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값에 울다…엘앤에프 반등은 언제쯤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4. 5. 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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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수주에도 주가는 ‘지지부진’

엘앤에프가 올해 연달아 대형 수주 공시를 발표했지만, 주가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5월 2일 기준 엘앤에프 종가는 15만8200원. 한 달 전(3월 29일)과 비교해도 10% 가까이 떨어졌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약 40% 하락했다. 증권가도 당장 주가가 반등하기 쉽지 않다고 보는 눈치다. 수주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내놓으면서도 단기간 실적 개선 가능성에 의구심을 던지는 모습이다. 일부 증권사는 수주 공시 이후 발표한 리포트에서 목표주가를 오히려 하향 조정했다. 5월 9일 발표 예정인 올해 1분기 실적도 적자가 예상된다. 컨센서스(전망치)만 보면 1000억원 이상 영업손실이다. 결국 리튬값이 회복되지 않으면 빠른 실적 회복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양극재 업체 엘앤에프 주가가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엘앤에프 제공)
‘래깅 효과’에 1Q도 적자 전망

리튬 가격 안정화가 최대 관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엘앤에프의 올해 1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7003억원, 영업손실 1214억원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2000억원대 영업손실을 예상한다. 가장 큰 폭의 적자를 내다본 안회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분기 실적은 매출 5812억원, 영업손실 2115억원으로 분석한다”며 “1분기 영업손실의 주된 원인은 재고평가손실로, 리튬 가격이 ㎏당 37달러에서 20달러로 하락한다고 가정했다. 이 경우 약 2300억원의 재고평가손실이 반영된다”고 말했다.

재고평가손실을 이해하려면 재고자산 인식 과정을 알아야 한다. 재고자산은 최초 인식 → 후속 인식(재평가) → 청산 인식의 과정을 거친다.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건 후속 인식 단계다. 예를 들어 10만원에 구매한 재고자산도 어느 순간 시장에서 5만원에 판매될 수 있다. 이 경우 재고자산 가치를 최초 인식 가격(historical cost)에 맞출지 시장 가격(market value)에 맞출지 재평가한다. 방식은 간단하다. ‘저가법(LCM method)’이 적용돼 최초 인식 가격과 시장 가격 중 더 낮은 가격으로 재고자산 가치가 재평가된다. 이 과정에서 최초 인식 가격보다 시장 가격이 크게 낮으면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한다. 해당 손실은 회계상 매출원가로 잡혀 수익성에 영향을 준다.

엘앤에프 재고평가손실도 이와 동일한 방식으로 생겼다. 엘앤에프는 양극재의 주요 원재료인 리튬을 대규모 매입해왔다. 그런데 리튬 가격이 지난해부터 급격히 떨어졌다. 이에 엘앤에프 재고자산 가치도 폭락했다. 문제는 리튬 가격이 올해 1분기에도 바닥 수준이라는 사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탄산리튬은 올해 1월 한때 ㎏당 86.5위안까지 떨어졌다. 최근 소폭 회복했지만 속도는 더디다. 4월 30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당 109.5위안으로 나타났다.

이에 증권가도 단기 주가 상승 여력을 높게 보지 않고 있다. 4월 엘앤에프를 커버한 2개 증권사(이베스트투자증권, 삼성증권) 중 목표주가를 상향한 곳은 없다. 삼성증권은 오히려 목표주가를 기존 23만원에서 22만원으로 낮췄다. 해당 리포트를 쓴 조현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익 추정치 하향을 감안해 목표주가를 추가 하향했다”며 “래깅 효과(lagging effect)가 지속돼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래깅 효과는 원재료 매입 시점과 투입 시점 시차로 인해 수익성이 변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선 설명처럼 ① 리튬을 매입한 시점 대비 리튬값이 크게 떨어졌고 ② 원재료 가격 인하가 판가 인하로 이어져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결국 관건은 리튬값 회복 여부다. 회복이 안 되면 추가적인 손실도 가능하다는 게 증권가 평가다. 안회수 애널리스트는 “리튬 가격이 ㎏당 20달러(약 144위안) 수준까지 회복되지 않으면 추가적인 재고평가손실 발생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올해 2분기를 기점으로 리튬값이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제 리튬 점유율 60%대인 중국 내 감산 조치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하지만 최전방 산업인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기)으로 주춤한 상태라 큰 폭의 리튬값 회복은 어렵다는 의견도 상당수다. 현재 감지되는 리튬값 회복은 과대 하락에 따른 반작용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장기 투자 고민한다면 OK

