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전 흉기 준비했다…계획살인 시인 구속
동갑내기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의대생 최모(25)씨가 계획범죄를 시인했다. 최씨 측 변호인은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발적 범죄는 아니다. 범행을 오랫동안 계획한 건 아니지만 계획했다”고 말했다. 이날 심문에 출석한 최씨는 ‘유족에게 할 말이 없냐’는 취재진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앞서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6일 오후 4시쯤 서울 강남의 한 빌딩 옥상에서 헤어지자는 여자친구 A씨를 살해한 혐의로 최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최씨가 미리 준비한 흉기로 A씨의 목 부위 경동맥을 찌른 사실을 확인하고, 계획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법원은 이날 밤 도주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최씨는 경기도의 한 일반고를 나왔고, 수년 전 수능 만점을 받아 서울의 명문대 의대에 입학했다. 당시 한 매체 인터뷰에서 롤 모델로 이국종(현 국군대전병원장) 교수를 꼽았다. 또 다른 인터뷰에선 “환자를 가족처럼 생각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 환자의 아픈 곳을 신속하게 치료해 줄 수 있는 뛰어난 실력을 갖춘 외과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씨는 한 종합학원 멘토로 선정돼 “내신과 학교 활동 실적으론 의대에 진학하기가 충분치 못해 고2부터 정시 위주의 수험 전략을 세웠다”고 공부 비법을 소개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선 학업 스트레스를 게임으로 풀었다며 “적당히 주전자가 끓어올랐을 때 김을 빼주는 행동을 안 했으면 언젠간 터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인들은 최씨의 범행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B씨는 “(대학에서) 큰 문제를 일으킨 건 없다”며 “실습과제를 안 하거나 공지사항을 지키지 않는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동아리 활동도 잘 하지 않아 이번 사건 후 최씨를 (처음) 알게 된 동문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에 최씨의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미 기수 열외된 최씨 하나 때문에 이게 무슨 일이냐” “학과 빌런 중 투 톱이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씨 신상은 지난 7일부터 인터넷 블로그·커뮤니티 등에 퍼졌다. 악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사이트인 ‘디지털교도소’는 ‘여친 살해 수능만점 의대생 최○○’이란 제목으로 사진과 과거 인터뷰 기사 링크를 공개했다. 이 사이트는 사적 처벌, 명예훼손 논란 끝에 2020년 폐쇄됐지만 지난달 새 운영진이 운영을 재개했다.
피해자 A씨 신상도 노출됐다. 피해자의 언니라고 밝힌 D씨는 소셜미디어에 “동생 신상이 퍼지는 것을 막고자 동생 계정을 비공개 또는 삭제하려고 했으나 오류가 걸려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과도한 억측은 자제해 달라”고 요청글을 올렸다.
이찬규·이보람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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