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병원 줄도산 위기”…지역의료 붕괴 우려

신대현 2024. 5. 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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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들 사이에서 경영난 악화로 인한 연쇄도산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올 여름 지방병원부터 무너져 그 여파가 전국으로 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촉발된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지역 대학병원들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지방병원부터 도산이 시작돼 그 여파가 전국으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병원들의 연쇄도산은 환자 피해를 양산하고, 지역의료체계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조속히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3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대학병원들 사이에서 경영난 악화로 인한 연쇄도산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전공의 집단 이탈 후 병원들의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는데, 교수들의 사직과 주 1회 휴진 움직임은 전국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서울 ‘빅5 병원’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지난달 30일부터 주 1회 휴진에 들어갔고,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 교수들도 이날부터 주 1회 진료를 쉬기로 했다.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은 개별적으로 일주일에 하루를 쉴 예정이다.

서울시 내 대형병원은 의료공백 사태가 시작된 이후 매일 수십억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 서울대병원을 포함해 전국 모든 공공병원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국립중앙의료원마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지 오래다. 대한병원협회가 전국 500병상 이상 수련병원 50곳을 대상으로 경영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2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후 병원당 의료 수입은 평균 84억7670만원 감소했다. 특히 1000병상 이상 의료기관의 의료 수입은 전년 대비 19.7% 줄었다. 서울아산병원은 2월20일부터 3월30일까지 40일간 의료 분야 순손실이 511억원에 달한다. 현 상황이 연말까지 지속되면 순손실은 4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빅5 병원과 국립대병원들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손실에 그동안 겨우 버텨온 지방 사립대병원부터 무너질 수 있단 관측이 제기된다. 경기도 소재 한 중소병원 A원장은 “현 사태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지역 내에서 대형병원에 속하는 사립대병원의 기둥이 휘둘리면 그 여파가 주변 중소병원에 미치고 결국 지역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A원장은 “기존에도 재정 상태가 좋지 못했던 수련병원들이 있다. 이 병원들이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면 해당 지역 중소병원이 대란을 겪게 되고, 이 피해는 지역사회 전체로 뻗어나간다”며 “지역 내 2차병원인 종합병원에서 보던 환자 상태가 나빠지면 3차병원인 대학병원으로 전원 보내야 하지만 상급병원이 도산하면 환자를 치료할 곳이 없어지게 된다”고 짚었다.

빠르면 이번 여름부터 완전히 문을 닫는 대학병원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0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연 긴급 심포지엄에서 “조금 있으면 병원이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할 텐데, 지방에 있는 대학병원부터 이르면 올 여름 혹은 가을에 도산이 시작될 것”이라며 “빅5 병원까지 그런 영향이 오면 우리나라가 그동안 만들어온 의료시스템이 송두리째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력 수급 차질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수년간 전문의 배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번 달이 넘어가면 전공의들은 수련 일수를 채울 수 없게 되고,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는 1년 지연되며 내년에 전문의 2800명가량이 배출되지 못한다. 전문의 배출 시점이 뒤로 밀리면 군의관, 공중보건의 확보도 지장을 받는다.

의대생들은 수업 일수를 고려했을 때 유급을 피하기 어렵다. 의대 졸업생은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하면 의사 면허를 발급받아 의사가 되는데, 졸업이 늦어지면 내년 인턴 양성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지난달 이뤄진 상반기 병원 인턴 수련 등록 마감 결과 인턴 예정자 중 90% 이상(약 3000명)이 등록하지 않았다. 인턴 부족은 향후 장기간에 걸쳐 레지던트, 전문의 부족 현상을 빚을 수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누적 유효 휴학 신청 건수는 전체 의대 재학생 1만8793명의 절반 이상인 1만여 건에 달한다.

의료공백 사태가 이어지면 진료 공백을 메우던 지역 중소병원의 업무는 과중되고 인력난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A원장은 “사태가 길어지면서 중소병원도 지쳐가고 있는데 인력을 추가로 고용하는 건 어렵다”며 “정부는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탈바꿈한다고 하지만 오랜 시간이 걸릴 테고, 당장 전공의 수련도 어렵게 돼 전문의 배출과 고용은 더 힘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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