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소년이 된 뮤지컬 배우 박강현 “소심했던 어린 시절 투영”
올봄 뮤지컬계 화제작 ‘디어 에반 핸슨’(~6월 23일까지 충무아트센터)은 사회불안 장애를 앓는 고등학생 에반 핸슨이 편지로 인해 동급생 코너의 자살에 엮이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심리 치료 일환으로 에반 핸슨이 쓴 편지는 ‘디어 에반 핸슨(에반 핸슨에게)’으로 시작하는 셀프 격려 편지다. 하지만 에반 핸슨은 코너가 자신에게서 빼앗아간 편지가 유서로 오해받는 것을 사람들에게 밝히지 못한 채 거짓말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상황이 점점 꼬이면서 예상치 못한 사태가 벌어진다.
에반 핸슨 역의 뮤지컬 배우 박강현(34)은 최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의 나는 굉장히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이라 남들 앞에 나서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크면서 성격이 바뀌었어도 내면 깊은 곳에 그런 요소가 남아있어서인지 에반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고 밝혔다.
‘디어 에반 핸슨’은 스티븐 레벤슨의 대본에 벤지 파섹&저스틴 폴 콤비가 작곡과 작사를 맡은 작품으로 2015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초연된 후 2016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2017년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파섹&콤비는 이 작품 이후 뮤지컬영화 ‘라라랜드’(2016)의 작사와 ‘위대한 쇼맨’(2017)의 작사·작곡을 맡으며 이름을 떨치게 된다. ‘디어 에반 핸슨’도 2017년 토니상 9개 부문에 올라 작품상, 대본상, 음악상 등 6개 부문을 휩쓸었다. 2010년대 후반 브로드웨이에서 ‘해밀턴’과 함께 가장 인기 있었던 이 작품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2021년 개봉했다. 박강현은 영화 ‘디어 에반 핸슨’의 한국 개봉 당시 주요 테마곡 ‘You will be found’ 한국어 버전 ‘우린 혼자가 아니에요’ 뮤직비디오를 찍은 바 있다.
박강현은 “‘디어 에반 핸슨’이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노래를 이미 알고 있던 상황에서 영화 OST 제안이 들어와 재미있게 작업했었다. 그때 이 작품이 한국에서 라이선스로 만들어진다는 얘기를 듣고 10대 에반의 역할을 (원작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내가 할 수 있을지 생각했었다”면서 “감사하게도 오디션 제안이 들어와서 영상을 찍어 미국 오리지널 프로덕션에 보낸 끝에 에반 역으로 캐스팅됐다. 좀 더 나이를 먹으면 할 수 없는 역할이라 오디션을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17세 소년인 에반을 연기하기 위해 박강현은 무대에서 평소보다 높은 목소리 톤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에반의 위축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어깨를 구부정하게 하고 다리를 모으는 불편한 자세를 취한다. 그는 “공연을 한 번 마칠 때마다 몸이 뭉치고 뻐근하다”면서 “나를 비롯해 에반을 연기하는 배우(김성규, 임규형) 모두 모두 불편한 자세 때문에 경추베개를 사서 쓰고 있을 정도”라고 웃었다.
에반의 외적인 모습과 함께 외롭고 불안한 내면을 관객이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야말로 이번 작품의 관건이다. 에반이 부르는 노래가 관객이 에반을 이해하는 핵심이라는 게 박강현의 생각이다. 그래서 박강현은 공연 개막 이후 지금까지도 극장 출근길에 노래를 반복해서 들을 정도로 집중하고 있다.
그는 “에반의 거짓말은 물론 잘못이다. 다만 에반이 사실을 털어놓으려고 했을 때 사람들도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면서 일이 커졌다. 그러다가 에반이 진실을 털어놓거나 외로움을 고백하는 대목에서 부르는 노래가 관객에게 자신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이게 만든다”면서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관객에게 위로를 주는 한편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2015년 뮤지컬 ‘라이어 타임’으로 데뷔한 박강현은 내년 데뷔 10주년을 맞는다. TV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를 보며 배우의 꿈을 키웠던 그는 이제 뮤지컬계에서 손꼽히는 스타 배우가 됐다. 그런데, 그의 출연작 리스트를 보면 초연부터 세 차례 출연한 ‘웃는 남자’를 제외하면 두 차례 이상 출연한 작품이 없다. 특히 아시아 초연인 ‘디어 에반 핸슨’을 비롯해 ‘멤피스’ ‘하데스타운’ 등 국내 초연작이 대부분이다. 그는 “처음부터 작품을 만들어간다는 자부심도 생기고, 힘든 만큼 잘 만들었다는 성취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지금도 안정적인 선택보다는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면서 “배우로서 계속 성장하겠다는 팬과의 약속을 지켜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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