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가신 어머니... 이게 후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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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권 기자]
▲ 설날 어머니 지난 설 외출하셔서 식사 후 카페에서 어머니와 한때 |
ⓒ 라인권 |
어머님은 2022년 구월에 구순의 연세로 요양원으로 가셨습니다. 본인이 원하셨기도 했지만, 자식들에게도 그것이 최선의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요양원을 힘들어 하셨지만 곧 적응하셔서 어머니는 요양원 생활을 즐기셨습니다. 큰 자식으로 참 다행이고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러시던 어머니가 지난해 늦가을 낙상으로 늑골이 상하셨다가, 지난 이월에 두 번째 낙상하여 한편 늑골이 모두 골절되셨습니다. 한 주를 입원하시다가 요양원으로 가셨지만, 급격히 나빠지셨습니다.
이에 이르자 요양원 측에서 주사를 비롯한 의료적 처지가 가능한 요양병원으로 가실 준비를 하라고 했습니다. 결국 어머니는 다시 응급실에 오셨고, 거기서 요양병원으로 모셨던 겁니다. 지난 설날 식당에 걸어 들어가셔서 식사 잘 하시던 어머니가 이렇게 되실 줄은 몰랐습니다.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차이
이렇게 지난 3월 요양병원에 가신 어머니는 위중하시다가, 사월 중순이 지나서 좋아지셔서 지난 주간에는 소변줄도 빼시고, 손수 식사도 하시게 되셨습니다. 지난 사월 초순 아들을 데리고 면회를 갔을 때의 일입니다. 큰아들인 저를 알아보지 못하시던 어머니께서 며느리와 손자는 단박에 아셨습니다.
비로소 저를 알아보신 어머님이 제게 이러셨습니다. '내가 무슨 죄가 많아 이러냐?' 이 말씀에 그만 먹먹해지고 말았습니다. 면회를 마치고 그날 오후 내내 눈가에 이슬이 마르지 않았습니다. 평생 고생하신 어머니가 안쓰럽고, 본향으로 가는 일이 힘든 인생이 안 쓰러워서입니다.
▲ 요양원 어버이 날 행사 요양원에 적응하신 어머님이 어버날 행사에 즐거워 하시는 모습 |
ⓒ 라인권 |
요양원의 면회는 휠체어에 앉아서 하시고 외출도 하실 수 있었지만,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는 침상에 누우신 어머니를 뵈어야 합니다. 요양원에서는 용돈이 필요 하셨지만 이제 어머니는 용채가 필요 없게 되셨습니다. 이게 요양원에 계실 때와 요양병원에 계실 때의 차이입니다. 이렇게 되자 요양원에 계실 때 조석으로 전화를 드리지 못하고, 자주 뵙지 못한 게 죄송하고 후회됩니다.
후회하다가 아들의 미국인 친구 헤들리의 말이 생각이 났습니다. 아들의 대학원 졸업식을 보려고 미국에 갔을 적에 헤들리의 초대로 그의 집에 이틀을 유했습니다. 헤들리의 집에 가던 날, 헤들리는 집을 안내하며 자기는 입양되었는데, 이 집을 남겨 주셨다며, 양로원에 계신 어머니를 한 주에 세 번 찾아 뵌다고 했습니다.
그 말에 제가 놀랐습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부모님께 한 주에 세 번 전화하는 자식이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그래서 진심으로 효자시라고 칭찬을 했습니다.
어머니를 요양원으로 모시고 가던 날, 돌아가신 아버님 장례를 모시는 것보다 더 섭섭했습니다.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셔 두고 돌아오던 길에 이 헤들리 생각을 하고, 조석으로 전화를 드리고, 자주 찾아뵐 것을 다짐했지만, 그렇게 안 되었습니다. 이는 저뿐 아니라 부모를 시설에 모신 자식된 이들의 후회요 아픔일 것입니다.
▲ 요양원에서 손자와 함께 하신 어머니 아들 며느리보다 손자가 더 보고 싶으셨을 것이다. |
ⓒ 라인권 |
부모님이 요양원에 계신다면, 요양병원에 계신 것보다 다행이고 감사한 일입니다. 부모님이 시설에 계신다면, 부모님께서 전화하실 수 있고, 받으실 수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전화 드리고, 걷고 앉으실 수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찾아뵈어야 합니다. 이것이 부모님을 여의는 날 회한의 눈물을 덜어 주지 않겠습니까?
이런 마음이 한 주에 한 번은 면회를 가게 합니다. 면회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요양원이든 요양병원이든 식사 직후 한 시간은 피하는 것이 시설에 대한 배려입니다. 요양병원 측은 전화는 시간에 관계없이 하라고 하지만, 전화도 시설의 바쁜 시간은 피해서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내 부모를 모시는 시설이요, 종사자들이니, 이런 배려가 실제적 감사를 표하는 길이며, 협조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 지금 막 기다리던 손녀가 도착한 모양입니다. 이 아이들로 어버이날 하루는 어머님도 행복하실 겁니다. 어머니를 시설에 모시고 처음 맞은 설에 쓴 시입니다. 저만 아니라, 부모를 시설에 모신 이들은 다 이런 마음일 것입니다.
정년의 설
- 라인권
일흔 번을 맞아도 새해는 낯선데
구순이 넘으신 노모를 시설에 모시고
맞는 설이 생경하고 송구하기만 합니다.
스무 해 넘게 설 상차림을 하던 아내가
제풀에 지쳐 설상 손절을 선언하고
맞은 설이 왜 이리 찝찝한지 모릅니다.
한방에 그득하던 팔 남매는
이웃사촌만 못하게 되고
자식들은 새처럼 떠나 빈인 둥지
주일에 선 정년의 설
쓸쓸한 회중석은 가슴에 박히고
어머니의 산초기름 두부 부침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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