고질점 ‘테슬라 의존도’ 풀었다

하지만 장기적 안목으로 바라본다면 엘앤에프의 매력은 높다는 게 증권가 평가다. 특히 최근 수주 건에 큰 점수를 주는 모양새다. 엘앤에프는 4월 11일 공시에서 유럽 소재 배터리 고객사와 9조2383억원 규모 하이니켈 양극재 중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공급 기간은 2025년 1월부터 2030년 12월 말까지 총 6년이다. 상대 고객사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유럽에서 이 정도 규모의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곳은 노스볼트뿐이다. 유럽연합(EU) 배터리 독립을 목표로 설립된 노스볼트는 유럽 최대 2차전지 업체다. 폭스바겐 등 주요 자동차 브랜드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한국 배터리 소재 기업이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가 계약 기대감도 남아 있다. 노스볼트는 2030년 유럽 배터리 시장점유율 25%가 목표다. 이에 최근 독일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공격적인 생산능력(캐파) 확대에 나섰다. 노스볼트와 거래를 시작한 엘앤에프 입장에선 추가적인 수주를 기대해볼 수 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그간 벨기에 유미코아 등이 (노스볼트향) 양극재 공급을 담당했지만 캐파 확대 과정에서 다른 공급사들도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엘앤에프의 수주 공시는 이게 끝이 아니다. 지난 3월에는 SK온과 13조1910억원 규모의 전기차용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7년으로 2030년 말까지다. 공급 물량은 약 30만t에 달한다. 엘앤에프가 공급하는 양극재 물량 중 상당량은 SK온과 현대차그룹의 미국 합작공장용으로 알려졌다. 쉽게 말해 최종 고객사는 현대차그룹이라는 얘기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SK온과의 공급 물량은 약 30만t 수준”이라며 “전기차 300만대 탑재 분량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최근 체결된 2건(유럽 노스볼트, 현대차그룹향)의 대규모 수주 계약 공통점은 ‘새로운 고객사’라는 점이다. 그간 문제로 지적받던 테슬라향 매출 의존도 해소에 시동이 걸렸다는 의미다.

엘앤에프는 매년 사업보고서에 주요 매출처를 기재한다. 구체적 사명은 공개하지 않고 외부고객1과 외부고객2 정도로 구분한다. 업계는 외부고객1을 LG에너지솔루션으로 본다. LG에너지솔루션 매출 비중은 2022년 80%, 2023년 77%다. 엘앤에프가 LG에너지솔루션에 납품한 양극재 대부분은 테슬라의 전기차에 쓰인다. 엘앤에프의 주요 고객사는 결국 테슬라인 셈이다. 특정 고객사를 향한 높은 매출 의존도는 양날의 검이다. 테슬라 업황에 따라 엘앤에프 실적도 좌지우지되기 때문.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처럼 테슬라가 부진하다면 엘앤에프 역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 수밖에 없다.

증권가도 중·장기 성장세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조현렬 애널리스트는 “이번 수주 계약 건들은 엘앤에프의 고객 다각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엘앤에프를 향한 가장 큰 우려는 테슬라향 매출 비중이었다. 특히 지난해부터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 우려와 함께 테슬라의 LFP 배터리 채택 비중이 커지면서 엘앤에프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며 “이번 계약으로 고객사 다변화를 통한 중장기 실적 성장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8호 (2024.05.08~2024.05.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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