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한효주-이희준 최고의 ‘지배종’ 배우는 누구? [홍종선의 신스틸러⑬]

홍종선 2024. 5. 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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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배우들, 드라마 포스터 ⓒ이하 디즈니+ 제공

볼수록 재미있다! 이토록 배우들의 움직임과 스토리 무드에 맞춰 촬영구도와 조명색까지 공들여 완성한 웰메이드 대작이 10부작 중 8부가 방영되고 오는 8일이면 모든 회차가 공개되는 시점임에도 대한민국이 뒤집히지 않은 게 놀라울 정도다.

체세포 배양을 통해 동물을 잡지 않고도 육고기와 물고기를 먹는다는 신선한 발상. 먹거리를 넘어 인간장기 배양을 통해 질병 없는 삶을 누리게 하려는 기업과 이를 빼앗아 ‘있는 자들의 것’으로 독점하려는 세력의 대결. 그 대결 사이에서 소중한 이를 연거푸 잃은 이의 쉼 없는 진실 찾기.

드라마 ‘지배종’(연출 박철환, 각본 이수연, 제작 ㈜아크미디어·㈜에이스팩토리, 채널 디즈니+) 얘기다.

인생 캐릭터 경신, 존재감을 더해가는 배우 한효주 ⓒ

독자에게 익숙한 배우 이름으로 쉽게 풀자면 ‘한효주+이무생’의 체세포 배양 기업 BF, ‘이희준+임효섭’이라는 정치적·경제적 권력을 넘어 영생을 꿈꾸는 선우 씨들, 형제와도 같은 동료와 후배를 잃고 진범 찾기에 인생을 건 ‘주지훈’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드라마 ‘비밀의 숲’ 시리즈 작가답게 당연히 단순하고 뻔한 스토리가 아니지만, 동시에 잘 짜인 퍼즐처럼 구조적으로 얽히고설킨 가운데 한쪽으로는 엮어가며 다른 쪽으로는 매듭을 풀어가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오랜만에 다음 장면이, 다음 회차가 내다보이지 않는 ‘쫄깃한’ 이야기 전개에 숨을 죽인다. 뇌 돌아가는 소리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메멘토’와 ‘인셉션’이 부럽지 않다.

연기 감각, 비주얼, 액션 센스 두루 갖춘 배우 주지훈. 그런 배우들을 온전히 담아 살려내는 촬영과 조명, 완벽한 화면. 웰메이드 ‘지배종’ ⓒ

눈도 호강이다. 서두에 밝혔듯, 영상의 완성도가 높다. 김태성 촬영감독의 구도와 김경석 조명감독의 색감이 너무 좋아서, 그 안에 살아 움직이는 배우들까지도 비주얼적으로 훌륭해서 화면이 완벽하다. 드라마로 시청자의 미장센 욕심을 만족해줄 줄이야, 제작진의 열정과 노력에 감사의 마음이 솟는다.

무엇보다 배우다. 이야기와 영상의 모든 걸 단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시청자에게 고스란히 전해 주는 건 기본! 보는 맛, 듣는 맛 돋는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이 행복감을 선사한다.

단지 육중한 것 말고 다층적 캐릭터를 만나야 펄떡펄떡 뛰는 배우 이희준 ⓒ

이희준(선우재 역)은 전매특허인 육중한 무게감에 신체적 열등감을 감추려다 장착된 못난이 대결·질투 심리를 보태 어느 때보다 다층적이고 오묘한 연기를 선보인다. 화면에서 튀어나와 보는 이를 잡아먹을 것 같은 포효가 느껴진다. 권력 최고층의 악인으로만 보이지도 않는다. 그 어느 때보다 젊고 잘생긴 외모도 뽐낸다.

한효주(윤자유 역)는 디즈니+의 구세주다. 드라마 ‘무빙’에서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숨어 살며 연인과의 사랑을 숨죽여 지켜나가는 연기를 절절히 잘했는데. 이번엔 인생 최고 캐릭터를 경신했다. 무채색의 ‘무빙’ 때와는 정반대로 찬란한 유채색으로 빛난다. 대한민국을 넘어 지구 전체를 선도하는 과학기술기업 CEO의 압도적 카리스마, 특유의 상처받은 내면 연기가 대조를 이룬다.

무릎 꿇려도 굴욕 없는 화보, 음성까지 지원되면 금상첨화 ⓒ

주지훈(우채운 역)은 드라마 내에서 외로운 위치에 서 있다. 한효주와 이희준은 서로 부딪히며 빛을 내고 서로에게 힘을 줄 수 있지만, 주지훈은 자칫 고래 싸움에 낀 새우가 될 수도 있는 ‘나 홀로’ 거대 사건 수면 아래의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직진하는 인물을 연기했다.

주지훈은 등 터진 새우가 되지 않았다. 캐스팅한 박철환 감독도 시청자도 예상했던 바지만, 그 이상이다. 그 좌충우돌의 과정에서 한효주와는 연분홍빛 멜로가 느껴질 듯 말 듯 인간미가 폭발하고, 이희준에 맞설 때는 밀리지 않는 육체 파워를 발산한다.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의 외로움, 주지훈은 때때로 홀로 반짝인다. 세월의 흐름을 무색하게 하는, 아니 더욱 깊어지는 남성미가 의도치 않게 매회 화보를 남기고 있다.

여자 주인공에게 최고의 반려인! 그러나 이제 1번 주인공으로 올라설 배우 이무생 ⓒ

이무생(온산 역)은 여자 주인공에게 최상의 보호자이자 동반자인 인물을 김희애(‘부부의 세계’), 염정아(‘클리닝 업’), 이영애(‘마에스트라’)에 이어 다시 한번 맡았는데 또 새롭다. 윤자유 역의 한효주와 오랜 친구의 느낌을 바탕에 깐 채 종종 사랑과 연민의 색채를 덧칠한다. 이지적이면서도 따스하고, 똑똑한 듯하면서도 어벙한 온산을 자유 변주한다. 그간 1번 주인공으로서의 실력과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터라 이제 짝사랑 보호자 역은 이번이 끝일지 모르니 놓치면 아깝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퇴장한 김상호와 어느덧 안정적 중견이 돼가는 전석호 외에도 에너지 심상치 않아 눈길을 끄는 비서 정해든 역의 박지연, 우채운과 티키타카가 좋았던 김호승 역의 강이안, 강단 있는 연구원 홍새잎에 제격인 이서 등 ‘어디서 이렇게 연기 잘하는 이들을 다 모아 왔나’ 싶은 젊은 배우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길게 말할 것 없이 드라마를 보면 당신의 마음을 지배할 배우, 향후 배우 계의 ‘지배종’ 될 배우를 만나게 될 것임을 확언한다.

새로운 배우들을 발견하는 재미, K-콘텐츠의 미래. 세계 배우계의 지배종이 될 배우, ‘지배종’ 안에 있다 ⓒ

이제 시작해도 늦지 않다. 10화까지 공개된 뒤, 당장 수요일 밤부터 정주행을 시작해도 좋다. “제작 현장은 아직 코로나19”라는 전언을 여전히 듣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에게도 이런 웰메이드 작품이 있다는 은근한 자부심을 안기는 ‘지배종’의 역주행을 기대한다.

못 본 시청자도 손해, 혼신 다한 연기와 만듦새를 더 많은 이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진에게도 손해인 상황은 없기를. 제목처럼 드라마계의 ‘지배종’이 되어 세계인의 박수를 받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은 여러분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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