졌다.
앞으로 라인야후가 지분 정리 등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합작한 현지 법인이다. 지분의 64.4%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과 네이버가 50대 50으로 출자한 중간지주회사인 A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다. 라인야후는 모회사 A홀딩스의 지분 매각을 요청했다고 공식화했다. 이데자와 CEO는 “소프트뱅크와 네이버 간 협상은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 시점에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면서도 “종합적인 판단 아래 네이버에 자본 관계의 변경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A홀딩스의 주식을 추가 인수하면 독자적인 대주주가 되면서 라인야후는 일본 기업이 된다.
이에 네이버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입장에선 이해득실을 따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라인야후 지분을 팔 경우 투자 여력이 생기겠지만 일본에 한국의 서비스와 기업을 넘겼다는 선례를 남길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친일기업이라는 비난까지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네이버와 긴밀히 협의하며 관계부처 협력을 통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전성필 임송수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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