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팔아 ‘어린이날 선물’ 기부한 세 아이 부모[아살세]

박은주 2024. 5. 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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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걸' 나누는 것도 어려운데, '적은걸' 나누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심지어 그 '적은걸' 갖고자 수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갔다면요? 애써 갖게 된 그걸 흔쾌히, 오로지 타인을 위한 마음으로 베푸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일까요? 어린이날 연휴 마지막 날인 6일, 이런 의문을 품게 하는 사연이 부산에서 전해졌습니다.

지난해 부산 동구에서 발생한 화재로 경찰관과 소방관이 부상을 입었을 때, 다친 이들을 위해 써달라고 폐지를 팔아 모은 돈 4만5000원을 덕천지구대에 두고 갔던 기부자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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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선물을 기부하기 위해 부산 북부경찰서 덕천지구대로 오는 한 여성의 CCTV 영상. 여성이 두고 간 상자에 담긴 과자들. 덕천경찰서 제공


‘많은걸’ 나누는 것도 어려운데, ‘적은걸’ 나누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심지어 그 ‘적은걸’ 갖고자 수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갔다면요? 애써 갖게 된 그걸 흔쾌히, 오로지 타인을 위한 마음으로 베푸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일까요? 어린이날 연휴 마지막 날인 6일, 이런 의문을 품게 하는 사연이 부산에서 전해졌습니다.

이날 오전 11시10분쯤 한 여성이 부산 북부경찰서 덕천지구대를 방문했습니다. 박스 한 상자를 든 여성은 조심스레 지구대 문 앞으로 다가왔죠. 이를 목격한 한 경찰관이 여성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여성은 박스를 내려둔 뒤 부리나케 도망갔다고 합니다.

어린이날 선물을 들고 덕천지구대 쪽으로 다가오는 여성. 덕천지구대 제공


그 의문의 상자를 들고 지구대 안으로 들어온 경찰관. 테이블 위에 올려둔 상자를 열어보자마자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상자 안에 들어있던 것은 옷과 과자, 라면, 꼬깃꼬깃한 1000원짜리 지폐 30장, 그리고 편지였습니다. 편지봉투에는 ‘어려운 아이 가정에 전달되었으면 합니다’라고 적혀 있었죠.

여성이 두고 간 상자에 담긴 돈과 편지, 과자들. 덕천지구대 제공


여성이 선물한 어린아이의 옷. 덕천지구대 제공


상자를 두고 간 것은 여성이었지만, 편지를 쓴 것은 여성의 남편이었던 모양입니다. 자신을 세 아이의 아빠라고 소개한 편지 작성자는 “첫째가 장애 3급인, 저희는 수급자 가정”이라며 글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상자 안에 넣을 ‘어린이날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폐지를 팔아 돈을 모았다고 했습니다. 무려 한 달 동안 땀 흘리며 노력했는데 능력이 이 정도뿐이라고, 선물을 사고 나니 현금은 3만원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최대한 모아봤는데 많이 드리지 못해 미안하다고, ‘적은 금액’이지만 받아달라고 적었죠.

그리고 그 ‘적은 금액’이 도움을 필요로하는 가정에 전달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어린이날 어려운 아이 가정에 전달돼 피자라도 사 먹었으면 한다”고 말입니다.

여성이 기부한 돈과 편지. 덕천지구대 제공


지구대 직원들은 CCTV 영상을 확인해 봤고, 그 결과 박스를 두고 간 여성이 지난해에도 기부를 했던 여성이라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지난해 부산 동구에서 발생한 화재로 경찰관과 소방관이 부상을 입었을 때, 다친 이들을 위해 써달라고 폐지를 팔아 모은 돈 4만5000원을 덕천지구대에 두고 갔던 기부자인 것이죠.

날씨마저 우중충했던 이번 연휴에 휴일 근무를 하던 지구대 직원들은 큰 감동과 행복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특별한 선물은 기부자의 뜻대로 어려운 아동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행정복지센터에 전해줄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누군가는 기부자가 두고 간 1000원짜리 지폐 30장을 ‘고작 3만원’이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구겨지고 볼품없는, 고작 ‘0’이 3개 붙었을 뿐인 푸른색 지폐 서른 장이라고요. 맞는 셈법이지만, 괜히 심술이 납니다. 그 서른 장에 담긴 땀방울을 더하고, 이들의 온정을 또 한 번 곱해야 이 돈의 가치가 옳은 숫자로 치환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이상한 셈법을 상상하며 말이죠. 자신이 받을 선물이 아닌데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는 덕천지구대 직원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도 같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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