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행복도 1위→146위" 엔데믹 뒤에도 회복 안 되는 이유
" “어린이날이 전해주는 행복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같지 않습니다.” " 지난 2일 만난 최인철(57)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장(심리학과 교수)은 “엔데믹 이후에도 고물가와 불경기가 겹친 경제 불황이 지속되면서 온 가족이 모여 선물이나 나들이 등으로 소비를 많이 해야 하는 어린이날의 행복도가 떨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는 지난달 26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책 『대한민국 행복지도 2024』를 발간했다. 2010년 설립된 행복연구센터는 2017년부터 카카오와 산학협력을 통해 현재까지 600만 명 이상 국민들의 행복을 측정해 왔다. 지난해엔 11만 2672명이 참여했다. 7년째 매년 센터에서 발표하는 행복지도는 이 측정치를 바탕으로 한다.
센터에 따르면, 5월 5일 어린이날은 대한민국 행복 수준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2018년과 2019년 각각 1년 365일 중 가장 행복한 날 1위와 4위였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어린이날은 행복한 날 258위로 밀려났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2022년(191위)과 2023년(146위)에도 어린이날 행복도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최 센터장은 그 원인으로 ‘엔데믹 이후 치솟은 물가와 경제 불황’을 가장 먼저 꼽았다. “핵가족뿐 아니라 확대 가족까지 모두 모여 어린이날을 축하하기 위해선 외식도 해야 하고 나들이도 가야 하는데, 돈이 필요하지 않나”라며 “당장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면 생존이 아닌 즐거움을 위한 소비를 줄이면서 사회적 관계 속에서 행복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놓치게 된다”고 분석했다. “돈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지만, 실제로 국가의 부와 국민의 행복 사이엔 양의 관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1인 가구의 증가 등으로 ‘핵개인화’된 사회 속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어린이날의 의미가 과거보다 퇴색됐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그는 “행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회적 관계의 중요성을 내포하는 어린이날이 과거보다 행복에 미치는 임팩트가 다소 감소하는 추세”라며 “앞으로 어린이날은 한국 사회에서 더는 특별한 공휴일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린이날과 성격이 비슷한) 크리스마스는 행복도가 상승하는 ‘연말효과’를 누리기 때문에 어린이날보다 상대적으로 경제 상황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덧붙였다.
엔데믹 이후 국민들의 평균적인 행복 수준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유독 10대 청소년들은 행복감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한다. 최 센터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타인과의 비교가 너무 쉽게 일어나면서 좌절·우울·불안이 커졌다”며 “행복 탄력성이 낮아진 10대들의 정신 건강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목욕탕서 내 치부 드러냈다" 여자 목사님의 고백 | 중앙일보
- 개그우먼 김주연, 무속인 됐다 "2년간 하혈·반신마비 신병 앓아" | 중앙일보
- 尹에 “쎈 훈련 받게 해달라” 몸 근질거려 힘들다는 2사단 | 중앙일보
- 4만원 바비큐 바가지 논란…백종원이 콕 찍은 '춘향제' 문제 | 중앙일보
- 블랙핑크 리사, 루이비통 2세와 행사 참석…사실상 공개열애 | 중앙일보
- 밥 샙 "두 명과 결혼해 아내 두 명…셋이 같이 잔다" | 중앙일보
- "눈물 난다"…교실 드러눕던 아이, 1300만 울린 '초등래퍼' 됐다 | 중앙일보
- "노래 듣는데 왜 눈물이"…'초딩 시절' 소환하는 추억의 동요 [더, 마음] | 중앙일보
- 미국 지켜주는 미사일?…1기당 163억, 비싸고 말 많은 SM-3 [이철재의 밀담] | 중앙일보
- "저출산 맞냐? 교통사고나 나라"…키즈카페 직원 막말 논란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