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만 보고 어떤 동물인지 맞출 수 있을까
[김교진 기자]
"이 발자국은 어느 동물의 발자국일까요? 개과일까요? 고양이과 일까요?"
강사의 질문에 다들 자신이 없어 잠시 입이 막혔다. 분명히 오전 실내강의 시간에 강사가 발자국 사진을 여러 장 보여주며 개와 고양잇과 동물 발자국의 특징을 강조했는데 현장에서 보니 헷갈리고 자신이 없다. 개와 고양이 발자국도 구분하기 쉽지 않다니 우리가 잘 아는 동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 물속 물속에 찍힌 발자국을 찾고 있다 |
ⓒ 김교진 |
이번 주제는 새만금갯벌의 곤충과 포유류였다. 오전에 실내에서 두 시간 동안 곤충과 포유류 강의가 있었다. 이날 강의는 지리산 추적자학교를 운영하는 애벌레 하정옥씨가 맡았다. 하정옥씨는 지리산 뱀사골 일대에서 곤충과 포유류를 연구하고 생태교육을 하고 있다. 그는 새만금갯벌에도 관심이 많아 자주 수라갯벌을 찾고 있다. 그의 별명은 '애벌레'이다.
정상적인 갯벌에서는 곤충과 포유류를 찾을 수 없지만 지금 새만금갯벌은 갈대와 갯질경이, 천일사초 같은 습지식물이 가득 차 있어서 곤충과 포유류 찾기에 나선 것이다. 곤충은 포충망으로 잡았다가 종을 확인하고 놓아주었다.
▲ 발자국 동물 발자국과 사람 발자국이 함께 찍혔다. 개과 동물 발작국에는 발톱이 찍힌다. |
ⓒ 김교진 |
실내강의를 듣고 오후에는 수라갯벌에서 곤충과 포유류 조사를 했다. 먼저 커다란 포충망으로 날아다니는 곤충을 채집했다. 마침 노랑나비가 보여서 포충망을 든 여성 수강생이 잡으러 뛰어갔다. 그러나 나비가 빨라서 쉽게 잡히지 않았다. 공중에 포충망을 열심히 휘들렀으나 여러 번 실패했다. 열심히 뛰고 달리는 그 모습을 보니 사람들은 재미있다고 웃었다.
▲ 도하 교육참가자들이 바지를 걷고 물이 찬 수라갯벌을 걷고 있다 |
ⓒ 김교진 |
이제 물을 건너 습지식물이 있는 곳으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날 물이 무릎 높이 이상으로 차 있어서 짧은 장화는 물속으로 빠질 정도였다. 물이 깊으니 몇몇 사람들은 무섭다고 건너기를 포기하는 사람도 있고 바지 젖는다고 주저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바지 걷고 물을 건넜다. 물을 건너니 딴 세상이었다. 작년에 자랐던 키 큰 시든 갈대가 누워있었고 새 순이 땅위로 머리를 내놓고 있었다. 쓰러진 갈대를 밟고 걷다가 갈대가 적은 땅위를 보면 동물들의 발자국이 보였다.
▲ 고라니 새만금갯벌에서 고라니가 뛰고 있다 |
ⓒ 김교진 |
▲ 고라니발자국 고라니발자국 두개가 찍혔다. 어미고라니와 새끼 고라니가 지나간 흔적이다 |
ⓒ 김교진 |
먼저 개과 동물의 발자국에는 발톱이 찍힌 것을 볼 수 있다. 개는 항상 발톱을 내밀고 다니니까. 고양이는 걸을 때 발톱을 내밀지 않는다. 그래서 발자국에 발톱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야외에서 어떤 발자국을 보면 개과 동물의 발자국인지 고양잇과 동물의 발자국인지 쉽게 판별이 되지 않는다. 우리 같은 초보들이 보면 개인지 고양이인지 더 헷갈렸다. 그래서 발톱뿐만 아니라 발자국 모양이 대칭인지 비대칭인지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게 대칭인지 비대칭인지 더 헷갈렸다. 단순한 발자국이지만 쉽지 않다.
▲ 기러기발자국 기러기발에는 물갈퀴가 있다 |
ⓒ 김교진 |
계속 걷다보니 큰 새의 발자국이 보였다. 누군가 황새 발자국이라고 알려줬다. 황새는 두루미처럼 큰 새다. 황새와 두루미는 몸색이 흰색이고 크기도 비슷해서 초보자는 구별하기 쉽지 않다. 머리에 붉은색 반점이 있는 게 두루미이고 꼬리 끝이 검은 것이 황새다. 황새는 우리나라에서 멸종되었으나 외국에서 암수 한 쌍을 들여와서 인공번식을 시켜 방사했다. 새만금에는 러시아나 일본에서 살던 황새가 날아오기도 한다.
