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막히고, 세트피스 뚫리고... 올해도 '용두사미' 토트넘

이준목 2024. 5. 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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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4 EPL 26라운드, 첼시에 0-2 패배... 유럽챔피언스리그 출전 멀어져

[이준목 기자]

 2024년 5월 2일 영국 런던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열린 첼시 대 토트넘 홋스퍼의 경기에서 토트넘 손흥민이 경기 후 낙담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
ⓒ REUTERS/연합뉴스
 
손흥민과 토트넘의 다음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출전이 사실상 멀어졌다. 토트넘은 또다시 세트피스 수비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냈고, 에이스 손흥민은 침묵했다. 시즌 초반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던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엔제볼'은 점점 힘빠진 용두사미로 추락해가고 있다.

5월 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열린 2023-24 EPL 26라운드 순연 경기에서 원정팀 토트넘은 첼시에게 0-2로 패했다. 토트넘은 이로써 앞선 뉴캐슬-아스널전에 이어 내리 3연패의 수렁에 빠지며 18승 6무 10패(승점 60)를 기록, 4위 애스턴 빌라(승점 67)와의 간격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올시즌 유럽클럽대항전 출전 불발-컵대회 조기탈락으로 인하여 무관이 확정된 토트넘은, 마지막 남은 목표로 다음 시즌 UCL 출전의 마지노선인 4위 진입에 사활을 걸었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토트넘은 4경기, 애스턴 빌라는 3경기 밖에 남겨놓지 않은 상황이다. 심지어 토트넘은 리버풀, 맨체스터시티 같은 강팀들과의 경기가 포함되어 있어 남은 경기도 전망이 밝지 않다.

첼시전에서 토트넘은 최근의 좋지 않은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갔다. 최근 세트피스 수비에서 연이어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토트넘은 이날도 전반 24분 세트피스 실점을 허용했다. 코너 갤러거의 프리킥 상황에서 트레보 찰로바를 노마크로 놓치는 아쉬운 장면이 나왔다. 이어 후반 27분 니콜라 잭슨에게 얻어맞은 쐐기골 또한 시작은 세트피스였다.

결과만이 아니라 내용도 좋지 못했다. 토트넘은 전반 유효 슈팅을 한 차례도 기록하지 못하며 첼시의 공세에 고전했다. 후반 들어 교체카드와 포지션 이동 속에 조금씩 활기를 찾기는 했지만 끝내 첼시의 골문을 여는데는 실패했다. 전임 토트넘 감독인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첼시에게 올시즌 리그에서 두 번 모두 완패했기에 더욱 뼈아픈 결과였다.

토트넘 감독에 대한 비판 더욱 커져
 
 2024년 5월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첼시와 토트넘 홋스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 중 토트넘 감독 엔제 포스테코글루가 터치라인에서 지켜보고 있다.
ⓒ EPA/연합뉴스
 
이날 패배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은 더욱 높아졌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시즌 초반 전임 감독들과는 다른 유기적인 빌드업과 빠른 공수전환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축구를 추구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중반부터 전략이 상대팀들에게 속속들이 분석 당하며 파훼법이 나오고 있는데도 별다른 변화나 개선없이 기존의 전술만 집착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3연패를 당하는 동안 득점은 고작 2골에 그친 반면 실점은 무려 9골이나 내줬다.

특히 세트피스 수비가 올시즌 토트넘의 최대 약점으로 거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점을 인정하지 않는 독불장군적인 태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직전 경기였던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에서도 코너킥으로 2골을 내주며 2-3으로 패하면서 주장인 손흥민을 비롯한 토트넘 선수들도 세트피스 수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정작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팀의 문제는 세트피스가 아닌 다른 데 있다. 축구를 규범적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축구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며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서로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을 내놓은 손흥민과 불화설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이야기를 비웃듯, 지난 첼시전 2골 모두 세트피스와 관련된 실점이었다. 또한 토트넘은 점유율 62%, 슈팅 19회를 기록했지만 유효슈팅은 3회로 오히려 첼시(5회)보다 적을만큼 실속 없는 빌드업 축구도 여전했다.

프리미어리그 공식 기록에 따르면 토트넘이 이번 시즌에 PK포함 세트피스로 허용한 실점만 무려 22골에 이른다. 이는 올시즌 토트넘이 허용한 전체 실점 54골의 무려 40.4%에 이르는 기록이다. 또한 이는 토트넘이 세트피스로 득점한 11골의 정확히 2배나 된다.

토트넘보다도 세트피스에서 많은 골을 허용한 팀은 노팅엄 포레스트(26골, 리그 17위), 셰필드 유나이티드(23골, 20위), 두 팀 뿐이고 모두 올시즌 리그 강등권으로 수비가 허약한 최약체급 팀들이다. 세트피스 수비만 놓고보면 토트넘은 강등권과도 큰 차이가 없다는 의미다.

손흥민의 부진도 아쉽다. 손흥민은 올시즌 16골(7위), 9도움(4위)를 기록하며 토트넘 공격의 핵심으로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하지만 지난 3월 31일 루턴 타운전 결승골이자 리그 15호골 이후로는 최근 5경기에서 단 1골에 그치고 있다. 지난 35라운드 아스널전에서 벤 데이비스가 얻어낸 PK에 키커로 나서며 한 골을 추가했지만, 필드골만 놓고보면 첼시전까지 무려 5연속 무득점이다.

손흥민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전술에 따라 최전방 공격수와 윙어를 오가며 출전하고 있다. 최근 경기에서 히샬리송의 부상으로 스트라이커로 나서는 빈도가 늘었으나 포스트플레이와 몸싸움에는 능숙하지 못한 손흥민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첼시전에서는 히샬리송이 선발로 복귀하면서 윙어로 내려왔으나 여전히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후반에는 히샬리송이 교체되면서 다시 중앙으로 이동하여 부지런히 움직였으나 별다른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풀타임을 소화하고도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는 데 실패한 것은 물론 단 한 번의 슈팅도 시도하지 못하며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했다. 영국 현지매체들도 대부분 손흥민에게 낮은 평점을 매기며 "자신감이 없어보였다"고 혹평했다.

설상가상 토트넘은 오는 6일 또다른 강호 리버풀과 어려운 원정경기를 앞두고 있다. UCL 진출은 사실상 멀어졌지만 이대로라면 5위 수성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부진한 주장 손흥민과, 위기관리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포스테코글루 감독 모두 각성하지 않는다면 토트넘의 올시즌은 최악의 용두사미로 끝나버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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