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싸움보다 흥미진진할 한화 vs. 롯데의 '멸망전'

이준목 2024. 5. 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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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 자리 걸린 운명의 3연전... 불명예 기록 추가하게 될 팀은?

[이준목 기자]

▲ 류현진 '100승 대기록 앞두고' 4월 3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와 SSG의 경기. 한화 선발 류현진이 5회 초 한화가 4:2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류현진이 이날 승리 투수가 될 경우 KBO리그에서 개인 통산 100승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 연합뉴스
 
프로야구 9위 한화 이글스와 10위 롯데 자이언츠가 꼴찌의 자리를 걸고 운명의 '멸망전'을 펼친다. 두 팀은 5월 7일부터 부산 사직구장에서 3연전을 펼친다.

두 팀 모두에게 흐름상 매우 중요한 경기다. 한화는 시즌 초반 7연승을 거두며 잠시 선두권까지 등극하는 돌풍을 일으켰으나 이후 역주행을 거듭하며 어느새 9위까지 내려앉았다. 롯데는 일찌감치 꼴찌로 추락하며 고전했지만 지난주 모처럼 3연승을 내달리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현재 한화는 14승 21패(.400), 롯데는 11승 1무 22패(.333)를 기록하며 두 팀의 승차는 2게임에 불과하다. 한화가 위닝시리즈 이상을 가져간다면 다시 중위권 진입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지만, 롯데가 시리즈를 스윕할 경우에는 탈꼴찌에 성공하고 한화가 시즌 첫 최하위까지 추락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밀리는 팀에게는 타격이 클 전망이다.

두 팀은 지난 4월 2~4일 한화이글스파크에서 처음으로 격돌하며 우천취소 1경기를 제외하고 1승 1패를 나눠가지며 호각의 승부를 펼쳤다. 두 경기 모두 1점 차의 치열한 접전이었다. 다만 이때는 극 초반이라 아직 순위경쟁의 압박이 크지 않은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두 팀 모두 다급한 처지라는 게 묘한 동병상련이다.

'꼴찌와 무관' 흑역사 계보 속 두 팀

하위권 팀들간의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양팀의 대결은 그 '특별한 서사'로 인하여 야구팬들에게 상당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두 팀은 모두 오랜 역사와 강력한 팬덤을 자랑하는 인기 구단인 동시에, 한국프로야구(KBO)의 '꼴찌와 무관' 흑역사 계보를 논하는 데 있어서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양대산맥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KBO리그 출범 이후 롯데와 한화는 나란히 9번씩 꼴찌를 기록하며 프로야구 역사상 최다 꼴찌 타이기록을 수립했다. 21세기 이후만 놓고봐도 한화가 8회, 롯데가 5회로 나란히 1, 2위를 기록중이다. 만일 올시즌에도 두 팀 중에 꼴찌를 차지하는 팀이 나온다면 프로야구 역대 최초 '두 자릿수 꼴찌'라는 불명예 진기록을 추가하게 된다.

또한 롯데는 1992년, 한화는 1999년 우승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한국시리즈 정상과 인연이 없는 '20세기 우승팀'이라는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롯데가 31년, 한화가 24년째로 KBO 역사상 최장기간 무관 1~2위를 사이좋게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2위였던 LG 트윈스가 2023시즌 통합우승을 달성하며 29년 만에 무관의 꼬리표를 뗀 것과 비교된다.

최근 몇 년간의 성적도 좋지 않았다. 롯데는 2017년(3위)을 끝으로 6년 연속, 한화는 2018년(3위)를 마지막으로 5년 연속 가을야구에 탈락하며 암흑기를 보내고 있다.

한화는 몇 년간 길고 고단한 리빌딩을 거쳐 올시즌을 '윈나우' 체제로 전환할 적기로 여겼다. 오랫동안 공들여 육성한 유망주 노시환-문동주 등이 리그 정상급 선수이자 국가대표로 성장했고, 채은성-안치홍 등 즉시전력감 FA를 잇달아 영입한 데다 메이저리그에서 에이스 류현진까지 복귀하며 전력이 크게 향상됐다. 전문가들도 올시즌 한화를 5강을 노릴 만한 다크호스로 꼽았을 정도다.

한화는 개막 10경기에서 무려 8승을 거두는 역대 최고의 페이스로 한때 단독 선두까지 오르는 등, 모처럼 기대가 현실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한화의 봄날은 짧았다. 4월 중순부터 연패에 빠지면서 순위가 급격히 하락했다. 특히 4월 20일부터 26일까지 6연패를 기록하며 8위로 주저앉았다. 5월에도 1승 3패에 그치며 지난 4일 선두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2-10으로 대패하고 9위까지 떨어졌다. 최근 25경기 성적은 6승 19패로 승률이 .240에 불과하다.

