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격노가 시발점" "박 대령 월권"…윗선 향하는 '채상병' 수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사건’ 수사가 대통령실 등 윗선을 향해 치닫고 있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채상병 특별검사법’을 단독 처리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를 놓고 폭풍전야 같은 분위기지만, 공수처는 오히려 수사에 박차를 가하면서다. 공수처 수사팀 내부에선 “특검 여부와 무관하게 우리가 해야 할 수사에 충실해야 한다”(공수처 관계자)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고 한다.
공수처는 채 상병 특검법 본회의 처리 전후로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지난달 26·29일)→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지난 2일)→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지난 4일)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쳤다. 이들 3명은 경북경찰청에 이첩됐던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기록을 회수하고,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하는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지목된 이들이다.
수사 외압 의혹 첫 단추는 'VIP 격노설'
이후 대통령실·국방부가 임성근 1사단장을 혐의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한 조직적 개입에 나섰다는 게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인 만큼 VIP 격노설은 진상 규명의 첫 단추에 해당한다. 실제 대통령 주재 회의 직후 채 상병 사건 수사 결과에 대한 언론 브리핑 및 국회 보고가 취소됐고, 관련 사건 기록의 경찰 이첩 보류 지시가 하달됐다. 채 상병 건을 놓고 대통령실·국방부·해병대사령부 간 통화를 주고받은 것 역시 대통령 주재 회의 직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박 대령 혐의자 특정, 의무인가 월권인가
반면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격노 여부와 무관하게 해병대 수사단이 사단장 등 지휘관 8명을 특정해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것 자체를 ‘월권’으로 보고 있다. 개정된 군사법원법과 대통령령에 따라 군인 사망 사건 중 ‘범죄 혐의를 인지’한 경우 군은 지체 없이 사건을 경찰에 이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박 대령이 혐의자를 특정하는 작업까지 진행한 것은 범죄 혐의 인지를 넘어선 사실상의 수사 행위이자 월권 행사라는 것이다.
법사위선 "범죄사실 알면 바로 이첩"
박 의원의 설명대로라면 국방부가 조사 기록 이첩 보류를 지시하고 재조사에 나선 것은 법 위반 소지가 있지만, 마찬가지로 박 대령이 과실치사 혐의 적용 대상자까지 파악해 조사 결과에 담은 것 역시 군사법원법 개정 취지에는 반하는 행위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인지통보서 쓰려면 혐의자 특정해야"
혐의자 특정은 경찰이 해야 할 수사의 영역이자 박 대령의 월권이었다면 국방부 조사본부가 재조사를 통해 임성근 사단장을 제외한 대대장 2명으로 혐의자를 축소·발표한 것 역시 월권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박정훈 대령이 혐의자 8명을 지목한 것이 월권이라면 국방부 조사본부가 재조사를 거쳐 혐의자를 대대장으로 특정한 것은 월권이 아니고 무엇인가”라며 “혐의자를 특정한 박 대령에 대해 항명이나 월권을 주장하는 것은 수사 외압을 가리기 위해 법 해석 자체를 뒤트는 행위”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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