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디그' 김해란, 22년 현역생활 마감

양형석 2024. 5. 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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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통산 15000수비-11000디그 자랑했던 최고 리베로의 은퇴

[양형석 기자]

대표팀과 리그를 오가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리베로가 코트를 떠난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구단은 5일 공식 SNS를 통해 팀의 맏언니 김해란 리베로가 2023-2024 시즌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김해란은 "마지막 순간까지 코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동안 많이 응원해 주신 팬들과 선수생활을 지원해 준 구단에게 감사 드린다. 지금까지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리베로 김해란으로 살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은퇴 소감을 전했다.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서 데뷔해 KGC인삼공사(현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를 거쳐 흥국생명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하게 된 김해란은 남녀부 최초로 수비 1만 개와 디그 1만 1000개를 기록한 최고의 리베로다. 정대영, 한송이에 이어 김해란까지 은퇴를 하면서 프로 원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입단한 임명옥(도로공사)과 황연주(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이상 1986년생)가 최고령 선수가 됐고 실업배구를 경험했던 현역 선수는 이제 아무도 남지 않았다.
 
 디그 부문 통산 1위(11,659개)에 빛나는 김해란은 2023-2024 시즌을 끝으로 현역생활을 마감한다.
ⓒ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신의 한 수'가 된 김해란의 리베로 전향

마산제일여고 시절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괜찮은 활약을 했던 김해란은 2002년 실업배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5순위로 도로공사에 지명됐다. 그리고 당시 도로공사를 지휘하던 김명수 감독은 168cm의 작은 신장 때문에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한계가 보였던 김해란에게 수비전문선수인 리베로로 포지션 변경을 권유했다. 그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김해란과 도로공사, 그리고 한국 여자배구를 위한 최고의 선택이 됐다.

김해란 리베로는 뛰어난 순발력과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도로공사의 주전리베로로 자리 잡았고 프로 원년부터 디그부문 1위(세트당 7.10개)에 올랐다. 그렇게 프로 초기 구기란 리베로, 남지연 리베로와 함께 리그 최고의 리베로 자리를 놓고 다투던 김해란 리베로는 한송이와 김사니 세터 등 팀의 간판선수들이 차례로 팀을 떠난 도로공사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2014-2015 시즌 올스타전 도중 후위공격을 시도하다가 무릎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하면서 시즌 아웃된 김해란은 2015년5월 마산제일여고 후배 임명옥과 트레이드되면서 인삼공사로 이적했다. 인삼공사는 프로 원년부터 2011-2012 시즌까지 3번의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명문팀이지만 2011-2012 시즌을 끝으로 우승은커녕 챔프전조차 밟은 적이 없을 정도로 깊은 침체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김해란은 인삼공사 이적 후에도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며 변함 없는 실력을 뽐냈다. 특히 2016년 2월 1일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는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은 54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미친 디그'라는 별명을 얻었다. 김해란은 2016-2017 시즌 세트당 6.18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인삼공사를 봄 배구로 이끌었지만 인삼공사는 FA자격을 얻은 김해란에게 플레잉코치를 제안했고 김해란은 연봉 2억 원을 제시한 흥국생명으로 이적했다.

김해란은 이적하자마자 디그 부문 1위(세트당 6.7개)에 올랐지만 흥국생명은 2017-2018 시즌 최하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철치부심한 흥국생명은 2018년 FA시장에서 김세영과 김미연을 영입하고 외국인 선수로 폴란드 국가대표 베레니카 톰시아를 지명하면서 전력을 보강해 2018-2019 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여자배구 최고의 리베로로 군림하면서도 좀처럼 챔프전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김해란 리베로의 커리어 첫 우승이었다.

외국인 선수도 혀를 내둘렀던 '미친 디그'
 
 김해란 리베로는 흥국생명 이적 두 번째 시즌이었던 2018-2019 시즌 커리어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을 차지했다.
ⓒ 한국배구연맹
 
김해란 리베로는 2019-2020 시즌에도 수비(리시브+디그) 3위(세트당 8.08개)를 기록했고 2020도쿄올림픽 예선에서 태국을 꺾고 올림픽 본선티켓을 따내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김해란 리베로가 선수생활의 마지막 목표로 삼았던 2020 도쿄올림픽은 전 세계를 강타했던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1년 연기되고 말았다. 결국 김해란 리베로는 오래 전부터 생각했던 출산계획을 미룰 수 없어 은퇴를 결정했다.

흥국생명은 2020-2021 시즌 김연경의 복귀와 이다영 세터(볼레로 르 꺄네)의 영입으로 '드림팀'으로 불리는 전력을 구축했다. 하지만 '쌍둥이 자매 폭력사건' 이후 전력이 크게 약해지면서 챔프전 우승을 GS칼텍스 KIXX에게 내줬다. 김해란 리베로 은퇴 후 도수빈과 박상미가 리베로 포지션을 소화했지만 김해란 리베로의 공백을 메우긴 쉽지 않았다. 결국 김해란 리베로는 2020년 12월 아들 하율군을 출산하고 2021년 4월 선수 복귀를 결정했다.

복귀 첫 시즌이었던 2021-2022 시즌 16경기에서 58세트 소화에 그쳤던 김해란 리베로는 2022-2023 시즌 풀타임 주전으로 복귀해 디그(세트당 5.61개)와 수비(세트당 7.80개) 부문 2위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했다. 2022년 11월 18일 인삼공사전에서는 V리그 최초의 1만 5000개 수비 성공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김해란 리베로는 2022-2023 시즌 올스타에 선발되면서 커리어 마지막 올스타전에 출전했다.

그렇게 선수복귀 후에도 승승장구 하던 김해란 리베로는 2023-2024 시즌 무릎부상 때문에 정규리그에서 단 8경기 출전에 그쳤다. 현대건설과의 챔프전에서는 2경기에 출전하며 마지막 불꽃을 태웠지만 흥국생명은 현대건설에게 3연패를 당하면서 준우승을 기록했고 김해란 리베로의 마지막 우승 도전도 그렇게 막을 내렸다. 시즌이 끝난 후 현역 연장과 은퇴 사이에서 고민하던 김해란 리베로는 무릎부상이 악화되면서 현역 은퇴를 결심했다.

2014-2015 시즌 현대건설의 외국인 선수로 활약했던 폴리나 라히모바는 "아무리 강한 스파이크를 날려도 다 받아 올린다. 어떻게 저런 수비가 가능한지 모르겠다"며 김해란의 수비를 극찬했다. 실제로 김해란은 통산 9번이나 디그 1위에 올랐을 정도로 디그에 있어서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을 뽐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리베로 김해란의 은퇴식은 오는 2024-2025 시즌 중 흥국생명의 홈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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