한화 타선은 팀 타율은 .252로 리그 꼴찌에 그치고 있다. 지난 시즌 최대약점이던 외국인 타자 자리에 요나단 페라자(.타율 307, 11홈런 28타점)라는 좋은 선수가 가세했지만 국내 선수들의 부진으로 시너지 효과가 나지않고 있다. 지난해 홈런-타점왕을 석권했던 노시환은 8홈런 29타점을 기록중이지만 타율이 .252에 그치고 있다. 채은성(.206), 안치홍(.256) 등 믿었던 베테랑 타자들의 타격감도 저조한 게 뼈아프다.

한화의 최대강점으로 꼽혔던 마운드도 뚜껑을 열고보니 기대 이하다. 한화의 팀 자책점은 5.21(6위)에 그치고 있다. 시즌 초반 상승세를 탈 때는 '선발야구'가 먹혔지만 , 이후 리그 최정상급 진용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은 선발진투수들이 줄줄이 무너진 게 치명타였다.

리카르도 산체스(2승, 평균자책점 2.39) 정도가 자기 몫을 하고 있을 뿐 이닝소화력이 아쉽고, 나머지 투수들은 모두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가장 믿었던 류현진이 시즌 첫 7경기에서 2승 3패로 평균자책점 5.21로 부진했고, 우완 에이스로 성장할 것이라 기대했던 문동주는 평균자책점 8.78의 부진 속에 2군으로 내려갔다. 시즌 초반 페이스가 좋았던 김민우의 팔꿈치 부상도 뼈아팠다. 불펜 역시 안정감이 떨어지며 이달초 SSG전에서 2연속 1점 차 역전패를 허용하기도 했다.

한화로서는 하위권팀인 롯데와 키움을 연이어 만나는 이번주 6연전에서 어떻게든 반전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한때 상위권을 질주했던 키움은 지난 4월 맞대결에서는 한화에 3연전 스윕패를 안겨줬지만, 최근 3연패 포함 10경기 2승 8패에 그치고 있어서 한화로서도 해볼 만한 상대다. 하지만 롯데와 키움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한다면 한화의 올시즌은 어려워질 수 있다.

에이스 류현진 내세운 한화... 분위기 반등 성공한 롯데

한화는 롯데와의 7일 3연전 첫 경기에는 에이스 류현진을 내세워 기선제압에 나선다. 류현진은 당초 5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 등판할 예정이었으나 우천 취소되면서 이틀의 휴식을 더 얻고 롯데전에 나서게 됐다. 뒤이어 펠릭스 페냐와 황준서가 선발로 등판이 예정되어있다.

지난 겨울 '명장' 김태형 감독을 전격 영입하며 리빌딩에 나선 롯데는 아직까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FA 영입 선수들과 유망주 한동희의 동반부진, 연이은 부상 병동 등이 발목을 잡았다. '봄데'라고 불릴 만큼 봄에 강한 면모도 올해는 찾을 수 없이 초반부터 심각한 부진에 꼴찌로 추락했다.

롯데는 비록 여전히 최하위에 머물고 있지만 다행히 최근 5연패 탈출 뒤 3연승을 질주하며 분위기 반등에 성공했다는 것은 한 가닥 희망을 남겼다. 연승 기간 동안 모두 짜릿한 역전승이었고, 1점 차 접전에서의 승리가 두 번이나 됐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

특히 이 기간 삼성과 키움을 상대로 홈런 5개, 2루타 9개, 3루타 2개 등 .566의 화끈한 장타력이 살아났다는 게 고무적이다. 팀 홈런(23개)과 OPS(.722) 리그 최하위에 그치고 있는 롯데로서는 득점력이 꾸준히 살아나야 꼴찌 탈출의 희망이 있다.

최근 2루수로 변신한 고승민이 최근 5경기에서 타율 5할 7푼 9리(19타수 11안타), 장타 5개(2루타 3개, 3루타 2개)의 폭발적인 타격감을 과시하며 소총부대였던 롯데 타선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베테랑 정훈과 전준우도 부상으로 결장한 황성빈-손호영의 공백을 메우며 공수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롯데는 한화와의 홈 3연전에서 류현진의 선발 맞상대로 박세웅을 내세운다. 이어서 찰리 반즈와 나균안이 차례로 출격할 전망이다. 한화전을 마치면 다음 상대가 디펜딩챔피언 LG 트윈스인 만큼, 롯데로서도 한화전에서 최소한 위닝시리즈 이상을 확보해야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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