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서울 가서 수술"…문체부 간부, 아산병원 전원 논란

한지혜 2024. 5. 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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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이 과로로 인한 피로 누적 등을 이유로 수술과 외래진료를 하지 않기로 한 지난 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한 의료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고위공무원이 최근 지역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서울대형병원으로 내원해 수술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전원'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문체부 소속 공무원 A씨는 지난달 21일 근무지 인근의 세종충남대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 응급수술을 받았다.

당시 응급이나 중증 환자는 아닌 것으로 진단돼 처음 진료한 세종충남대병원은 이곳에서 수술하길 권했지만, A씨가 서울행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의료전문매체 '청년의사'에 "관련 전문과 의료진에게 세종충남대병원에서 환자가 전원하니 최대한 빠르게 수술을 진행하라고 연락이 왔다. 병원 고위 관계자가 직접 조율한 것으로 안다"며 "연락 과정에서 환자가 '문체부 고위 공무원'이라고 들었다. 병원 접수 기록에 간호사가 남긴 메모도 그런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관계자가 인용한 세종충남대병원이 보낸 전원 요청서에 따르면 A씨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하기를 원해 자의에 따라 전원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또 현재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서울아산병원에선 신규 환자의 경우 수술은 물론 외래진료조차 받기 어렵고 응급실 진료 대기도 많다며 "(이런) 절차를 건너뛰고 바로 수술을 잡아 진행했다. 통상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앞서 익명 기반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A씨 전원 과정에 보건복지부의 개입이 있었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복지부 관계자가 병원에 압력을 넣어 빠른 전원과 진료, 수술을 진행했다는 내용이다.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고위공무원의 전원에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압박이 있었다는 폭로글. 사진 커뮤니티


그간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을 반대하며 강경 발언을 이어온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관련 사태에 "마땅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다른 상황도 아니고, 의료진이 녹초가 되고 병원이 초토화되는 상황에서 응급상황도 아니고 어려운 수술도 아닌 치료를 위해 권력을 사용하다니"라고 개탄하며 "이런 부탁을 하는 공무원이 이 사람 하나뿐이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좋은 병원, 좋은 의료진을 찾는 것과 어쩌면 권력을 휘두르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지만 "이성으로 억제되어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노 전 회장은 또 이번 사태를 빗대어 "지방 의료를 살리겠다는 정부정책을 의사들이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라며 "저 공무원은 이렇게 말할지 모르겠다. '저는 헬기는 안 불렀는데요… 헬기를 부른 사람은요?'"라고 비꼬았다. 올해 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을 찾았다 습격당해 지역 병원에서 응급 처치를 받고 다시 헬기로 이송돼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일을 언급한 것으로 읽힌다.

정치권에서도 해당 간부를 즉각 해임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개혁신당 허은아 당대표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2의 이재명, 문체부 공무원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며 "공직자 자격이 없다. 병원 고위 관계자에 대한 조사와 처벌까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야당 당 대표부터 지역 거점 병원을 불신해 응급헬기까지 동원해 서울에서 수술을 받으니 이런 일이 당연한 듯 이어지는 것"이라며 "의료대란으로 국민은 큰 고통을 겪고 있는데, '높은 분'들은 국소마취로 30분 정도면 끝나는 간단한 수술마저 기어이 서울에서 받겠다고 권력을 이용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라고 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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