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인사이트] 김 여사 명품백 수사, '약속대련'인 이유

이충재 2024. 5. 7.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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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검찰 명품백 수사, 대통령실과 교감 개연성 높아

[이충재 기자]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신속한 수사 지시를 내려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됩니다.
ⓒ 연합뉴스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신속한 수사 지시가 용산과의 교감 하에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검찰이 관련고발을 접수한지 5개월동안 고발인 조사도 하지않다가 전담수사팀까지 구성하며 속도를 내는 데에 정치적 배경이 있다는 시각입니다. 정치권에선 특검법 정국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부터 김 여사 활동 재개를 위한 사전 포석이란 해석까지 다양한 견해가 나옵니다.

주목되는 건 이 총장의 지시가 왜 이 시점에 나왔느냐는 점입니다. 그간 여론의 압박에도 꿈쩍도 하지 않던 검찰이 갑자기 김 여사 수사에 속도를 낸다는 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일각에선 최근 검찰 내부의 심상찮은 기류가 이 총장 지시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을 내놓습니다. 최근 검찰 내부에서 명품백 등에서 수사 속도를 내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총장으로선 내부 반발이 커지지 않도록 검찰 내부를 추스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이 총장이 대통령실과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결정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특히 이 총장이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한동훈에 버금갈 정도로 신임이 두터웠다는 점을 감안할 때 비현실적이라는 견해가 나옵니다. 이 총장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에 대한 소환 조사 필요성을 내비쳤을 때도 제동을 걸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검찰 주변에선 현직 대통령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시점에 검찰총장이 등을 돌린다는 건 검찰 생리를 잘 모르는 억측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런 점에서 이 총장의 수사팀 확대 지시는 윤 대통령과 교감을 거쳐 나왔을 개연성이 커 보입니다. 이와 관련, 여권 내에서 총선 참패로 김 여사 문제를 더 이상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판단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야권의 '김건희 특검법' 압박은 물론 보수 언론 등 지지층에서도 김 여사 해결을 촉구하는 상황을 더는 뭉갤 수 없다고 인식했다는 겁니다. 명품백의 경우 상대적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보다는 법적 처리가 수월한만큼 우선적으로 해결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임박한 것도 고려 요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기자들 질문이 쏟아질 것에 대비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으니 지켜보자"는 답변을 내놓기 위한 알리바이라는 얘깁니다. 일각에선 김 여사 공식 활동 재개를 위한 사전 조치라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조만간 윤 대통령 해외순방이 재개될 텐데 김 여사가 동행하려면 적어도 명품백 문제는 해결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인식이 작용했을 거라는 얘깁니다. 결국 정치적 곤경에서 벗어나려는 윤 대통령과 검찰을 향한 내외부 압박을 피하려는 이 총장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 여사 조사 방식 놓고 갈등 가능성

하지만 향후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검찰 간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김 여사 조사 방식을 둘러싼 이견이 관건입니다. 명품백을 전달한 재미동포 목사를 어떻게 알게 됐고, 대통령 직무와 관련 있는 금품인지 등 직무 관련성 여부를 따지려면 김 여사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합니다. 수사팀으로선 김 여사 대면 조사를 요구하겠지만 대통령실이 이를 받아들일 지가 의문입니다. 서면이나 방문 조사 등 방식을 취할 수 있지만, 이 역시 강제력은 없습니다.

윤 대통령 조사 여부도 쟁점입니다. 청탁금지법에는 공직자가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안 경우 소속 기관장에 지체 없이 서면으로 신고하도록 돼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경우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실을 인지한 뒤 제대로 신고했는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만약 신고하지 않았다면 임기 내에 기소할 수는 없지만 수사할 수는 있는데, 검찰이 수사할지 회의적입니다. 시작은 '약속대련'일지 모르나 끝까지 그렇게 흘러갈지는 두고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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