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개선 혜택 맛봐야 더 협력…출입국 우대, 교통카드 호환부터"
“한·일 관계가 많이 개선됐지만, 갈등 현안이 불거질 경우 빠르게 다시 악화할 수 있다.”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진창수 센터장)가 3일 개최한 ‘2024 한·일 전략포럼: 인도·태평양 시대의 한·일 관계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에서 이같은 지적이 나왔다. 내년이면 양국이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지만 여전히 과거사·영토 문제, 경제적 갈등 등 불안정한 요인이 많다는 점에서다. 한국 총선에서의 여당 참패,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권의 낮은 지지율 등 양국 국내 정치적 환경도 악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대비책은 없을까? 이를 놓고 한·일 양국의 여러 정치인과 전문가, 언론인 등이 이날 포럼에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다음은 주요 발언 내용.
▶장제국 동서대 총장=양국 관계를 완전한 보통 국가 관계로의 이행을 가로막는 과거사 등 비정상적인 요인이 여전히 존재한다.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징용자 제3자 변제’ 해결책에 대해 일본이 보다 적극적으로 화답할 필요가 있다.
▶마쓰카와 루이 자민당 참의원 의원=12년만의 셔틀 정상외교 복원 등 한·일 관계 정상화로 관계가 심화되고 있다. 양국이 중국과 북한의 위협이란 안전보장 측면에서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만들기 위한 양국의 연대가 중요하다.
▶오오카 도시타카 자민당 중의원 의원=한·일은 최근까지도 과거가 문제가 되는 상황이 계속 반복돼왔다. 이젠 이런 반복을 그만뒀으면 좋겠다. 오래된 부부 관계와 비교가 적절할지 모르겠으나, 서로가 필요로 하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사이좋게 지낼수록 플러스가 된다. 청년 교류가 중요하다. 노인은 변화시키기 어렵지만 젊은이는 유연하다.
▶조용래 한일의원연맹 사무총장=양국 관계 개선을 통해 이익을 서로 향유할 수 있는 것을 하면 좋겠다. 공항 출입국에서 양국 국민을 서로 내국인에 준하게 대우해 주는 등의 방안이 있다.
"무리한 공동선언 추진은 오히려 역효과"
▶김현기 중앙일보 논설위원=국내에서 수교 60주년을 맞아 공동선언을 하자는 논의가 많지만, 무리하게 합의를 하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부를 수 있다. 보다 실리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올해부터 상호 방문이 연간 1000만명을 넘어갈 텐데, 양국에서 교통카드를 상호 호환해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전문가들에게 들으니 칩 하나만 넣으면 가능하다고 한다.
▶가이세 아키히코 아사히신문 논설위원=역사 문제는 정치적 합의로 모두 사라지거나 해소되는 문제가 아니다. 양국 간 문화·인적 교류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역사 문제를 극복하진 못했다. 양국이 이를 인식하면서 안정적인 관계 구축을 어떻게 할지가 과제다.
▶정재정 서울시립대 명예교수=지난 60년은 상호 ‘윈원(win-win)’의 60년이었다. 한국은 일본을 모델 삼아 발전했고, 일본은 한국의 발전에 따라 엄청난 무역 흑자를 거뒀다. 이런 60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역사관을 만들고 전파할 필요가 있다.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대학 시절 일본에서 홈스테이 경험을 하면서 반일적 인식이 사그라지는 계기가 됐었다. 이후 일본에 유학을 가고 연구자가 되는 밑거름이 됐다. 이런 개인적 경험에 비춰봐도 양국 간 청년 교류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임은정 공주대 교수=한·일이 협력하면서 가장 조심하고 배려해야 하는 대상이 중국이라고 본다. 북한 문제는 중국의 도움 없인 풀 수가 없다. 이달 말 개최가 예정된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역린으로 생각하는 대만 문제는 전략적으로 피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올해 들어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관계’ 등장과 지속적인 핵능력 고도화, 양안 관계의 긴장 지속, ‘두 개의 전쟁’에 따른 미국의 대외 관여 제약,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 실패 등 양국 입장에서 위기 요인이 더 많아졌다.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이후 한·미·일 안보협력을 비약적으로 속도를 내야 하는 단계라 본다.
"트럼프 당선되면 한·일 공동의 위기 처해"
▶한석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미·중 갈등은 패권 전쟁이다. 누가 이길 때까지 지속된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한·일 양국은 한배를 탄 입장이다. 양호한 관계가 계속 진행될 때 이득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번 미 대선에서 당선되면 북한에 대해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을 꺼낼 가능성이 있다. 이런 엄중한 공동의 위기 속에서 한·일이 협력해야 한다.
▶마에시마 가즈히로 조치대 교수=트럼프가 부활(당선)할 경우 미·일 동맹보다 더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 건 한·미 동맹이라 본다. 이는 일본 입장에서도 큰 우려다. 윤석열 정부가 불안정해지면 한·일 관계, 미·일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국내 정치 기반이 약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결단에 의해 악화된 한·일 관계에 대반전이 일어났다. 일본 정부에서도 이에 맞는 호응이 있으면 좋겠다. 최근 불거진 라인-야후 사태 등이 외교적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일본 정부의 대응이 중요하다. 자칫 한·일 관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수교 60주년인 내년에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이란 역사적인 이정표를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지혜롭게 수습하고 해결해줬으면 좋겠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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