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비 무료, 소비자·자영업자 반응은?…“매출 늘어도 남는 것 없어”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4. 5. 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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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하면 나도 한다…‘무료 배달’ 삼국지 [스페셜리포트]
배달 플랫폼 3사가 ‘배달비 0원’ 경쟁에 뛰어들었다. (각 사 제공)
소비자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전혀 없다. 3000원 남짓한 배달비 부담이 사라지면서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고물가 시대에 배달비라도 아끼자’는 심정으로 무료 배달 수요가 쏠리는 중이다.

하지만 비용 부담이 언제든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우려는 당장 현실이 됐다. 쿠팡은 최근 쿠팡이츠 무료 배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와우 멤버십 가격을 전격 인상했다. 지난 4월 13일 멤버십에 신규 가입하는 회원을 대상으로 월 요금을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60% 가까이 올렸다. 기존 회원은 오는 8월부터 인상된 요금이 적용된다. 무료 배달 프로모션 도입 후 12일 만의 전격 요금 인상이다.

배달비를 없애는 대신 할인 혜택이 줄어드는 양상도 포착된다. 무료 배달 도입 이후 한동안 배민 이용자는 ‘배달비 무료’와 ‘10% 할인’ 혜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별다른 설명 없이 10% 할인 선택지가 사라졌다. 평소 주문 금액이 컸던 이용자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호의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는 소비자와 달리, 음식 매장 업주 사이에선 무료 배달이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 많다. 따지고 보면 업주 입장에서 이번 프로모션으로 더 내야 할 비용은 없다. 소비자가 내야 했던 배달비를 플랫폼이 부담하는 것일 뿐, 업주에게 배달비를 전가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상 수수료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 업주 사이 공통된 의견이다. 무료 배달 소비자를 잡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더 큰 ‘정률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올해 초 나란히 새로운 요금제를 선보였다. 배민은 배민1플러스, 쿠팡이츠는 스마트요금제다. 이번 무료 배달 프로모션은 해당 요금제를 가입한 매장에만 적용된다. 배민 수수료는 매출 기준 6.8%(부가세 별도), 쿠팡이츠는 9.8%를 주문 중개 수수료로 떼어간다. 배달 매출이 늘어날수록 내야 할 수수료도 커지는 구조다. 무료 배달 도입으로 배달 주문이 늘어나고 있지만 남는 마진은 오히려 줄었다는 하소연이 이어진다.

정률제만 문제가 아니다. 이번 요금제 개편으로 업주가 부담하는 배달비도 정해놨다. 과거에는 약 6000원 배달비 중 업주가 고객 부담 배달비를 설정하고 나머지를 본인이 내는 방식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배민은 업주 부담 배달비를 3200원, 쿠팡이츠는 2900원으로 고정시켰다. 조경진 헤비스테이크 공동 대표는 “무료 배달 도입 후 매출이 늘었지만 그만큼 내야 할 비용도 커졌다”며 “업주 입장에서 수익 개선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배달 매출이 훨씬 더 증가해야 하지만 그 정도로 급격한 성장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우 김태완스시 부대표는 “특히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신규 업주에게 무료 배달은 100% 악재다. 과거에는 초반 마케팅 용도로 ‘배달비 무료’를 내걸고 고객을 끌어모으는 프로모션이 가능했다. 지금은 모든 매장이 배달비 무료다 보니 후발 주자 입장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 자체가 없다”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6호 (2024.04.24~2024.04.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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