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휴전협상 결렬 위기…이스라엘, 美에 "라파 공격 불가피" 통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휴전 협정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이스라엘이 미국 측에 ‘하마스의 휴전 거부’를 이유로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대한 공격이 불가피하다고 알렸다.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국방부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장관은 전날 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인질 석방과 일시적 휴전을 위해 이스라엘이 큰 노력을 기울였지만, 하마스는 아직도 제안을 거부하고 있다. 이제 남은 선택지가 없으며, 이는 라파 공격 시작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협상 중 라파에서 이스라엘 남부 케렘 샬롬 국경검문소로 로켓 10여발이 발사돼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설명하면서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하레츠 등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은 피란민 140만 명이 몰린 라파에 민간인 대피령도 내렸다. 이스라엘군은 "제한된 범위의 작전으로, 대피를 요청한 지역에는 피란민 약 10만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강조했다. 가자지구 북부 도시인 알마와시와 칸유니스의 인도주의 지역으로 이동할 것을 지시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 라디오를 인용해 이날 새벽부터 이미 피란민들의 이동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가자지구에서 활동 중인 구호 단체들에게도 이스라엘군의 민간인 대피 개시 관련 정보가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휴전 협상, 종전 문제로 결렬 위기
이번 이스라엘군의 대피 지시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진행 중인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휴전 협상이 사실상 결렬됐다는 보도가 나온 뒤 이뤄졌다. 전날 하마스 대표단은 휴전 협상을 중단한 채 카타르의 도하로 떠났다. 이집트 국영언론은 “하마스 협상단이 7일 카이로로 복귀해 추가협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지만, 이스라엘 측은 “협상은 거의 결렬된 상태”라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앞서 이번 휴전 협상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이 휴전 기간과 인질·수감자 석방 등 여러 조건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때 타결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양측이 종전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합의에 대한 희망이 어두워졌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전했다.
하마스측은 인질 석방과 함께 전쟁의 완전한 종식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인질 석방 대가로 잠시 전투를 멈출 수는 있어도, 군사 작전 종료나 가자지구 철군은 있을 수 없다며 하마스의 제안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협상이 결렬 위기에 처하자 카이로 회담장에 머물던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도하로 건너가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와 긴급 회동할 예정이다. 이스라엘 매체는 번스 국장이 6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도 만날 것이라고 보도했으나 그가 예정대로 이스라엘을 방문할지는 불확실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스라엘·하마스, 로켓 공습 이어가
이런 가운데,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이 5일 가자지구 북부 분리장벽 인근에 있는 이스라엘 측 케렘 샬롬 검문소로 14발의 로켓 포탄을 발사해 이스라엘군 3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이에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번 공격은) 하마스가 우리와 합의할 생각이 없다는 명백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면서 “이는 강력한 군사작전이 라파와 가자지구 나머지 지역에서 조만간 시작될 것이라는 의미”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로켓 발사 원점인 라파 인근의 살람 지역에 보복 공습을 가해 팔레스타인인 최소 19명이 숨졌다.
네타냐후 총리 역시 라파 지상전 강행 의지를 거듭 밝혔다. 그는 5일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추모식에서 “끔찍한 홀로코스트 당시 세계 지도자들은 이를 방관했고, 어떤 나라도 우릴 돕지 않았다”며 “이스라엘이 홀로 서야 한다면 홀로 서겠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라파 공격을 만류하고 하마스와 휴전 협상을 압박하고 있는 국제 사회를 향해 ‘협상 결렬’과 ‘라파 공격 감행’ 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됐다.
한편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미국 정부가 지난주 이스라엘로 보내려던 미국산 탄약 선적을 보류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이스라엘이 라파 침공 의사를 굽히지 않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대규모 민간인 피해를 우려해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에 대해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요구해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3일 애리조나주의 매케인연구소 주최 대담에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민간인 보호를 위한 믿을만한 계획을 요구해왔다면서 “그런 계획이 없다면 우리(미국 정부)는 라파로 가는 중대한 군사 작전을 지지할 수 없다”고 거듭 확인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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