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어린이와 피라미드
나는 어린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내 아이가 생긴 후 약간의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어렵다. 그래서 무수히 많은 회개를 해왔고 실제 나아진 것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어렵다. 마침 지난 5일이 어린이날이자 주일이기에 빼도 박도 못하게 어린이라는 주제를 다뤄야만 했던 나는 ‘도대체 내가 왜 어린이를 어려워할까’라며 자아 성찰을 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내가 가장 관심 있어 하는 사회정의 문제가 학대받거나 방임된 어린이와 관련된 사안이라는 사실이 기억났다. 그래서 깨달았다. 어쩌면 나는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을 어려워하는 이 모습은 뭘까. 내가 그들에게 전적으로 다 맞춰줘야 한다는 것에 대한 피로감 때문 아닐까. 이 말은 곧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 듯한 모습은 타고난 성향의 문제라기보다는 아이들 수준에 맞춰주거나 낮아지고 싶지 않다는 교만 때문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심지어 어쩌면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의 불편함은 사실 피로해서라기보다는, 아이들과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가 ‘교만한 자’라고 인식하는 순간을 회피하고 싶어서 그랬던 건 아닐까 싶다.
당신은 어떠한가. 그런데 이런 고민 자체가 의미 없는 세상이 왔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이었다. 아이들 비율이 소멸에 가깝도록 낮아지고 있다. 이는 국가적 재앙이기에 정부는 수많은 대책을 내놓는다. 가장 주목하는 것은 돈이다. 엄청난 주거비용 때문에 결혼 자체를 안 하고, 결혼을 해도 양육비에 대한 우려 때문에 출산율이 낮다고 본다.
또한 시간에 주목한다. 육아에 호의적이지 않은 사회의식과 시스템이 육아시간을 쪼그라들게 하기에 이런 상황까지 왔다고 본다. 그래서 결국 돈과 시간을 보장하려는 복지에 초점을 둔다. 일리 있다. 하지만 더 본질적인 것은 아마도 이 사회의 피라미드 구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인류 역사는 피라미드 건설의 역사와 같다. 누군가 강력한 힘으로 피라미드를 구축한다. 그런데 그들의 오만함이 임계점을 넘어버리면 반기를 들고 나오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대부분은 실패했지만 가끔 성공한 이들이 나올 때 역사는 요동친다. 하지만 그렇게 혁명에 성공한 이들은 피라미드를 해체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피라미드의 꼭대기를 대체한 뒤, 겉옷만 바꿔 입은 또 다른 피라미드를 구축한다. 이게 세상 역사다. 따라서 피라미드가 존재한다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다만 피라미드 구조가 굳어질 때가 문제다. 그러할 때 피라미드 하부에는 어떤 일이 발생할까. 더 밑으로는 낮아질 수 없다는 위기감에 몸부림을 친다. 피라미드의 무게를 다 짊어질 것에 대한 두려움에 빠지고, 그래서 더 높아지려 더 열심히 살고, 이를 위해 남과의 다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것이 정말 열심히 살지만 늘 성난 것 같은 얼굴을 한 채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도시인들, 또는 누군가를 매장하는 데 이골 난 현대인의 모습 아닐까. 그게 우리네 자화상이다.
그런데 피라미드에서 언제나 가장 밑바닥에 있을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 있다. 바로 어린이다. 그리고 피라미드 구조가 임계점에 이르렀을 때, 어린아이는 늘 먼저 희생양이 된다. 가장 먼저 굶어 죽거나, 가장 먼저 칼에 죽임을 당하거나, 가장 먼저 착취당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작금의 현실처럼 가장 먼저 사라져 버린다. 우리 주변의 아이들이 사라지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완벽한 피라미드가 돼버렸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아이를 낳아 잘 키울 자신이 없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아이를 낳았을 때 내가 오히려 낮은 자리로 강등될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지 않을까.
교회로 시선을 돌려본다. 본래 한국교회에는 아이들이 많았다. 왜일까. 먹을 것을 많이 줘서? 아니다. 어린아이뿐 아니라 가난한 자도 많았고, 여성도 많았다. 과거에 아이들이 많았던 게 돈과 시간을 줘서는 아닌 듯하다. 아마 교회라는 곳이 유일하게 피라미드 냄새가 없는 곳이었기 때문 아닐까.
손성찬 이음숲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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