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화하다’ ‘~화되다’ 어느 것이 맞을까?
‘~화하다’와 ‘~화되다’ 가운데 어느 것을 써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성형수술이 보편화했다” “성형수술이 보편화됐다”, “채산성이 악화했다” “채산성이 악화됐다”처럼 두 가지가 모두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화하다’ ‘~화되다’에서 ‘화’는 한자어로 ‘될 화(化)’ 자다. 이 안에는 이미 ‘되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화(化)’에 ‘되다’는 뜻이 들어 있으므로 ‘화+하다’는 괜찮지만 ‘화+되다’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미 중복이므로 ‘~화되다’를 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논란은 한자어와 우리말이 결합할 때 자주 발생하는 것이다. ‘결론을 맺다→결론을 내다’, ‘계약을 맺다→계약을 하다’, ‘공감을 느끼다→공감을 하다’, ‘낙엽이 떨어지다→낙엽이 지다’가 이런 예다. 실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이지만 의미의 중복 때문에 가급적 피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조합들이다.
‘~화하다’ ‘~화되다’도 이런 측면에서 보면 ‘~화하다’로만 써야 한다. 그러나 우리 언어생활에서 이미 ‘~화되다’는 말이 널리 퍼져 있어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은 두 가지 모두 인정하고 있다. 즉, “핵가족이 보편화했다[보편화됐다]” “대응이 곧 가시화할[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모두 가능한 표현이다.
‘~화되다’는 의미 중복이어서 싫고 ‘~화하다’는 부자연스러워 내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방법은 있다. 아예 ‘화’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합의 사항이 완전 무효화됐다”는 “합의 사항이 완전 무효가 됐다”처럼 말을 바꾸면 된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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