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테러 요충지’ 니제르, 미군 떠나자 러시아군 진입

미군 철수 중인 니제르 군사기지에
러시아군 진입 시작
니제르 군부, 러시아에 밀착

니제르 군부 쿠데타 주도 세력인 ‘조국수호국민회(CNSP)’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지난해 8월 6일(현지시간) 수도 니아메에서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군이 병력을 철수한 서아프리카 니제르에 러시아군이 진입하기 시작했다. 니제르 군정이 정권 연장을 위해 러시아에 밀착하며 미국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과의 대테러 전쟁 요충지를 잃게 됐다는 평가다.

로이터·AP통신은 2일(현지시간) 러시아 병력이 미군이 철수 중인 니제르 군사기지에 러시아 병력이 진입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니제르 군사정부는 앞서 미국과 군사협정을 파기하며 그간 주둔했던 미 병력 약 1000명 철수를 요구했는데, 이와 함께 러시아군의 개입이 이뤄진 것이다.

러시아군과 미군은 적어도 몇 주간 같은 군사기지에 머물며 작전을 수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의 미군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군이 미군과는 섞이지 않고 니제르의 수도 니아메 국제공항 옆 101 공군기지에 있는 별도의 격납고를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CNN도 러시아군과 미군이 적어도 몇 주간 같은 군사기지에 머물며 작전을 수행해왔다고 미군 당국자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니제르 당국은 미 정부에 러시아군 약 60명이 니제르에 주둔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 사헬에서 유일한 친서방 국가였던 니제르는 미국, 유럽 입장에서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무장세력과 맞서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 역할을 해왔다. 미국은 공군기지 2곳을 구축, 사헬 지역의 이슬람 극단주의자 공격과 감시용 드론 운영에 활용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쿠데타로 군부가 니제르 정권을 장악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러시아와 새로운 안보 협정을 맺은 데 이어 지난 3월 미국에 군사협정 파기를 통보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