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지치거나 회의를 느끼는 분께 이 공연을 바칩니다"
[배진주 기자]
|
▲ 국내 대표 거리예술축제인 ‘안산국제거리극축제’가 4일 막을 올렸다. 국내공식참가작 ‘걸작들’의 ‘신호수vs신호수’가 관객과 호흡하고 있다. |
ⓒ 배진주 |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안산국제거리극축제'가 5월 4일부터 6일까지 안산문화광장, 안산호수공원 일대에서 시민을 만난다. 네스앙스 건물 앞, 안전모와 형광조끼를 장착한 청년들이 '안전! 안전! 안전!' 구호를 외친다.
'걸작들'의 <신호수vs신호수>는 건설 현장, 기관 등에서 신호를 맡는 '신호수'를 소재로 '노동에 가려진 사람'에 주목한다. 신호수로 변신한 네 명의 배우(윤예은, 권혁재, 송윤아, 이창균)는 칼 각을 잡고 적확한 신호를 보낸다. 흐트러짐 없이 신속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기계처럼 보이지만, 계속된 노동에 지친 이들은 때마다의 감정을 호소하며 '사람'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때 기계 신호수의 등장. 이를 가운데 둔 '사람'들은 그것의 장점을 인정하기도, 노동의 모순에 콧방귀도 뀌지만 끝내 '대체'의 불안에 몸부림친다.
|
▲ 2일, 공연 장소 근처에서 네 명의 배우가 리허설 영상을 확인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윤아, 권혁재, 윤예은, 이창균. |
ⓒ 배진주 |
-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 처음 참여한다고요.
"서울거리예술축제, 수원연극축제 등 다른 축제엔 참여한 적이 있는데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처음 참가해요. 타 축제에서도 배우로만 출연했었고 연출로는 이번이 처음이라 더 감회가 새로워요. 거리극에 관심이 생긴 이후 거의 매년 안산국제거리극축제 공연을 보러 왔어요. 축제에 오면 참신한 공연을 많이 접할 수 있어 좋아요. 2018년 스페인 팀 '마뒤샤'가 선보인 '여자'는 키다리를 활용한 공연이었는데, 처음엔 단순했던 움직임이 나중엔 의미가 쌓여 큰 울림을 줬어요. 이번에도 다양한 공연으로 영감을 얻고 싶습니다."
- 거리극은 어떻게 시작했나요?
"아직 대학생일 때 전공인 연극만 주로 하다가 많은 경험을 쌓고 싶어 거리극도 도전했어요. 2017년 서울거리예술축제에서 프랑스 단체 '아도크'의 '비상'이라는 작품에 참여한 게 제 첫 거리극이에요. 청년의 고민에서 출발해 여러 사회 문제를 담은 공연이었죠. 이때까지만 해도 거리극에 대해 버스킹 정도로만 이해했는데, 관객이 배우를 따라 이동한다는 게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거리극은 우연히 들른 관객이 많아요. 일부러 찾아오는 분도 물론 있지만, 지나는 길에 쓱 보는 분들도 있는 거죠. 특별한 해프닝을 선물한다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져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
▲ 2023년 6월, ‘신호수vs신호수’ 공연이 종로 주택가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
ⓒ 배진주 |
- '신호수vs신호수'의 처음 공연은 주택가였다고요.
"서울 종로 세검정 근처 주택가에서 공연했어요. 할머니 댁 근처라 알게 된 장소였는데, 재건축 건설 현장이 있었어요. 그 주변 장소를 이동하며 공연했습니다. 생활 장소는 공연하기에 많은 불편함이 따라요. 화장실을 찾는 일이나 공연할 장소를 확보하는 것 등이요. 그래도 이 모든 걸 극복할 수 있던 건 거리극의 매력이었어요. 공연을 알고 찾아오는 사람 외에도 지나는 길에 보고, 또 감동 받는 관객이 있었어요. 많은 고민과 불안이 보상받는 순간이었죠. 언젠가는 공연 장소 근처에 사는 어떤 할아버지가 저희를 불러 마당에 있는 살구를 따 주셨어요. 살구를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 보드랍고 향기로웠어요."
