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개선 혜택 맛봐야 더 협력…출입국 우대, 교통카드 호환부터"

김상진 2024. 5. 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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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가 많이 개선됐지만, 갈등 현안이 불거질 경우 빠르게 다시 악화할 수 있다.”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진창수 센터장)가 3일 개최한 ‘2024 한·일 전략포럼: 인도·태평양 시대의 한·일 관계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에서 이같은 지적이 나왔다. 내년이면 양국이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지만 여전히 과거사·영토 문제, 경제적 갈등 등 불안정한 요인이 많다는 점에서다. 한국 총선에서의 여당 참패,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권의 낮은 지지율 등 양국 국내 정치적 환경도 악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대비책은 없을까? 이를 놓고 한·일 양국의 여러 정치인과 전문가, 언론인 등이 이날 포럼에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다음은 주요 발언 내용.

3일 서울 서머셋 팰리스에서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진창수 센터장)가 ‘2024 한ㆍ일 전략포럼: 인도ㆍ태평양 시대의 한ㆍ일관계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을 개최했다. 사진 속 마이크를 쥔 사람은 일본 자민당의 마쓰카와 루이 참의원 의원이다. 김상진 기자

▶장제국 동서대 총장=양국 관계를 완전한 보통 국가 관계로의 이행을 가로막는 과거사 등 비정상적인 요인이 여전히 존재한다.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징용자 제3자 변제’ 해결책에 대해 일본이 보다 적극적으로 화답할 필요가 있다.

▶마쓰카와 루이 자민당 참의원 의원=12년만의 셔틀 정상외교 복원 등 한·일 관계 정상화로 관계가 심화되고 있다. 양국이 중국과 북한의 위협이란 안전보장 측면에서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만들기 위한 양국의 연대가 중요하다.

▶오오카 도시타카 자민당 중의원 의원=한·일은 최근까지도 과거가 문제가 되는 상황이 계속 반복돼왔다. 이젠 이런 반복을 그만뒀으면 좋겠다. 오래된 부부 관계와 비교가 적절할지 모르겠으나, 서로가 필요로 하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사이좋게 지낼수록 플러스가 된다. 청년 교류가 중요하다. 노인은 변화시키기 어렵지만 젊은이는 유연하다.

▶조용래 한일의원연맹 사무총장=양국 관계 개선을 통해 이익을 서로 향유할 수 있는 것을 하면 좋겠다. 공항 출입국에서 양국 국민을 서로 내국인에 준하게 대우해 주는 등의 방안이 있다.


"무리한 공동선언 추진은 오히려 역효과"


▶김현기 중앙일보 논설위원=국내에서 수교 60주년을 맞아 공동선언을 하자는 논의가 많지만, 무리하게 합의를 하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부를 수 있다. 보다 실리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올해부터 상호 방문이 연간 1000만명을 넘어갈 텐데, 양국에서 교통카드를 상호 호환해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전문가들에게 들으니 칩 하나만 넣으면 가능하다고 한다.

▶가이세 아키히코 아사히신문 논설위원=역사 문제는 정치적 합의로 모두 사라지거나 해소되는 문제가 아니다. 양국 간 문화·인적 교류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역사 문제를 극복하진 못했다. 양국이 이를 인식하면서 안정적인 관계 구축을 어떻게 할지가 과제다.

▶정재정 서울시립대 명예교수=지난 60년은 상호 ‘윈원(win-win)’의 60년이었다. 한국은 일본을 모델 삼아 발전했고, 일본은 한국의 발전에 따라 엄청난 무역 흑자를 거뒀다. 이런 60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역사관을 만들고 전파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11월 16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대학 시절 일본에서 홈스테이 경험을 하면서 반일적 인식이 사그라지는 계기가 됐었다. 이후 일본에 유학을 가고 연구자가 되는 밑거름이 됐다. 이런 개인적 경험에 비춰봐도 양국 간 청년 교류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임은정 공주대 교수=한·일이 협력하면서 가장 조심하고 배려해야 하는 대상이 중국이라고 본다. 북한 문제는 중국의 도움 없인 풀 수가 없다. 이달 말 개최가 예정된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역린으로 생각하는 대만 문제는 전략적으로 피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올해 들어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관계’ 등장과 지속적인 핵능력 고도화, 양안 관계의 긴장 지속, ‘두 개의 전쟁’에 따른 미국의 대외 관여 제약,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 실패 등 양국 입장에서 위기 요인이 더 많아졌다.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이후 한·미·일 안보협력을 비약적으로 속도를 내야 하는 단계라 본다.


"트럼프 당선되면 한·일 공동의 위기 처해"


▶한석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미·중 갈등은 패권 전쟁이다. 누가 이길 때까지 지속된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한·일 양국은 한배를 탄 입장이다. 양호한 관계가 계속 진행될 때 이득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번 미 대선에서 당선되면 북한에 대해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을 꺼낼 가능성이 있다. 이런 엄중한 공동의 위기 속에서 한·일이 협력해야 한다.

▶마에시마 가즈히로 조치대 교수=트럼프가 부활(당선)할 경우 미·일 동맹보다 더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 건 한·미 동맹이라 본다. 이는 일본 입장에서도 큰 우려다. 윤석열 정부가 불안정해지면 한·일 관계, 미·일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국내 정치 기반이 약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결단에 의해 악화된 한·일 관계에 대반전이 일어났다. 일본 정부에서도 이에 맞는 호응이 있으면 좋겠다. 최근 불거진 라인-야후 사태 등이 외교적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일본 정부의 대응이 중요하다. 자칫 한·일 관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수교 60주년인 내년에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이란 역사적인 이정표를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지혜롭게 수습하고 해결해줬으면 좋겠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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