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24’ 서류 오발급, 개인정보 1200건 유출…행안부는 쉬쉬

문희철 2024. 5. 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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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행정망 마비 사태를 방지하겠다며 대책을 내놓은 지 두 달여 만에 또다시 비슷한 일이 수차례 재발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14개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내놓은 정부 대책의 신뢰성에 흠집이 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행정안전부(행안부)에 따르면 대한민국 전자정부 서비스인 ‘정부24’가 최근 일시적으로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 지난 4월 초 정부24에서 발급한 일부 민원 증명서에 타인의 이름 및 주민등록 번호, 주소와 납세 내역 등 민감한 개인 정보가 담기는 오류가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행정망 오류는 지난 2월에도 발생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A씨에 따르면 2월 28일 일부 개인용컴퓨터(PC)·스마트폰에서 일시적으로 정부24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접속 장애는 오후 2시쯤 해소됐다가 이후 또다시 1~2시간가량 오류가 났고, 잠시 후 다시 정상화했다. 이에 A씨는 국가정보통신망을 운영하는 행안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연락해 오류 영상을 제보했다. 하지만 “전원을 껐다 켜봐라”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한다. 결국 그는 당일 발급·제출이 필요한 서류를 제때 발급하지 못했다.

지난 2월 개통한 ‘차세대 지방세입정보시스템’도 개통 후 한 달 이상 크고 작은 오류가 반복됐다. 이 시스템은 지방세와 세외수입 납부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전국공무원노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지방세 업무를 전혀 알지 못하는 엔지니어들이 설계하고 시스템을 만들었고, 행안부는 손 놓고 있었다”며 “행안부의 불통, 무능함에 분노한다”는 글을 게시했다.

정부는 지난 1월 31일 디지털 행정의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며 ‘디지털행정서비스 국민신뢰 제고 대책’을 발표했었다. 이와 관련해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행정망 마비 사태를 방지한다며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허점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게 한다”며 “최근 북한이 암호화폐를 해킹해 핵무기 개발비로 쓴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을 고려하면, 취약한 정부 행정망은 향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행정망 마비와 관련한 정부의 불통도 논란이다. 행안부는 중앙일보가 취재에 나서기 전까지 크고 작은 행정망 오류 사태의 규모와 원인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성적증명서·납세증명서 발급 오류 규모에 대해 박민식 행안부 정부포털기획팀 과장은 “피해 건수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이번 사태 원인이 지난해 11월 행정망 마비 사태와 성격이 동일한 것인지 묻자 박 과장은 “예전 상황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정보를 공개하라는 취재가 계속되자 정부는 5일 오후 오류 건수(1233건)와 원인(개발자 실수)을 밝혔다. 지난 2월에도 마찬가지였다. A씨가 묻자 당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오류가 발생하면 언론사 말고) 저희에게 가장 먼저 연락 달라”고 입단속부터 했다.

국무조정실장을 단장으로 14개 기관이 참여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정부가 종합 대책을 발표했던 당시에도 정부는 필요한 예산 규모조차 설명하지 못했다. 고기동 행안부 차관은 “아직 예산 편성이 안 됐다”며 “예산 당국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3개월이 지났지만, 상황은 그대로다. 한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번 사태와 관련, 개인정보 유출 상황을 조사 중이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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