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행복도 1위→146위" 엔데믹 뒤에도 회복 안 되는 이유

김서원 2024. 5. 5. 05: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인철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장은 "어린이날이 전해주는 행복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같지 않다"며 그 원인으로 '경제 불황'을 꼽았다. 2일 서울대학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전민규 기자

" “어린이날이 전해주는 행복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같지 않습니다.” " 지난 2일 만난 최인철(57)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장(심리학과 교수)은 “엔데믹 이후에도 고물가와 불경기가 겹친 경제 불황이 지속되면서 온 가족이 모여 선물이나 나들이 등으로 소비를 많이 해야 하는 어린이날의 행복도가 떨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는 지난달 26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책 『대한민국 행복지도 2024』를 발간했다. 2010년 설립된 행복연구센터는 2017년부터 카카오와 산학협력을 통해 현재까지 600만 명 이상 국민들의 행복을 측정해 왔다. 지난해엔 11만 2672명이 참여했다. 7년째 매년 센터에서 발표하는 행복지도는 이 측정치를 바탕으로 한다.

센터에 따르면, 5월 5일 어린이날은 대한민국 행복 수준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2018년과 2019년 각각 1년 365일 중 가장 행복한 날 1위와 4위였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어린이날은 행복한 날 258위로 밀려났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2022년(191위)과 2023년(146위)에도 어린이날 행복도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최 센터장은 그 원인으로 ‘엔데믹 이후 치솟은 물가와 경제 불황’을 가장 먼저 꼽았다. “핵가족뿐 아니라 확대 가족까지 모두 모여 어린이날을 축하하기 위해선 외식도 해야 하고 나들이도 가야 하는데, 돈이 필요하지 않나”라며 “당장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면 생존이 아닌 즐거움을 위한 소비를 줄이면서 사회적 관계 속에서 행복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놓치게 된다”고 분석했다. “돈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지만, 실제로 국가의 부와 국민의 행복 사이엔 양의 관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 센터장은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면 사회적 관계 속에서 행복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전민규 기자


또 1인 가구의 증가 등으로 ‘핵개인화’된 사회 속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어린이날의 의미가 과거보다 퇴색됐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그는 “행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회적 관계의 중요성을 내포하는 어린이날이 과거보다 행복에 미치는 임팩트가 다소 감소하는 추세”라며 “앞으로 어린이날은 한국 사회에서 더는 특별한 공휴일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린이날과 성격이 비슷한) 크리스마스는 행복도가 상승하는 ‘연말효과’를 누리기 때문에 어린이날보다 상대적으로 경제 상황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덧붙였다.

엔데믹 이후 국민들의 평균적인 행복 수준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유독 10대 청소년들은 행복감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한다. 최 센터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타인과의 비교가 너무 쉽게 일어나면서 좌절·우울·불안이 커졌다”며 “행복 탄력성이 낮아진 10대들의 정신 건강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