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현지인 집에 갔는데... 엄청난 걸 봤습니다
[김지연 기자]
교환학생을 다녀오면 모두 이야기를 한 보따리 가져온다. 공항에서 노숙한 이야기, 여행 가서 소매치기를 만난 이야기, 여러 나라의 친구들이 다같이 모여 한국 술게임을 한 이야기 등 각양각색이다. 내 보따리 속 베스트셀러이자, 모든 순간이 완벽했던 오스트리아에서의 하루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오스트리아 현지인 친구 집에 초대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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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디 어머니의 수제 간식 사과파이, 딸기, 주스 그리고 환영 냅킨 |
ⓒ 김지연 |
구불구불한 길을 달려 도착한 메리의 집은 동산 위에 온통 푸른 풍경으로 둘러 쌓여 있었다. 메리의 어머니는 우리를 환영해 주시면서 야외테이블에 우리를 위한 홈메이드 사과파이, 딸기, 주스를 준비해 주셨다. 서로 언어가 달라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테이블 위에 'Lich Willkommen'(환영합니다) 이라 쓰인 냅킨을 통해 어머니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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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의 집 마당 풍경 |
ⓒ 김지연 |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고 메리의 집을 둘러보았다. 정원에는 메리의 조카 사무엘을 위한 놀이터와 작은 텃밭, 화단이 있었다. 사무엘이 어찌나 활발한지 놀이터를 점령하고 나무까지 타며 마당을 휩쓸었다.
마을 축제 마이바움
마이바움 축제에 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마이바움(Maibaum)은 5월이라는 뜻의 'Mai'와 나무라는 뜻의 'baum'의 합성어로 5월의 나무라는 뜻이다. 긴 겨울이 가고 봄이 온 것을 기뻐하는 축제로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등 국가에서 4월 30일 또는 5월 1일에 긴 나무 막대를 세운다. 재밌는 사실은 이 거대한 나무 막대기를 훔쳐가기도 한다는데, 직접 나무를 세우는 것을 본 당사자로써는 어떻게 이 긴 막대를 훔쳐갈 것인지 상상도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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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받은 콜라 |
ⓒ 김지연 |
남성들이 나무를 세우는 동안 남은 사람들은 옆에서 음료를 마시며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은 따로 마련된 놀이기구에서 놀며 시간을 보냈다. 콜라와 맥주를 얼마나 자주 서빙해 주시는지 괜찮다는 거절을 5번도 더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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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바움를 세우는 중이다 |
ⓒ 김지연 |
나무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세워졌다. 젓가락처럼 엮은 나무와 고무줄을 도구로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 밑부분부터 조금씩 나무를 들어올렸다. 나무를 일으키고, 고무줄을 빼고, 젓가락나무를 다시 이동시키고, 고무줄을 걸고 다시 나무를 일으키는 일련의 과정이 10번 넘게 반복됐다. 해가 산등성이를 넘어갈 무렵 드디어 올해의 나무가 90도로 우뚝 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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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뚝 선 마이바움 |
ⓒ 김지연 |
새로운 인연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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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제 저녁 |
ⓒ 김지연 |
마이바움이 세워진 후, 우리는 마을 사람들과 다같이 천막 안에서 저녁을 먹었다. 빵과 삶은 소시지, 구운 양파 등으로 구성된 저녁 메뉴는 간단하면서 맛이 없을 수 없는 오스트리아 정식인 것 같았다. 마치 우리나라로 치면 소풍에 김밥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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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손도손 나눈 간식 |
ⓒ 김지연 |
저녁 후에는 디저트 시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각자 집에서 만들어 온 빵과 구움과자 등을 조금씩 잘라 나누었다. 언어가 하나도 통하지 않는 낯선 마을에서 음식을 나누어 먹는 순간, 마치 진짜 이웃이 된 것 같은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전 마무리를 하고 있는데, 어떤 소녀가 우리에게 다가와 한국 사람이냐고 물었다. 교환학생을 온 지 3개월 만에 중국인,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이냐고 물어본 것이 처음이라 한국인이 맞다고 대답 후 바로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았다. 16살의 앳된 오스트리아 친구는 한국의 아이돌인 '스트레이키즈'를 좋아해 한국말을 배웠다며 우리에게 무한한 호감을 표현했다.
새로운 경험으로 가득했던 축제와 소중한 인연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빛 한 점 없는 길을 걸으며 별이 쏟아진다는 말을 실감한 순간까지. 완벽한 4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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