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유승민 역할론' 고개…인물∙쇄신난이 '배신자' 프레임 누를까
총선 참패로 수렁에 빠진 국민의힘에서 ‘유승민 역할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지사 경선 패배 후 2년 남짓 강연·저술에만 매진해 온 유승민(66) 전 의원의 몸풀기 신호에, 그를 둘러싼 여권 내 갑론을박도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계기는 지난 1일 유 전 의원의 CBS라디오 인터뷰다. 그는 “(당권 도전)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며 “늘 이 나라를 위해 제대로 된 일을 하고 싶다”고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새누리당 시절부터 유 전 의원과 가까웠던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같은 날 저녁 또 다른 CBS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국민의힘에) 절실함과 위기의식이 있는 사람이 많다면 유 전 대표 당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 그 분위기에 달려 있다”고 호응했다.
현재 국민의힘 내부엔 “누구라도 나서서 판을 뒤집고 중심을 잡아줬으면 좋겠다”(초선 당선인)는 요구가 팽배하다. 총선 패배 이후 4주 가까이 당이 표류하며 피로감이 임계치에 달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당선인은 통화에서 “가까스로 비대위원장이 정해졌는데 이제 원내대표 인물난이다. 그 나물에 그 밥으로 당이 살아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했다. 김기현 대표 시절 당 지도부를 지낸 김병민 전 최고위원은 2일 라디오에서 “유 전 의원이 나오지 않고, 과거 자유한국당처럼 회귀하는 전당대회로 간다면 누가 기대를 갖겠나”라며 “(유 전 의원 등장은) 국민의힘에 꽤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영남 자민련’이라는 내부 자조가 나오는 상황에서 ‘개혁 보수’ 타이틀을 단 유 전 의원의 수도권·중도층 확장력은 큰 무기로 평가받는다. 총선 막바지 열세에 몰린 수도권 지역 후보들의 요청으로 유 전 의원이 선대위 직함 없이 22차례 지원 유세에 나선 일이 대표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요청을 받고, 유세를 하는 과정에서 재기 가능성을 생각했을 것”이라며 “백의종군 유세 자체가 유승민의 정치적 쓰임을 입증한 셈”이라고 말했다. 신동욱 당선인은 2일 라디오에서 “유승민 의원이든 윤상현 의원이든 (밖에서 내부 비판을 하지 말고) 당내에 와서 정면 돌파해 주길 바란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분들”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 돌파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당내에서 지적도 나온다. 유 전 의원의 당권 행보를 경계하는 시각도 적지 않아서다. 한 친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반윤(반윤석열) 대표가 들어서면 당장 극단적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 운영이 무엇 하나 제대로 되겠느냐”며 “당선자 절반 이상이 친윤이라 유승민 전대 승리는 가능성 제로”라고 일축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해 3·8 전당대회를 앞두고도 출마를 저울질했지만, 결국 친윤계의 ‘당원투표 100%’ 룰 개정에 밀려 불출마했다.
공개적인 견제 움직임도 시작됐다. 윤상현 의원은 2일 YTN라디오에서 “당원들은 (유 전 의원을) 대권주자로 보지 당권주자로 보지 않는 것 같다”며 “대통령 중심의 (당) 변화를 원하지 유승민 전 의원 중심 변화는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 때 얻은 ‘배신자’ 프레임 때문에 여전히 여권 지지층 내엔 유 전 의원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번 전대 출마 무산으로 와해된 당내 유승민계의 재규합 여부 역시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유승민계 인사는 통화에서 “‘계속 기다리셔야 한다’고 출마를 만류하고 있다. 유 전 의원 본인을 위해서도 아직 나설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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