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학가 친팔 시위 2천 명 체포... 경찰 '총기 사용' 논란
[윤현 기자]
▲ 2일(현지시간) 미 UCLA에서 경찰이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고 있다. |
ⓒ AP/연합뉴스 |
경찰은 2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UCLA) 캠퍼스에서 시위대가 설치한 바리케이드와 텐트를 무너뜨리고 시위대 200여 명을 체포했다.
앞서 컬럼비아대와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에서도 시위대가 체포되는 등 지금까지 미국 전역의 대학에서 가자전쟁 반대 시위를 하다가 경찰에 체포된 인원은 2천 명이 넘는다고 AP통신과 CNN방송이 전했다.
경찰, 섬광탄·고무탄 사용... 총기 발사도 확인
UCLA 대학 측은 전날 새벽 친이스라엘계 시위대가 친팔레스타인계 시위 캠프에 난입해 학생들을 때리고 텐트 안에 폭죽을 집어넣어 터트리는 등 유혈사태가 벌어지며 격화되자 경찰과 협의해 시위대를 해산하기로 했다.
캠퍼스에 진입한 경찰은 시위대를 강제로 끌어냈고, 섬광탄과 고무탄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가 경찰에 소화기와 물병 등을 던지면서 저항하기도 했지만 진압 작전은 3시간 만에 끝났다.
지난달 30일 컬럼비아대 시위 진압 작전에서는 경찰이 시위대가 점거하고 있던 해밀턴홀에서 총을 발사하면서 과잉 진압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맨해튼지방검찰청은 당시 경찰의 총기 사용 사실이 있었다고 인정했지만, 총이 발사됐을 때 학생들이 근처에 없었고 부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앨빈 브래그 검사장이 이 사안을 별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 사회는 강력히 반발했다. 캘리포니아 지역 대학원생 4만8천 명을 대표하는 학술 노조는 학교 당국이 공권력으로 시위를 해산한 것에 항의하는 뜻으로 다음 주 파업 여부를 투표할 예정이다.
이들은 "평화적인 시위를 억압하기 위해 폭력적인 강제력을 사용하고 제재하는 것은 언론 자유와 변화 요구 권리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반면에 대학 측은 "캠퍼스에서 시위가 벌어진 장소는 심각한 폭력의 발생지가 되었고 학교에 큰 혼란을 일으켰다"라며 "시위대의 야영은 학칙 위반이며 캠퍼스의 불안전한 환경을 만들었다"라고 반박했다.
바이든 "표현의 자유·법치주의 둘 다 지켜야"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대학 측이 취한 법 집행 조치가 불균형적으로 보인다"라며 강경 진압을 비판했다.
투르크 최고대표는 성명을 통해 "미국 대학 캠퍼스의 시위 해산을 위한 일련의 강경 조치를 우려한다"라며 "표현의 자유와 평화 시위 권리는 사회 운영의 기본이며, 특히 팔레스타인 분쟁처럼 주요 사안에 대한 첨예한 의견 차이가 있을 때는 더욱 보호할 가치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질서 유지 등 합법적 목적을 위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한 수준 이상으로 넘어서지 않도록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시위 과정에서 나온 반유대주의나 이슬람 혐오 모두 비난받아야 한다면서 "표현의 자유를 정당하게 행사하는 것과 폭력 및 증오를 선동하는 것을 혼동하면 안 된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표현의 자유와 법치주의 둘 다 중요하다면서 폭력 시위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리는 사람들을 침묵시키거나 반대 의견을 억누르는 권위주의적인 국가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무법 국가가 아닌 문명사회이며 질서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폭력적인 시위는 보호받지 못하고 평화 시위만 보호받을 것"이라며 "학교 재산을 파괴하는 것은 평화 시위가 아니라 불법이며 공공 기물 파손, 무단 침입 및 점거, 대학 캠퍼스 폐쇄, 수업과 졸업식을 취소하도록 만드는 것은 평화 시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유대주의나 이슬람 혐오, 아랍계 미국인이나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 등 어떤 혐오 발언이나 폭력도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사태로 미국의 중동 정책을 재검토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으며, 시위 해산을 위해 대학에 주(州) 방위군을 투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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