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시위는 불법" 바이든, 대학가 반전 시위 격화에 침묵깼다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미국에서 평화적 시위는 보장되지만 폭력적인 시위는 그렇지 않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오전 기자회견에서 “시민의 재산을 파괴하는 것은 평화 시위가 아니다. 법에 어긋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미 전역 대학가에서 확산되고 있는 반전 시위와 관련해 공개적 언급을 자제해 왔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예정에 없던 회견을 자청하며 ‘폭력시위 불허’ 입장을 밝혔다. 대학가 시위가 격화하면서 해산에 나선 공권력과의 충돌이 벌어지는 것은 물론 친이스라엘 시위대와 친팔레스타인 시위대 간 갈등이 물리적 충돌로 증폭되는 상황에서 뚜렷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4분여 연설에서 “우리는 사람들을 침묵시키거나 반대 의견을 억누르는 권위주의 국가가 아니다”며 “하지만 우리는 무법 국가가 아닌 시민 사회이다. 질서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기물 파손, 무단 침입, 창문 깨기, 캠퍼스 폐쇄, 수업ㆍ졸업식 취소 강요 등은 모두 평화 시위가 아니다”며 “항의할 권리는 있지만 혼란을 야기할 권리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미국 내 반유대주의는 없어야 한다. 반유대주의든, 이슬람 혐오든, 아랍계 미국인이나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이든 어떤 종류의 혐오 발언이나 폭력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그것은 비미국적이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학가 시위에 주방위군 개입이 필요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고 했고, 중동 정책을 재고하게 되느냐는 물음에도 “아니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학가 반전 시위 확산 과정에서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유대계와 젊은 층 표심 사이의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었다. 강한 조직력과 자금력을 갖춘 유대계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자신의 지지 기반 중 하나였던 청년 유권자의 민심 이반이 가속화되는 흐름을 내버려 두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분명한 입장 표명을 자제해 온 배경이다. 대학가 전역의 가자전쟁 반대 시위가 1968년 베트남전 반대 시위와 닮은 점도 대선을 6개월 앞둔 바이든에겐 정치적 부담이었다.
그런 바이든 대통령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은 어디에도 없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며 ‘무능한 대통령’으로 몰아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위스콘신주 연설에서 뉴욕 컬럼비아대 반전 시위대를 경찰이 강제 해산하는 장면을 두고 “아름다운 광경이었다”면서 이렇게 공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역공을 폈다. 회견에서 “이럴 때일수록 정치적 점수를 따려고 달려드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를 할 때가 아니다”고 역설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의 비판이 있고 난 뒤 입장을 내놨다는 지적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폭력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처음부터 일관되게 밝혀 왔다”며 “그는 그 누구도 뒤따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성명 발표를 두고 현지 매체에선 “대통령이 캠퍼스 혼란에 대한 침묵을 깼다”(로이터통신)는 평가가 나왔지만, 대학가 곳곳에선 시위대와 공권력의 충돌이 여전했다. 로스앤젤레스(LA) 경찰 당국은 이날 새벽 UCLA 캠퍼스에 대규모 경찰을 투입해 시위대 바리케이드와 텐트를 모두 철거했고 이 과정에서 시위대 130여명을 체포했다.
UCLA 캠퍼스에서는 전날 친이스라엘 시위대가 친팔레스타인 시위대 캠프에 들어가 바리케이드 철거를 시도하면서 양측 간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캘리포니아대학 노조는 최근 UCLA 시위대 처리와 관련해 파업 찬반투표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2주간의 친팔레스타인 시위 과정에서 2000명 이상이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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