▲ 황새발자국 수라갯벌에서 황새 발자국을 보았다 |
ⓒ 김교진 |
키 큰 갈대숲에 웅덩이가 있었다. 흙이 파여서 생긴 웅덩이다. 멧돼지가 목욕하려고 코로 땅을 파서 만든 웅덩이라고 강사가 설명했다. 멧돼지는 사실 목욕을 좋아한다. 진흙을 온몸에 발라 목욕한다. 이런 행동은 털에 붙은 진드기를 떼어 내기 위한 것이다.
▲ 웅덩이 멧돼지가 목욕한 흔적 |
ⓒ 김교진 |
웅덩이 크기를 보니 멧돼지 두 마리 이상은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이다. 멧돼지가 목욕하고 간 웅덩이에 새가 와서 곤충을 잡아먹고 가고 똥도 싸고 간다.
▲ 물자라 물자라수컷이 알을 등에 붙이고있다 |
ⓒ 김교진 |
멧돼지 목욕터 가까운 곳에서 멧돼지 똥을 발견했다. 무더기로 싼 검은색 똥이었다.
애벌레 하정옥 선생은 똥도 만지고 냄새도 맡는다. 똥을 뒤져 어떤 먹이를 먹는지도 관찰한다. 너구리 똥을 보더니 비닐봉지에 넣어 가져간다. 왜 가져가냐고 물으니 똥을 표본으로 만들 거라고 말했다.
똥도 표본으로 만들다니 포유류 연구는 비위도 강해야 하고 냄새에도 적응해야 하니 쉽지 않다. 심지어 토끼똥 고라니 산양 똥은 살짝 맛도 본다고 한다. 초식동물은 풀만 먹으니 잡균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멧돼지 똥은 건들지 않아야 한다. 전국에 멧돼지 질병이 유행해서 방역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 버드나무 수라갯벌에 버드나무 한그루가 서있다 |
ⓒ 김교진 |
▲ 나무껍질 버드나무껍질이 벗겨져있다 |
ⓒ 김교진 |
혼자 서 있는 외로운 버드나무는 멧돼지나 고라니에게 등을 긁을 수 있는 기둥이 되어준다. 한여름에는 그늘이 되어 줄 것이다. 고라니나 멧돼지가 버드나무에 놀러왔다가 똥을 싸고 가면 똥은 버드나무에게 양분이 될 것이다. 이렇게 동물과 식물은 도움을 주고받는다.
▲ 시위 세종시 정부청사앞에서 새만금 신공항 반대 시위 모습 |
ⓒ 전북녹색연합 |
이에 대해 전북녹색연합의 사무국장인 김지은씨는 새만금 신공항은 결코 만들어져서는 안 되는 예산낭비 사업이라고 강조한다. 지금 있는 군산공항도 이용객이 없어 하루에 세번 제주도행 밖에 운항을 못하고 있다. 신공항이 들어서더라도 관제권을 미군이 가지면 대중국견제 때문에 중국 노선을 만들 수 없어 적자는 뻔할 것이다. 새만금신공항은 군산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 공군의 활주로 연장사업에 우리나라는 땅만 내주는 일이라고 한다.
▲ 발자국 고라니, 삵, 멧돼지 발자국이 한자리에 찍혔다 1번 고라니, 2번 삵, 3번 멧돼지 |
ⓒ 김교진 |
다시 무릎 위까지 차는 물을 건너야 했다. 이번에는 너무 깊어 무릎 장화 속으로 물이 들어갔다. 물찬 장화를 신고 걷으니 무겁다. 힘을 내서 걸어야 했다. 다른 사람들도 힘들게 걸었다. 하지만 이 시간이 나중에는 재미있는 추억이 될 것이다.
물에서 나와 장화를 벗고 운동화로 갈아 신었다. 아직 발은 젖어있었지만 신발을 갈아 신으니 기분이 좋았다. 오늘 학습은 오후 5시가 넘어서 끝났다. 긴 시간 강의하느라고 고생한 애벌레 하정옥 선생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수업이 마무리되었다.
다음 수업은 수라갯벌의 식물에 대해서 공부할 예정이다. 갯벌이 육지화 하면서 여러 식물이 자라고 있는데 지금 있는 식물은 어떤 종류이며 앞으로 어떤 식물이 살 것인지 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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