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리뷰] ‘새벽의 모든’, 어둠 뒤에는 반드시 빛이 온다

장주연 2024. 5. 7.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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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모든’ 스틸.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아침 없이는 수많은 생명이 태어나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밤 없이는 지구 밖 세계에 대해 깨닫지 못했을 거다. 우리는 밤 덕분에 어둠 너머의 무한한 광대함을 상상할 수 있다.” 

후지사와(가미시라이시 모네)는 매달 PMS(월경전증후군)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 자타공인 따뜻한 성정의 소유자지만, 그때만 되면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충동적인 행동과 거친 말을 일삼는다. 뒤늦게 후회해도 한 달 뒤면 실수는 또 반복될 뿐. 매번 사람들에게 고개 숙이기 바쁜 후지사와는 결국 어렵게 입사한 대기업마저 제 발로 나온다.

그로부터 5년 후, 후지사와는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 준 중소기업 구리타 과학에 취업하고 그곳에서 후배 야마조에(마쓰무라 호쿠토)를 만난다. 후지사와는 야마조에에게 먼저 다가가며 선의를 베풀지만, PMS 증상이 발현되면서 그간 쌓였던 분노를 한 번에 터뜨려버리고 만다. 

구리타 과학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야마조에는 본인에게 일어난 모든 일이 당황스럽기만 하다. 사실 그 역시 공황장애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며 도망치듯 구리타 과학으로 넘어온 상황. 며칠 후 안정을 찾은 후지사와는 야마조에에게 사과하고, 두 사람은 서로의 처지를 연민하며 특별한 마음을 주고받는다.

‘새벽의 모든’은 세오 마이코 작가의 동명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으로, 일본영화 뉴 제너레이션의 상징적 존재인 미야케 쇼 감독의 신작이다. 국내에서도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로 잘 알려진 미야케 쇼 감독은 이번에도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감정을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새벽의 모든’ 스틸.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제공
특히 집중하는 건 연대다. 미야케 쇼 감독은 후지사와와 야마조에의 시선을 오가며, 서툰 언어로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이들의 관계에 주목한다. 

동시에 그들 곁에 공기처럼 존재하는 주변인들을 비추는 데 제법 공을 들인다. 5명 남짓 되는 회사 구성원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섣부른 위로나 격려를 건네지 않는다. 그저 적당한 온도로 두 사람을 지켜보며 배려한다. 직원들의 조용한 이해와 포용 속에서 후지사와와 야마조에는 서로를 다독이는 방법을 배워가고, 마침내 어둠에서 빛의 세계로 들어선다.   

잊을 만하면 등장하던 별자리 에피소드는 극 말미에 다다르며 선명한 메시지로 전환된다. 천체투영관(구리타 과학은 어린이용 천체투영기 제작 회사다) 발표회를 준비하던 야마조에는 우연히 죽은 직원이 남긴 자료를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행사 원고를 적어 내려간다. 후지사와가 발표회 당일 낭독하는 글로, 과거에는 별이 이정표 역할을 했으며, 어둠이 없다면 결코 지구 밖 세계도 알 수 없었을 거란 이야기다.

미야케 쇼 감독은 후지사와의 대사를 통해 별들이 모여 만든 별자리처럼 사람도 연대할 때 저마다의 상처를 극복하고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어둠이 지나면 반드시 환한 빛이, 모든 가능성을 품은 새벽이 온다고 알려준다. 차가운 세상에서 홀로 발버둥 치고 있는 모두를 향한 위로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이 영화는 로맨스물이 아니다. 대개 ‘혐관’을 극복하고 상대를 이해하는 스토리는 사랑으로 귀결되기 마련이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이보다 더 넓고 깊은 세계로 이어진다.

제 2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연내 국내에서 정식으로 개봉할 예정이다.

전주(전북)=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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