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든 주유소 이익에… ‘비접촉 세차’ 손 뻗는 정유업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운전자가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는 모습(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뉴시스

정유업계가 최근 고객 수요가 늘고 있는 비접촉식(노터치·노브러시) 세차 시장에 손을 뻗고 있다. 휘발유·경유 판매로 얻는 이익이 줄고 전기차로의 전환 등이 예고되면서 주유소를 활용해 이익 낼 방안을 고민한 결과다.

6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는 최근 비접촉식 세차 업체 컴인워시와 ‘주유소 내 세차기 설치 확대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현재 서울 3개소를 포함해 전국 13개 직영주유소에서 컴인워시 세차기를 운영하고 있다. 향후 약 300개 직영주유소로 비접촉 세차기를 늘릴 예정이다. 양사는 세차 관련 신규 사업모델 공동 발굴, 마케팅 협력 등도 진행한다.

비접촉식 세차기는 세차 솔(브러시)을 사용하는 기존 세차기와 달리 고압으로 물을 분사해 물리적 접촉 없이 차를 씻는 기계다. 차량 흠집에 민감하거나 고가의 차량을 운행하는 소비자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다.

박기철 HD현대오일뱅크 PM사업본부장은 “주유소는 이제 주유만 하는 공간이 아닌 토탈 에너지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세차 시장에서도 고객 니즈가 다양화하는 만큼 더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도 지난 2022년부터 자동 세차 전문 업체 오토스테이에 전략 투자를 단행하고 이 회사의 ‘터치리스’(비접촉식) 세차기를 도입하고 있다. 특히 터치리스 세차와 전기차 충전을 결합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해 전기차 고객까지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SK에너지는 기존 브러시 세차와 비접촉 세차 둘 다 가능한 하이브리드 세차기 개발에도 나선 상황이다.

정유사들이 비접촉식 세차 업체들과 손을 잡는 것은 주유소에서 낼 수 있는 이익이 예전만 못한 영향이 크다. 주유소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9년만 해도 2.5% 정도였으나 2022년엔 1.8%로 떨어졌다. 지난해엔 1% 초반까지 하락한 것으로 추산된다. 전기·수소차 증가에 따른 휘발유·경유 수요 감소와 주유소 간 경쟁 심화, 내연기관차 연비 개선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기존 기계식 세차보다 비용은 조금 비싸지만 세차 과정이 쉽고 차량 흠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소비자 인식이 충분히 확산했다는 점도 정유사들이 새로운 세차 사업 모델을 받아들이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접촉식 세차 전문 업체들이 운영하는 업장을 가보면 진입, 세차 등 과정을 운전자 혼자 비교적 손쉽게 진행할 수 있다. ‘셀프 드라이(건조)존’ 등 운영을 통해 원치 않는 대면 접촉을 최소화해 놓은 형태”라며 “프라이버시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는 흐름에 들어맞는다”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