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잘 있었어?” 집 도착 10분 만에 살해된 엄마의 음성

이정헌 2024. 5. 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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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아내 살해 변호사 녹음파일 공개
아내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미국 변호사 A씨가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혼 소송 중인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형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의 범행 당시 상황이 녹음된 음성 파일이 일부 공개됐다. 유족이 어렵게 확보한 음성 파일에는 잔혹한 당시 범행 상황과 피해자의 음성 등이 적나라하게 담겼다.

지난 4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사직동 아파트에서 아내의 머리 등을 여러 차례 둔기로 내려치고 목을 졸라 살해한 변호사 A씨(51) 사건을 방송했다. 이날 방송에선 유족이 피해자의 휴대폰에서 추출해 재판에 공개한 140분 분량의 음성 파일이 일부 공개됐다.

유족에 따르면 피해자는 A씨와 이혼을 결심한 이후로 A씨를 만날 때마다 녹음했다. 그러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지 못해 수사 과정에서는 녹음 파일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후 어렵게 잠금을 풀어낸 휴대폰에서 사건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녹음된 음성 파일이 발견됐다.

공개된 음성 속에서 피해자는 집에 도착한 뒤 아들에게 “잘 있었어? 밥 먹었어?”라며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다. 당시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던 피해자와 A씨는 각각 딸과 아들을 데리고 별거 중이었다. 피해자는 그날 A씨의 거주지에 남아있는 딸의 일부 짐을 챙기기 위해 집에 방문한 것으로 보였다.

A씨는 피해자에게 “아니 거기서 사면 되잖아. 여기 두고 있어야지”라고 말했다. 피해자는 “여기 많잖아. 많아서 그래. 한개만 줘. 당장 없어서 그래”라고 말했다. 그러자 A씨는 “당장 없는 걸 어떻게 해 그러면서 무슨 custody(양육)를 한다는 얘기야”라면서 피해자를 나무라는 듯 말했다.

딸 물건을 두고 몇 차례 얘기를 나누던 도중 갑자기 피해자가 “아악!”하고 비명을 질렀다. 이후 무언가로 내리치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들렸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미쳤나 봐”라면서 소리를 질렀다. 피해자가 아들과 인사를 나눈 지 고작 2분30초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비명을 들은 아들이 ‘무슨 일이야’라고 묻자,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A씨는 아들에게 “방에 들어가 문 잠그고 있어라”고 얘기했다. 2분 뒤 또다시 피해자의 비명이 들렸다. 이후 피해자는 힘겹게 “오빠 미안해”라고 내뱉었다.

유족은 “이러고 죽었다. (집에) 들어간 지 딱 10분 만이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제일 마지막에 (A씨가) ‘침착해 XX’ 이런다”며 “이걸 발견한 날 진짜로 죽는 줄 알았다”고 토로했다.

재판 내내 A씨는 아내와 금전 문제 및 성격 차이로 가정불화를 겪었고, 사건 당일에도 다투다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짐을 챙기러 온 피해자가 고양이를 발로 차면서 몸싸움을 벌였고, 우발적으로 살해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범죄심리 전문가 표창원씨는 방송에서 “어떠한 폭력을 할 만한 계기나 명분이 없음에도 일방적인 폭행이 지속됐다”며 “살인에 이르게 된 과정, 사용된 수단, 어떤 것을 보더라도 결코 우발적이라는 단어는 사용할 수가 없다”고 분석했다.

검찰은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검사는 “피해자는 억울함을 요청하듯 녹음파일을 남겼기에 (피고인의) 그동안 주장이 거짓이란 점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아들에게 말을 거는 목소리와 가격 당하며 지르는 비명, 마지막 숨소리가 생각나 울컥한다”며 울먹였다.

A씨는 3일 최후 변론에서 “제가 가해자였다는 게 저도 정말 무섭다”며 “상상도 못 했던 일이 일어나서 와이프와 유족들에게 큰 고통을 드려 진심으로 잘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극적인 사건으로 화목한 가정을 꾸리려는 소망도 잃고 제일 존경하는 평생 반려자도 잃는 등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저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변호사인 A씨는 사건 이후 국내 대형 로펌에서 퇴직 처리됐다. A씨의 부친도 검사 출신의 전직 다선 국회의원으로 알려졌다.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24일 열릴 예정이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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