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찰 “대학 반전시위에 외부인 개입”…‘권력은 총구에서’ 마오쩌둥 구호도
미국 대학가에서 확산하고 있는 친팔레스타인 반전 시위에 전문 선동가 등 외부인이 개입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미 경찰이 2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반전 시위가 시작된 곳인 뉴욕 컬럼비아대 등에서 체포된 시위자들의 명단을 경찰이 분석한 결과 대학과 관련이 없는 외부인이 포함돼 있었다.
이날 뉴욕경찰(NYPD)은 컬럼비아대 해밀턴홀 점거 시위를 강제 해산하는 과정에서 112명이 체포됐으며 이 중 29%가 학교와 관련이 없는 이들이라고 발표했다. 연행자 명단엔 전국을 돌며 반정부 시위를 벌여 체포 이력이 있는 40세 남성도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반전 시위대가 미 대학 시위의 상징으로 불리는 해밀턴홀을 기습 점거하자 대학의 요청으로 공권력이 투입됐다. 해밀턴홀은 1968년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점거 시위가 벌어졌던 곳이다. 아울러 경찰 당국은 뉴욕시티대에서 체포된 시위자 170명 중 60%가 외부인이었다고 덧붙였다.
NYT에 따르면 시위대가 점거했던 컬럼비아대 해밀턴홀 강의실에선 반전 시위와 무관한 마오쩌둥 중국 초대 주석의 혁명 구호인 '정치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등도 적혀 있었다.
뉴욕 경찰은 시위대의 해밀턴홀 점거가 조직적으로 이뤄졌으며, 이들이 장기 농성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시위대가 전자레인지, 전기 주전자, 침낭 등을 준비했으며 2시간 교대 보초 근무표가 발견됐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또 시위대가 해밀턴홀에 접근하는 동안 주의를 분산시키거나 건물에 숨어 있다가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 시위자들도 있었다고 알려졌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학생들이 외부 선동가들로부터 시위 지침을 받고 있었다"며 "(이들이) 젊은이들을 급진화하려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NYT는 중국·러시아·이란이 미 대학 반전 시위를 둘러싸고 미 정부에 대한 악의적 보도와 온라인 게시물을 쏟아내며 미 사회의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미 허위정보 추적 사이트 뉴스가드의 집계에 따르면 이들 3개국의 국영 언론이 지난 2주간 보도한 미 대학가 시위 관련 영어 기사는 400건에 이른다. 또 이들 국가는 X(옛 트위터), 텔레그램 등의 허위 계정을 통해 미국 내 갈등에 관한 콘텐트를 확산시켰다.
중국 공안 당국과 연계된 가짜 정보 캠페인 '스패무플라주'와 관련된 X 계정들엔 미 시위와 관련 "세상에 이렇게 난폭한 경찰이 있다니", "(미국이) 전체주의를 보여주고 있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란 국영 언론은 경찰 대응을 비판하는 미 평론가들의 주장을 확산시키는 데 중점을 뒀으며, 러시아는 미국을 사회적으로 혼란한 국가로 묘사했다. NYT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들 국가의 동기는 다르지만 모두 미국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고 미국 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미 반전 시위 현장엔 마스크나 팔레스타인 전통 두건 등으로 얼굴을 가린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언론 보도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얼굴이 알려질 경우 '신상 털기'를 당하거나 취업, 비자 발급에서 불이익이 있을까 우려해서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런 행동이 다른 이들에게 위협감을 느끼게 만들고, 외부인의 개입 여부를 식별하기 어렵게 한다는 지적하고 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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