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욕망'의 나라 된 한국, 이 사람이 짚은 원인

강찬호 2024. 5. 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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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불편한 현실 진단하고 처방전까지 제시, 최배근의 <화폐 권력과 민주주의>

[강찬호 기자]

대한민국 경제의 불편한 진실, <화폐권력과 민주주의>(출판사 월요일의꿈)를 며칠 전 읽었다. 최배근 교수가 썼다. 이유를 불문하고 다른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책을 읽는 내내 사실 마음이 불편했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조금 화가 날 정도였다. 저자가 드러낸 한국 사회의 현실에 대해 인정하기 싫었다. 그래서일까. '대한민국 경제의 불편한 진실'이라고, 저자는 아예 책 표지에 단서를 붙였다.  

저자인 최배근 교수는 주류 경제학자 혹은 주류 언론들이 외면한 한국 경제의 현실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데이터)를 제시하며 냉철하게 진단하고 드러냈다. 문제의 원인에 대해서 에둘러 돌아가지 않고, 정면 돌파했다. 일침을 놓았다.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선택지가 많지 않고, 시간이 얼마 없다는 저자의 절박함이 행간에서도 읽혔다.

엄연히 존재하는 모피아 세력  
 
 화폐권력과 민주주의, 건국대 최배근 교수가 쓴 책이다. 한국 경제 현실에 대한 긴급 진단 및 처방전이다. 일독을 권한다.
ⓒ 월요일의꿈
 
저자가 지적한 불편한 진실 중 하나를 언급해 보자. 대한민국에는 '모피아' 세력이 존재해왔고, 그 세력은 갈수록 힘이 세지고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모피아는 기획재정부와 같은 경제 부처 출신들이 정부의 주요 부처와 금융권을 장악하고,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저자는 이를 '모피아' 또는 '화폐권력'으로 표현하고 있다.

모피아들은 너무 힘이 세서 심지어 민주정부라고 일컫는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에서도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하물며, 민주적이지 않은 못된 혹은 나쁜 정부에서 모피아들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는 독자가 판단할 몫이다. 저자는 모피아로 일컬어지는 기득권 세력을 물리치지 않는 한, 대한민국 경제의 정상화는 힘들 것이라고 진단한다.

또 다른 불편한 진실이다. 단적인 예로 1995년~2022년 동안 한국의 전체 소득(GDP)은 437조 원에서 2,205조 원으로 1,768조 원이 늘었다. 반면 부동산 자산은 2,305조 원에서 1경2,506조 원으로 1경 301조 원이 늘었다. 부동산 자산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부동산 자산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부동산 자산 소유의 불평등, 그 중 토지자산의 불평등은 더욱 심각하다. 불평등에 대한 자세한 데이터는 책에 나와 있다(책 126쪽 참조). 

2020년~2021년 예다. 코로나 펜데믹 상황이고 피해가 컸다. 정부는 돈을 풀어 경기를 진작했다. 2년 간 시중 통화량은 700조 780억 원이 풀렸다고 한다. 그 중 실물경제로 들어 간 돈은 22%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자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갔고, 부동산 자산은 2년 간 GDP의 약 12배인 1845조 9000억 원 증가했다. 가계의 경우 소득은 80조 원 증가한 반면, 부동산 자산은 소득의 20배가 넘는 1658조 원 이상 증가했다(책 76쪽 참조). 

펜데믹 상황은 문재인 정부 시기였다. 부동산을 잡겠다고 애를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펜데믹 상황으로 경기가 침체되는 것을 막고자 소득주도 성장을 통해 내수를 부양했다. 동시에 주택 공급 정책을 취하면서도 집값을 잡고자 애를 썼다.

그러나 문 정부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유권자들의 욕망에 발목을 잡혔다.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보다도, 차라리 '영끌'해서 부동산을 사면 돈을 번다는 것을 다 아는 상황이었다.

이런 대중들의 욕망은 부동산만이 돈을 벌게 해준다는 현실 인식과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한국사회 현실의 옳고 그름을 떠나, 앞서 지적한 대로 대한민국은 이미 비정상의 나라, 부동산 욕망의 나라가 되어버렸다. 결국 문 정부는 부동산 이슈로 인해 정권을 내어 주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블랙홀이 되어 버린 부동산... 그럼에도 저자가 희망을 주문하는 이유 

경제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어 버린 부동산 경제는, 결국 정부와 서민 가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업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가 구사할 수 있는 정책은 많지 않아 보인다. 돈이 풀리면 부동산 자산 시장으로 돈이 빨려 들어간다. '영끌'해서 부동산에 쏟아 부은 가계 부채는 한계상황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출을 독려하고 주택 구입을 부추기는 정부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가계 부채를 늘리는 정책이다. 

얼마 전 정부가 아파트 준공 통계를 누락한 일도 있었다. 이것은 단순 해프닝인가. 아니면, 누락분만큼 주택 공급이 부족하므로 가계는 주택 구입에 나서야 하고, 주택 건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페이크(속임수)'인가. 태영건설 워크아웃에서 보듯 부동산 피에프(PF) 만기 도래와 그에 따른 자금 상환 부담에 따른 건설업체와 관련 금융사에 위기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가계부채 경고등도 오래 전 켜져 있다.

이런 정부의 행태와 형편을 부동산 경제 위기의 위태로운 '둑'을 붙들기 위한 안간힘이라고 봐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한국의 현실에서 이를 용납하는 것이 온당하지 저자는 반문한다.

참고할 수 있는 것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역사이다. 일본은 30년 전 작금의 한국과 같은 유산한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경제를 제대로 진단하고 혁신(개혁)해야 함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결국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을 감내해야 했고, 여전히 그 수렁에서 헤매고 있다.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부동산 자산 불평등의 심각성과 부동산 카르텔 외에도 저자가 진단하고 언급한 한국의 불편한 현실은 많다. 자영업자의 위기는 뼈아프다. 얼마 안 되는 월급쟁이의 소득과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의 소득은 늘어가는 가계부채를 메우는데 사용된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고 있다. 가계는 허리를 펴지 못하고 있고, 점점 더 허리가 휘고 있다. 
 
 국회의사당 전경
ⓒ Pixabay
 
읽어 나갈수록 화가 나고, 답답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가능성, 희망을 주문한다. 그저 막연한 희망고문이 아니다.

정치(민주주의)의 복원을 통해 모피아로 상징되는 '화폐권력'을 제압할 것을 주문한다. 기본주택, 기본소득과 같은 대안을 검토해보자고 제안한다.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맞게 사회 혁신, 경제 혁신의 고삐를 단단히 붙들자고 제안한다. 이를 통해 극단적 불평등의 나라로 치닫고 있는 한국 경제현실에 대해 브레이크를 밟고 방향을 급선회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는 결론적으로, 해법은 정치에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정치'의 활발한 역할을 주문하고 기대한다. 경제와 정치는 한 몸이고 동전의 양면인데, 굳이 언급하면 결국 정치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

정치를 통해 기존의 잘못된 경제관행과 이를 묵인하고 좌지우지 해 온 세력들을 제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치는 민주주의를 의미하고, 모피아는 화폐권력을 상징한다.

이렇듯 이 책은 현실 경제를 진단하고 정치(민주주의)를 통한 긴급 처방전을 제시한 '정치경제학' 필독서에 가까워 보인다.

곧 22대 국회가 시작된다. 국민들은 22대 국회에 많은 과업을 부여했고,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저자는 한국 경제의 암울한 현실과 불편한 진실에 귀를 기울일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절박하게 대한민국 경제 개혁과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모피아(화폐권력)를 방조하는 누군가가 곧 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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