- 주택가에서 광장으로 옮겨왔네요. 저번 공연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
▲ 4일, 거리극 ‘신호수vs신호수’가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서 ‘노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래부터 권혁재, 송윤아. |
ⓒ 배진주 |
- 사람 위에 사람이 우뚝 서고 돌아다니는 등 커다란 움직임이 눈에 띄어요. 꾸준한 훈련 없이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그 동작은 '핸드 투 핸드'라고 해서 다른 도구 없이 손으로 사람을 올리는 서커스 기술 중 하나예요. 이 외에도 두세 사람이 서로의 무게를 주고받으며 균형을 찾는 움직임을 많이 써요. 물구나무를 서서 상대의 어깨에 다리를 걸고, 앞으로 숙여 그 어깨 위에 올라탄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한 명만 잘하는 것이 아닌 모두가 합심했을 때 완성할 수 있는 것들이에요. 연습 때마다 집중해서 처음의 마음으로 임합니다. 안 그러면 다칠 수 있거든요. 다양한 동작을 탄탄히 연습 중입니다."
- 이번 안산국제거리국축제에서 총 93개의 작품이 관객을 만난다고요. 다른 거리극과의 차별성은요?
"다채로운 움직임과 현실감 있는 대사로 다각도에서 즐길 수 있어요. 배우가 자기 생각과 경험을 발화한다는 게 흥미로운 점이고요. 일상 속 안전고깔, 펜스 등이 다양한 형태로 변형돼 탈 일상을 경험할 수 있어요.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일상에서 발견한 신호수 관련 사진을 동료들과 종종 나눠요. 작품 전에는 별 의미 없는, 엑스트라 같은 물건이었는데 이제는 이야기가 붙어 보이는 거죠. 저희뿐 아니라 작년에 공연을 본 관객도 그런 현상이 있다고 들었어요. 공연에서 탈 일상을 경험하고 끝나는 게 아닌,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여러 의미를 곱씹을 수 있는 거죠."
- 공연 기간이 3일이에요. 이후 계획은요?
"수원연극축제 '숲속의파티'에도 '신호수vs신호수'로 참가해요. 경기상상캠퍼스에서 5월 18일, 19일에 공연하니 안산국제거리극축제를 놓친 분들은 이때 보러 오셔도 좋겠어요. 도로가 주 무대였던 안산과 달리 공원에서 하는 공연이라 느낌이 또 다를 거예요."
- 이 공연을 꼭 봤으면 좋겠는 '이런' 사람이 있다면요?
|
▲ 안산국제거리극축제 국내공식참가작 '걸작들'의 '신호수vs신호수' 포스터. |
ⓒ 배진주 |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일시: 2024년 5월 4일, 5일, 6일
장소: 안산문화광장, 안산호수공원 중앙광장 일대
국내공식참가작 '걸작들'의 '신호수vs신호수'
일시: 2024년 5월 4일 오후 3시, 5일 오후 5시 30분, 6일 오후 3시
장소: 안산 네스앙스 건물 앞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게재 예정입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채 상병 특검 거부=대통령 수사 거부, 국민 용납 안 할 것"
- "혐오정치 끝내러 왔다" 서미화, '이준석' 콕 찍었다
- "추모 방해 세력은 여전하고 정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 최근 사람들이 자꾸만 신안으로 향하는 까닭
- "지원병 형님들이..." 한국 어린이들을 이용한 친일파
- 산티아고 800km 길을 걸어야 볼 수 있는 장면
- 조선 왕조의 탯자리, 전주성을 점령하다
- 오스트리아 현지인 집에 갔는데... 엄청난 걸 봤습니다
- 주목받은 어린이 프로그램, 이번엔 '어린이를 위한 나라는 없다'
- 미얀마 법원, '민주화 지원' 한국 이주노동자 사형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