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선물… 5월 대목에도 카네이션 인기 ‘시들’

고물가·트렌드 변화에 소비 급감
국산 카네이션 거래 작년比 43% ↓
가정의 달 꽃가게들 폐업 고민도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서울의 한 꽃집은 한산했다. 주인 강모(42)씨는 가게 입구에 놓인 카네이션을 바라보며 “지난해만 해도 예약 주문이 있어 바빴는데 올해부터는 정말 대목이 사라진 것 같다”며 한숨 쉬었다.

카네이션 소비가 급증하는 5월 초 국산 카네이션 거래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저소비 국면이 장기화하고 소비 트렌드도 변화하면서 저렴하고 실용적인 선물이 생화를 대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양재화훼시장에서 거래된 국산 카네이션 절화(자른 꽃)는 3만5118속으로 지난해 6만1346속보다 42.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직후였던 2022년 같은 기간(7만2607속)과 비교하면 51.6% 줄었고, 10년 전보다는 약 80%나 줄었다. 속은 절화 거래의 기본 단위로, 카네이션의 경우 20송이를 뜻한다.

카네이션 거래 가격은 오히려 뛰었다. 올해 이 기간 국산 카네이션 1속의 평균 가격은 8636원으로 지난해 6138원보다 40.7% 올랐고, 2014년(5685원)과 비교하면 51.9% 상승했다.

국산 카네이션 거래 감소는 수입산과 가격 경쟁에서 밀린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카네이션 수입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카네이션 절화 수입량은 올 1~3월 410.1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46.5t보다 18.3% 늘었다. 2022년 같은 기간 265.2t보다는 54.6% 증가했다. 올해 수입된 물량의 92.3%(378.8t)는 콜롬비아산이며, 나머지는 중국산이 대부분이었다.

경기 악화에 따른 절약형 소비로 카네이션 생화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 중고 거래로 생·조화 카네이션을 사고파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생화 위주의 카네이션 판매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현금이나 가치가 담긴 선물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스타일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에 따르면 최근 카네이션 방향제(4125%), 비누 카네이션 꽃(700%), 카네이션 캔들(295%) 등 카네이션 관련 상품 검색량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배정구 한국화원협회 회장은 “전국에 2만5000여개의 꽃가게가 있지만 저가형 생활용품에도 밀리면서 꽃 장사를 계속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자영업자가 많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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