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흑연' 될라…美 커넥티드카 규제 움직임에 車 업계 우려
미국이 안보 위협을 이유로 중국산 기술이 들어간 커넥티드 차량 판매를 규제하려 하자, 한국 정부와 자동차 업계가 ‘제2의 흑연’ 사태로 커질까 우려하고 있다. 중국산 흑연이 들어간 배터리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미 정부 방침에 따라 한국의 배터리·전기차 기업들이 속앓이를 했던 일이 커넥티드 차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커넥티드 차는 무선 네트워크로 주변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내비게이션·자율주행 등을 지원하는 스마트카를 의미한다.
7일 미국 상무부 관보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지난달 30일 “안보 위험에 대응하고자 하는 (미국 정부의) 취지를 이해한다”면서도 “커넥티드 차의 정의와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온갖 종류의 차량이 해당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커넥티드 차에 대한) 더 세밀한 정의를 내려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커넥티드 차에 중국 등 우려 국가의 기술이 적용될 경우 안보 위험이 있다며 상무부에 조사를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우려 국가는 중국·러시아·북한·이란·쿠바·베네수엘라 6개국으로, 이 가운데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할 역량이 있는 곳은 중국뿐이다. 이후 미국 상무부는 지난 3월 관보를 통해 커넥티드 차량의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ICTS)’가 우려 국가와 관련이 있는 경우에는 ICTS를 개발·제조·공급하는 기업과 거래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기술이 적용된 커넥티드 차의 미국 내 판매를 금지하는 셈이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이번 움직임은 전기차 흑연 사태와 닮은꼴이다. 미 정부는 지난해 12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규정을 발표하면서 외국 우려 기업(FEOC)에 중국 기업 대부분을 포함했고, 이에 중국산 흑연으로 만든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왔다. 사건은 지난 4일 미 재무부가 FEOC에서 흑연을 조달해도 2026년 말까지는 문제 삼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일단락됐다. 이는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전기차·배터리 기업들이 ‘중국산 흑연 없이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극재를 생산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미 정부에 꾸준히 전달한 성과로 평가됐다.
한국 정부와 업계는 미국의 커넥티드 차 기술 규제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미 상무부가 커넥티드 차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해 근거리·셀룰러·위성 통신 등 무선 연결을 통해 다른 네트워크 또는 장치와 통신하는 차량”으로 정의했는데, 여기에 쓰인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ICTS)의 범위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와 별도로, 현대차그룹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도 미 상무부의 규제 대상이 포괄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현대차와 KAMA는 지난달 29일 상무부에 ICTS의 범위를 “외부에서 원격으로 접근·조종할 수 있게 해주는 하드웨어와 그 하드웨어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로 한정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규제 범위를 한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대차 관계자는 “와이어·LED·브래킷·볼트와 같은 부품은 안보 위험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원격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하드웨어는 정의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미 정부 규제엔 불확실성이 지나치게 크다고 지적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 생산하는 커넥티드카 통신 모듈 자체는 중국 의존도가 높지 않지만 규제의 범위가 중요하다”면서 “세계 자동차 부품의 80%를 중국이 생산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 부품을 강력하게 배제한다면 차량 판매 가격이 높아지고 결국 자동차 시장 전반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삼권 기자 oh.sam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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